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생산량이 오는 2030년까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담긴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는 10년 안에 화석연료 수요가 정점에 이를 것이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전망과 대치됩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같은 전망이 담긴 ‘2023년 생산격차 보고서(The 2023 Production Gap Report)’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국제지속가능개발연구소(IISD)·유럽 기후싱크탱크 E3G 등 기관과 공동으로 작성됐습니다. UNEP은 보고서가 30개국 출신 80여명의 연구원에 의해 다방면으로 분석됐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UNEP은 2019년부터 각국의 화석연료 생산계획과 파리협정 준수를 위해 필요한 생산량 간의 차이를 분석하는 생산격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 보고서는 20개국으로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분석 결과, 20개국 중 어느 곳도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에 맞춰 화석연료를 줄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2030년까지 1.5℃ 목표 대비 약 110% 더 많은 화석연료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계 석탄 생산량 2030년, 석유·천연가스 생산량 2050년까지 늘어날 것 📈
보고서는 각국의 화석연료 생산 및 예정 계획을 모두 종합한 결과, 석탄의 경우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생샨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탄발전과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던 약속에 어긋납니다.
더불어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은 최소 2050년까지 증가할 것이란 것이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보고서는 2019년에 첫 생산격차 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글로벌 생산격차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즉, 상당수 정부가 단기적으로 석탄 생산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석유·가스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세웠단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산격차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주요 20개 화석연료 생산 및 소비국서 화석연료 생산량 ↑ ⛽
보고서는 주요 20개 화석연료 생산 및 소비국 *을 분석했습니다. 미국·호주·중국·노르웨이·사우디아라비아·영국·러시아·나이지리아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 20개국이 선정된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 화석연료 생산량의 82%를 생산할뿐더러, 전체 소비의 73%를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개국 중 17개국은 법제화 또는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모든 국가에서 화석연료 생산계획이 늘었습니다.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는 모두 203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입니다. 일부 국가는 석유 생산량을 줄인 대신 천연가스 생산량을 높였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SEI의 연구원 플로이 아차쿨위스트는 “(많은 정부가) 천연가스를 과도기 내 필수적인 ‘전환’ 연료로 홍보하지만 “(천연가스를) 전환할 구체적 계획이 없단 사실을 발견했다”고 꼬집었습니다.
UNEP은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가 되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방해하거나 지연할 수 있단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콜롬비아,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멕시코, 나이지리아, 노르웨이, 카타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랍에미리트, 영국, 미국
CCS·CDR 기술 위험성 및 불확실성 고려 필요…“화석연료 감축 필요” 📉
보고서는 CCS(탄소포집·저장)와 CDR(탄소제거) 기술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단 점도 언급했습니다.
기술개발이 늦어지거나, 기술 백래시(반작용) 등으로 인해 이들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단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이에 보고서는 “CCS와 CDR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2040년까지 석탄 생산 및 사용을 거의 완전히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2020년 수준에서 2050년까지 석유 및 가스 생산량과 소비량을 최소 4분의 3으로 줄이는 것으로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정의로운 전환’과 같은 에너지 전환이 사회적 담론으로 떠올라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계획하고,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이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현재 논의가 화석연료 생산에만 머문 점은 한계로 지적됐습니다.
유엔사무총장 “기후문제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 의존성 해결해야 해” 🚨
보고서는 ▲화석연료 소비 감소 ▲재생에너지 확대 ▲메탄배출량 감소 ▲지역사회 보호 위한 계획 수립 등의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보고서 공개 직후 성명을 통해 “주요국이 문자 그대로 화석연료 생산량을 2배로 늘리고 있다”며 “기후문제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 의존성을 해결하지 않고선 기후재앙을 해결할 수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오는 11월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불가피하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 또한 COP28을 시작으로 “석탄·석유·천연가스의 단계적 축소를 위해 (국제사회가)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