풍력발전기 부품 불량 문제로 사업 난항을 겪던 독일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의 손실이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멘스에너지는 독일 대기업 지멘스그룹(이하 지멘스)의 에너지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곳입니다.

지난 6월 지멘스에너지는 자사가 인수한 지멘스가메사(SGRE)의 육상풍력발전터빈 부품 불량률이 급격히 늘어난 사실을 공개한 뒤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발표 직후 지멘스에너지 주가는 하루만에 37% 급락했습니다.

당시 사측은 지멘스가메사가 설치한 육상풍력발전터빈의 약 15~30%가 불량인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멘스에너지는 풍력터빈 사업 손실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며, 관련 사업부 재정비에만 최소 10억 유로(약 1조 4,3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허나, 지난 8월 지멘스에너지는 지멘스가메사의 풍력터빈 부품 불량 문제로 인해 22억 유로(약 3조원)의 추가 지출이 필요할 것이라 밝혀 충격을 줬습니다.

이로 인해 올해 지멘스에너지 순손실이 약 45억 유로(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지멘스에너지는 풍력발전사업부인 지멘스가메사의 육상풍력발전 부품 문제로 올해 6월 10월 2차례에 걸쳐 주가가 급락했다 ©Yahoo Finance 홈페이지 캡처

독일 정부에 지원 요청 후 주가 ↓…회장 닷새뒤 “국가 보증 필요 없어” 📉

지난 26일(현지시각) 경제주간지 비르츠샤프트보케(WirtschaftsWoche)에 의하면, 지멘스에너지는 풍력터빈 사업부의 대규모 손실로 독일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현지보도를 종합하면 지멘스에너지는 독일 정부와 은행 등에 최대 150억 유로(약 21조 4,4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요청했습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날 회사 주가는 35% 폭락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0일(현지시각) 조 케저 지멘스에너지 회장은 독일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케저 회장 발언 직후 주가는 17%가량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멘스에너지가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폭입니다.

케저 회장은 독일 한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멘스에너지는) 국가로부터 자금이 필요로 하지 않다”며 “풍력발전 사업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잘 나가고 있고 부분적으로는 경쟁사보다 낫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송전망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 새로운 대규모 계약이 성사되기 위해선 정부나 은행 또는 모회사인 지멘스 등의 보증이 필수적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 지멘스에너지 산하 풍력발전사업부인 지멘스가메사 직원이 육상풍력발전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Siemens Gamesa

지멘스에너지, 모회사 지멘스에 보증 요청…인도 계열사 지분 매각 고려 💸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멘스에너지가 모회사인 지멘스에 지급 보증을 요청했단 사실을 전했습니다.

지멘스는 지멘스에너지 지분의 25.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소식통은 자회사의 주가 폭락 여파가 지멘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회사 경영진들이 이를 보증을 주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지멘스는 지멘스에너지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70억 유로(약 10조원) 규모의 지급 보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0년 분사 당시 400억 유로(약 57조원) 규모 보증을 섰던 것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것입니다.

이 가운데 익명을 요청한 일부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 등에 지멘스에너지가 인도 뭄바이에 상장한 계열사 지분의 24%를 지멘스에 매각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매각은 11월 초에 이뤄질 계획입니다.

 

▲ 지멘스에너지 산하 풍력발전사업부 지멘스가메사 직원들이 대형 육상풍력발전기를 점검하는 모습 ©Siemens Gamesa

지멘스가메사 CEO “신제품 충분히 실험하지 않고 판매” 💰

현재 지메스에너지는 문제가 발생한 풍력발전기의 기술적 결함에 대한 세부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일부 관계자들은 회사 주력상품 중 하나인 대형풍력발전기 5.X 모델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모델 중 가장 큰 발전기는 블레이드(날개) 길이만 170m에 달합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요흔 아이크홀트 지멘스가메사 최고경영자(CEO)는 “(신형 모델을) 충분히 실험되지 않은 채 너무 빨리 판매했다”고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아이크홀트 CEO는 “블레이드에 150개 이상의 유리섬유층이 있다”며 “유리섬유층 일부에 주름이 생겨 이로 인해 (발전 과정에서) 불규칙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멘스에너지 측은 유지보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현재 지멘스에너지는 신규 육상풍력발전기 건설은 잠시 중단한 상태이며, 해상풍력발전기도 선별적으로 건설하고 있습니다.

 

S&P, 지멘스에너지 신용 등급 BBB → -BBB…“품질관리 구축 시급” 🚨

풍력발전 부품 불량 문제는 지멘스에너지를 계속 괴롭힐 것으로 보입니다.

불량 부품이 들어간 풍력발전기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품을 교체하는 부담도 큽니다. 연이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실제 비용은 예상보다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7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멘스에너지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멘스에너지의 손실이 커진 이유에 대한 분석은 복합적입니다.

먼저 지멘스가메사가 풍력발전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 등 타 경쟁사와 유럽 풍력시장을 놓고 저렴한 비용으로 경쟁하려 했단 것.

반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확산되는 속도에 발맞춰 설비 품질관리 구축 속도가 더디단 지적도 나옵니다.

풍력발전 설비 확충에 발맞춰 문제를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지멘스에너지 풍력사업부이자 자회사인 지멘스가메사가 스페인 북부에 94MW 규모의 대형풍력발전기를 건설 중인 모습 ©Siemens Gamesa

FT “지멘스에너지 풍력발전 터빈 문제로 재생에너지 거품 터져” 💭

한편, 지멘스에너지 주가가 하락한 지난 26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지멘스에너지 풍력발전 터빈 문제로 재생에너지 거품이 터졌다”고 꼬집었습니다.

풍력발전기 역시 기존 인프라(기반시설)와 마찬가지로 초과비용이 발생한단 것의 FT의 설명입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은행의 투자자인 필 불러는 FT에 “지멘스에너지가 지멘스가메사 인수에 나섰던 1년 전, 지멘스가메사 기업가치는 150억 유로(약 21조원)였다”며 “그러나 1년 만에 이 가치는 -(마이너스) 150억 유로로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FT는 세계 풍력터빈 1위 기업 베스타스(Vestas)와 해상풍력업체 오스테드(Ørsted) 또한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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