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MS도 구매한 케냐 REDD+ 프로젝트 크레딧, 인권침해·성적 학대로 프로젝트 중단

탄소크레딧 인증기관인 베라(Verra)가 동아프리카 케냐에서의 레드플러스(REDD+) 사업 2개를 즉각 중단하고 고강도 조사에 나설 것을 예고했습니다. 짐바브웨에서 진행되는 REDD+ 사업을 중단시킨지 불과 한달여만입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베라는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며 중단된 케냐 REDD+ 2개 사업에서 나오는 크레딧 발급도 즉각 멈췄다고 밝혔습니다.

REDD+는 개발도상국 산림의 벌채, 황폐화 등을 방지하여 산림 흡수원을 보존하는 사업입니다.

베라가 조사에 나선 사업은 ‘카시가우 코리더 레드플러스 프로젝트(Kasigau Corridor REDD+·이하 카시가우 프로젝트)’ 내 1단계와 2단계 사업입니다.

두 사업은 미국계 기업 와일드라이프웍스(Wildlife Works)의 케냐 현지기업 와일드라이프워크카본(Wildlife Work Carbon)이 운영 중입니다.

와일드라이프웍스는 케냐·콩고민주공화국·콜롬비아 등에서 다수의 REDD+ 프로젝트를 개발·운영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2022년 10월 7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넷플릭스 영상에 직접 출연해 카시가우 프로젝트 인근의 케냐 차보 국립공원을 소개한 바 있다. ©NETFLIX, Youtube 캡처

넷플릭스도 구매한 카시가우 프로젝트, 운영사서 인권침해·성폭력 발생 🚨

베라는 성명에서 “카시가우 프로젝트에서 심각한 신체적, 성적 학대 혐의가 발견된 것을 알게 됐다”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같은날 와일드라이프웍스도 사과문을 내놓았습니다.

사측은 “(현지기업인 와일드라이프워크카본 내) 고위직 남성 직원 2명이 오랫동안 여성 노동자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단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측은 즉각 사과와 함께 케냐 현지 법률에 따라 관련자들의 사법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NEFLIX)가 2022년 해당 사업의 크레딧을 구매한 바 있습니다.

카시가우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넷플릭스 영상 초반에 버락 오바마 미국 전(前) 대통령이 내레이터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당시 넷플릭스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케냐 카시가우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했단 사실을 밝혔습니다.

 

▲ 카카시가우 프로젝트의 1단계와 2단계 사업은 붉은색으로 표시된 1개 보호구역과 검은색으로 표시된 목장들로 구성돼 있다. ©Verra

카시가우 프로젝트, 2000년 시작 후 2200만 톤 온실가스 감축량 인정 🌲

카시가우 프로젝트는 케냐 최대 국립공원인 차보 국립공원(Tsavo National Park)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공원은 몸바사에서 케냐 내륙으로 가는 철도에 의해 ‘차보 동부(Tsavo East)’와 ‘차보 서부(Tsavo West)’로 나뉩니다. 카시가우 프로젝트는 이 둘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초원·사바나 등 건조지역 중 하나로, 해당 지역에는 루킹카 보존지역 이외 소나 염소 같은 가축을 키우는 13개 목장들이 이전부터 운영되었습니다.

카시가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와일드라이프웍스가 당시 3만 168㏊(헥타르) 면적의 ‘루킹가 보호구역(Rukinga Sanctuary)’의 토지지분을 100% 취득하며 1단계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2단계 사업은 16만 9,741㏊ 면적의 13개 목장을 생태보존지역으로 설정하며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쉽게 말해 약 2,000㎢(제곱킬로미터) 면적 내 삼림벌채, 황폐화를 막는단 것. 사측은 30년간 REDD+를 통해 삼림파괴를 막아 온실가스 감축 결과 4,400만 톤을 인정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후 현재까지 약 2,200만 톤이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인정받았습니다.

 

▲ 카시가우 프로젝트 현지 운영사인 와일드라이프워크카본은 카시가우 프로젝트를 위해 전체 직원 300여명 중 90여명을 여성으로 채용했다. ©Wildlife Works

카시가우 프로젝트 크레딧 코카콜라·MS·알리안츠도 구매 💰

와일드라이프웍스는 카시가우 프로젝트 내 2개 REDD+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약 2,200만 톤이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크레딧 중 일부는 넷플릭스를 포함해 코카콜라, 마이크소프트(MS), 알리안츠 등에 판매됐습니다.

이외에도 사측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케냐 현지 지역사회에서 고용창출을 통해 빈곤문제를 해결했고, 멸종위기종 보존을 통한 생물다양성 향상에도 기여했단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간 와일드라이프웍스 측은 지역사회 여성들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해 왔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와일드라이프웍스 산하 현지기업이자 프로젝트 운영사인 와일드라이프워크카본은 프로젝트를 위해 전체 직원 300여명 중 90여명을 여성 노동자를 채용했단 점을 밝혔습니다.

