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길이란 것을 다들 인지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스타트업코리아!’ 축사에서 남긴 말입니다.
아산나눔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이 주관한 행사로 올해는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방안을 주제로 개최됐습니다.
임 차관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녹색시장 규모가 1,700조 원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800조~900조 원 규모인 세계 반도체 시장보다 약 2배는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탄소중립과 기후대응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기후테크 산업도 빠르게 육성돼야 하는 상황. 정작 한국 기후테크 산업은 주요국과 비교해 여전히 갈 길이 멀어 관련 지원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단 제언이 나왔습니다.
국내 산업서 기후테크 스타트업 차지 비중 4.9%에 불과 😮
“국내 산업에서 기후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불과하다. 투자 규모도 상위 10개국과 비교해 한국은 7.5배 이상 차이난다.”
장석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이날 행사 개회사에서 남긴 말입니다.
장 이사장이 언급한 4.9%는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PMG가 내놓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및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 연구보고서에서 언급된 바 있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후테크 스타트업 수는 362개로 전체 스타트업 7,365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불과했습니다.
삼정KPMG 관계자는 해당 분류가 2050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제시한 5대 기후테크(카본·클린·에코·푸드·지오테크) 분류를 활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발제를 맡은 문상원 삼정KPMG 상무는 “국내 기후테크 산업은 성장의 기로에 서 있다”며 “주요국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상무는 이어 “우리나라도 (기후테크 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그중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복잡한 기후테크 산업 육성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재원 필요” 💰
기후테크 산업이 기존 산업과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단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문 상무는 설명합니다.
문 상무는 “기후테크 산업 구조는 복잡하다”며 “시간과 재원이 많이 소요될뿐더러, 시장 내에서 공공재 특성을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일례로 에너지 산업(클린테크)과 폐기물 관련 산업(에코테크)의 경우 공공재적 성격을 지지고 있고, 정부의 규제에 의해 시장이 운영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거나 국가 사업에 참여하는 등 정부 수요에 의한 수익 창출 비중이 타산업에 비해 높단 것. 이는 기후테크 산업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단 것이 문 상무의 설명입니다.
문 상무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신속한 시장 대응 능력과 파괴적 혁신 실현 역량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즉, 탄소중립 달성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달렸단 것.
그러나 2022년 국내 기후테크 기업 투자 규모는 약 1조 520억 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같은기간 상위 10개국 평균 7조 9,280억 원을 크게 하회했습니다.
삼정KPMG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해외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며 “시장활성화를 위해선 투자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중 34곳 한국서 사업 불가능, 그 이유는? ⚖️
국내 기후테크 산업이 주요국에 비해 뒤쳐진 원인으로는 규제가 꼽혔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에서 누적투자액 상위 100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사업을 추진한다고 가정할 경우 34개 스타트업은 규제로 인해 아예 사업이 불가능했습니다. 26개 스타트업은 조건부로 가능했습니다.
대체우유 생산 기업이자 유니콘 기업인 칠레 낫코(NotCo)나 대체유제품 생산 기업인 미국 퍼펙트데이(Pefect Day) 모두 사업이 불가능했습니다. 식품 유형이나 기준 등 규제가 불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앱하베스트(AppHarvest) 등 수직농장 기업들도 국내에서 사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상당수가 콘크리트를 활용하여 대형 수직농장 시설을 건설합니다.
문제는 국내 농지법 제32조에 의하면, 스마트팜이 농지법에 따라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인지 불명확하단 것. 현재 법 체계에서는 불법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DAC(직접공기포집) 기술개발 기업 클라임웍스(Climeworks) 또한 신기술 분류 부재 등으로 국내에서는 사업이 불가능했습니다. 통계청이 업계 신기술 분류 요구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정수소 생산이나 소형모듈원전(SMR) 같은 기술 또한 산업분류체계가 없거나,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는 사업이 어려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문 상무는 규제로 인해 육성이 어려운 기후테크 산업 중 하나로 세포 배양육을 꼽았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세포 배양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그러나) 안전 규제나 판매와 관련된 규정이 없어 산업 육성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상무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맞춰 규제가 혁신돼야 한다”며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기후테크 산업 육성 위해선 인센티브 ↑·컨트롤타워 수립 필요 🤔
문 상무는 국내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크게 ▲기후테크 산업 내 인센티브 도입 ▲기후테크 스타트업 특화 정책 설계 ▲기후테크 관련 규제 관리·수립·개선 구조 체계 변경 등을 제안했습니다.
기후테크 산업 특유의 투자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단 것이 문 상무의 말입니다. 국내 주요 투자자들이 기후테크 산업 내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꺼려하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선 정부가 먼저 투자 시그널을 보내야 한단 것.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는 만큼, 우리나라 또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인센티브가 실제로 기후테크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문 상무는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대중화에 기여했다”며 “덕분에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여 (2022년 기준) 누적 판매 대수가 38만여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단, 우리나라 탄소중립 목표와 기후테크 전 영역으로 인센티브가 확대돼야 한단 전제가 달렸습니다.
이와 함께 각 부처간 규제 영역이 복잡하게 얽힌 만큼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와 민관 합동얼라이언스 수립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