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6월 처음으로 미국 의회 상원에서 기후변화 위협을 경고한 제임슨 핸슨 박사.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GISS)를 이끌던 핸슨 박사는 당시 상원 위원회 증인으로 참석해 “99% 확신한다”며 “지구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핸슨 박사의 발언은 당시엔 과격하단 평가를 받았으나,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인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재 미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겸 지구환경과학 부교수인 핸슨 박사는 최근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단 연구가 담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핸슨 박사는 지구 평균기온이 이르면 2030년 이전에 한계점에 도달할 수 있단 경고를 내놓으며, 부분적으로는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NASA 고다드우주연구소·중국 북경대·미국 애리조나대학교 등 12개 기관 연구진이 공동 연구한 것으로 지난 2일(현지시각) 학술지 ‘옥스퍼드 오픈 기후변화(Oxford Open Climate Change)’에 발표됐습니다.
2020년대 지구 기후 마지노선 1.5℃ 넘을 것…“기후비상사태 진입”🚨
공동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기후민감도를 과소평가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해류 전복(역전 순환) 현상 위협을 과소평가했단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여기서 기후민감도란 지구의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인 280ppm에서 2배 이상 증가할 시 지구가 얼마나 뜨거워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후예측모델에 사용됩니다.
공동 연구진은 극지방 자료와 기후모델 그리고 지질시대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2020년대에 지구 평균기온이 1.5℃를 넘고 2050년 이전에 2℃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IPCC가 제시한 기후민감도보다 약 2℃ 높은 4.8℃를 중앙 추정치로 제시했습니다. 즉, 기후변화가 IPCC가 예상한 것보다 단기간에 더 빠르게 가속화될 것이란 것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논문은 “기후비상사태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미 현실화한 폭염이 예측했던 것 이상으로 지구 기온을 끌어올릴 것.
핸슨 박사는 2010년 이후 기후변화 속도가 50% 가속화됐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된 이유로는 대기오염물질 단속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핸슨 박사 등 공동 연구진, 에어로졸 배출량 감소로 기후변화 가속화 ↑ 📈
대기 중 작은 입자(에어로졸) 형태인 이산화황은 대기오염물질 단속에 따라 배출량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에 따라 해운업계 내 이산화황 배출량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공중보건 개선에는 도움이 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연간 700만 명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산화황 배출량이 감소함에 따라 지구 냉각 효과가 줄었고, 더 많은 태양복사 에너지를 지구가 흡수하고 있단 것. 이산화황 같은 에어로졸은 지표면으로 내리쬐는 태양복사 에너지를 일부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IPCC 또한 제6차 종합보고서에서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황이 대기를 가린 덕분에 지구평균온도 상승이 0.6℃ 억제된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핸슨 박사는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보다 지구에 더 들어오는 에너지가 많단 점을 지적합니다. 이는 기후변화를 가속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주요 해류가 사라지는 등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온단 것이 그의 경고입니다.
빙하 소실·해수면 상승 속도도 빨라…“금세기 중반 주요 해류 순환 붕괴” 🌊
지구 기후생태계가 복잡한 만큼, 대기 중 에어로졸 물질의 구성 변화 연구가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단 것이 공동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핸슨 박사는 에어로졸 측정에 필수불가결한 위성 장비가 1990년대까지 우주에 발사되지 못한 점을 토로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개빈 슈미츠 NASA 고다드우주연구소 소장 또한 에어로졸 관측에 힘을 써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또 연구는 전 세계 빙하 소실과 해수면 상승 속도가 기존 모델링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단 점을 발견했습니다.
무엇보다 빙하 소실에 따른 해양 내 담수 유입 증가로, 해류 온도와 염도 균형이 바뀌며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를 비롯한 해류 일부의 순환이 금세기 중반에 멈출 것으로 공동 연구진은 내다봤습니다.
일례로 AMOC의 순환이 멈추면 유럽에는 극한 겨울이 찾아오고 미국 동부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가 AMOC 순환이 붕괴한 상황을 토대로 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도 AMOC 순환이 금세기 중반에 멈출 것이란 연구를 지난 7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IPCC도 기후변화로 인해 AMOC 같은 주요 해류가 붕괴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으나, 금세기 안에는 붕괴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핸슨 박사, 기후대응책으로 논란 많은 ‘태양지구공학’ 제안 ⛅
핸슨 박사는 기후변화 대응책 중 하나로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지구 성층권 내 에어로졸 분사 등을 통해 태양복사 에너지를 반사하여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기술입니다.
대기 흐름을 교란시켜 기상 및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단 점에서 논란이 많은 기술입니다.
핸슨 박사는 이 기술이 과학계에서 매우 논란의 여지가 있단 점을 인정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많은 정보를 반영하여 폭넓은 선택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이를 위해 태양지구공학과 관련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단 것이 공동 연구진의 말입니다.
핸슨 박사 연구 놓고 IPCC 주저자 등 과학계 평가 회의적…이유는? 🤔
핸슨 박사 등 공동 연구진이 내놓은 이번 연구를 둘러싼 과학계의 시선은 다소 회의적입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지구과학센터장 겸 대기과학과 교수인 마이클 만 박사는 이번 연구가 “주류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문의 비평을 본인의 홈페이지에 개시했습니다.
만 박사는 태양지구공학 필요성에 대한 핸슨 박사의 주장에 대해 “잠재적으로 매우 위험한 기술을 장려하고 있다”며 꼬집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의 로빈 램볼 박사는 AP통신에 핸슨 박사의 연구가 주류가 아니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램볼 박사는 “핸슨 박사의 연구는 광범위하다”면서도 “주류에서 훨씬 벗어난 주장에 필요한 분석적 깊이나 일관성 확인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어 “과학자가 아닌 정책가를 설득하는 것이 목표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IPCC 보고서 주저자이기도 한 마이클 오펜하이머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과의 인터뷰에서 “(핸슨 박사의 연구 중) 대부분은 신뢰할 수 있었다”면서도 “기후대응을 위해 지구 대기에 에어로졸을 분사하는 해결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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