야생동물 밀렵방지를 위한 순찰 활동, 사파리 투어 가이드, 의류공장·비누공장·바이오숯 생산 등에 채용돼 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건 사측은 여성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사회 빈곤문제 해결에 앞장설뿐더러, 회사 내 어떠한 차별이나 괴롭힘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단 점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사 내에서 인권침해와 성적 학대가 만연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케냐 인권위·SOMO 조사 결과, 프로젝트 운영사서 성적 학대 만연 📈

케냐 인권위원회와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다국적기업연구센터(SOMO) 조사에 따르면, 와일드라이프워크카본 현지 고위 직원들은 10여년간 여성 노동자들을 성희롱·성폭력 등 성적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지 고위 직원들은 빈곤계층 여성 노동자들에게 특혜나 승진을 빌미로 성관계를 강요했습니다. 이에 불응하면 강등이나 해고 등으로 위협했습니다.

한 직원이 야외근무를 서던 중에 상관이 그의 배우자에게 접근하여 성관계를 강요한 사건도 조사결과 밝혀졌습니다.

회사에 사실대로 말해도 보복 조치가 이뤄질까 두려워하던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성적착취에 노출됐습니다. 회사 내 피해방지 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했단 지적이 나옵니다.

 

▲ 2021년 11월 6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행진에 참석한 시민단체가 국제사회에 탄소식민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GJEP

REDD+ 프로젝트 갈등 불거져…케냐 인권위 “탄소식민주의 다름 없어” ⚖️

이 문제를 공동조사한 케냐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식민지 역사와 결부 지었습니다.

케냐는 1895년부터 1963년까지 영국으로부터 식민통치 받았습니다. 이때 영국 케냐 식민정부는 민중봉기를 막기 위해 억압적인 치안 문화를 조성했습니다.

다수의 원주민을 보호구역으로 몰아넣었을뿐더러, 백인 소유의 농장에 이들을 투입해 저임금으로 착취했습니다. 식민기간 중 살해되거나 고문으로 불구된 사람만 10만여명에 육박합니다.

독립 이후에도 케냐 내에서는 토지소유 불평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영국과 다국적 기업들이 케냐 정치와 경제계에 막대한 영향권을 행사하고 있어, 현지인 대다수가 토지소유권에서 철저히 배척되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상황 속에 등장한 것이 REDD+입니다. 주요국과 국제기구들이 온실가스 감축 상쇄와 생물다양성 보존 등을 이유로 케냐에서 REDD+ 사업에 나선 것. 이로 인해 현지인들이 그마저 소유하던 토지들도 처분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카시가우 프로젝트 2단계 사업의 경우 13개 목장을 보존구역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들 목장 소유는 대다수가 외지인으로, 현지 지역주민 지분율은 단 5%에 불과합니다.

해당 사업에서 발급된 크레딧 수익의 3분의 1은 토지수요권이 있는 외지인에게 돌아갑니다. 나머지를 50대 50으로 프로젝트 운영사와 지역사회가 나눠갖는 구조입니다.

 

▲ 카시가우 프로젝트 내 인권침해 및 성적학대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크레딧 인증기관이자 발급기관인 베라 또한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단 제언이 나온다. ©Wildlife Works

지역공동체에 배분되는 이익은 약 30%에 불과할뿐더러, 실제 수익이 지역사회에 제대로 돌아간단 것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프로젝트 인근 지역주민 상당수가 크레딧 수익이 제대로 배분되지 못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되려 현지 대규모 고용주인 와일드라이프워크카본에 종속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케냐 인권위는 다수의 REDD+ 사업에서 나온 크레딧 수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짐 못하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 토지처분으로 생계수단을 잃어 이주와 폭력사태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단 점도 언급했습니다.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REDD+ 사업으로 인한 갈등이 심한 상황. 이같은 갈등이 곧 ‘탄소식민주의*’로도 확대될 우려가 나옵니다.

*탄소식민주의: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산림, 해양 등 자원을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하는 말.

 

“베라가 발급한 REDD+ 세계 각지서 논란…리스크 관리대책 시급” 🗺️

한편, 베라가 발급한 REDD+ 프로젝트들이 곳곳에서 논란입니다. 카시가우 프로젝트를 포함해 여러 프로젝트가 중단 또는 조사받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 모두 베이스라인(기준선) 과대 산정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프로젝트 지역 대비,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참조영역으로 설정하는 등 베이스라인 배출량을 높였단 지적입니다. 쉽게 말해 실질적인 감축효과 대비 과도한 배출권이 발급됐단 것.

앞서 살펴본대로 이들 프로젝트에서 나온 크레딧 상당수를 넷플릭스나 MS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구매했습니다.

REDD+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는 기업들도 포착됩니다.

자발적 탄소시장 운영기관인 베라가 그간의 문제들을 반영하여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단 제언이 나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그린비즈, 산업

“한국 기후공시 도입 주요국보다 늦어”…국가 기후경쟁력 강화 위해 대응 필요

그린비즈, 산업

2026년 이후 ESG 공시 의무화에 소송 증가 우려…대한상의·대한변협, “기업, 법적 리스크 대응 준비 필요”

그린비즈, 산업

IEA “올해와 내년 세계 전력수요 역대 최고 성장률 전망”…원인은 에어컨·데이터센터 급증 때문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