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D+ 운영사 사우스폴, 아프리카 최대 상쇄사업 돌연 계약 종료…“표범사냥·수익독식 논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탄소상쇄 프로젝트가 중지됐단 소식에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스위스 탄소컨설팅 기업 사우스폴(South Pole)은 남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진행되는 ‘카리바 레드플러스(REDD+)’ 프로젝트에 참여를 종료한다고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REDD+는 개발도상국 산림의 벌채, 황폐화 등을 방지하여 산림 흡수원을 보존하는 사업입니다.

프로젝트 종료 이유에 대해 사우스폴은 “(카리바 프로젝트가) 전 세계 협력사들이 기대하는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한다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사우스폴은 짐바브웨 북부 카리바 호수 인근에 78만 5000만㏊ 규모 REDD+ 프로젝트를 2011년부터 운영 중이다. ©Verra

“사우스폴의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 카리바 프로젝트에 무슨 일이?” 🤔

카리바 프로젝트는 연간 약 655만 톤CO2e 규모로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큰 REDD+ 프로젝트입니다.

짐바브웨 북부 카리바 호수 인근 78만 5,000㏊(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을 벌채·농업·산불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를 탄소상쇄크레딧(이하 크레딧)으로 발행하는 구조입니다.

탄소컨설팅 기업 카본그린인베스트먼트(CGI)가 사업개발자로 사우스폴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해왔습니다.

2011년부터 운영된 이 프로젝트에서 발행된 크레딧은 3,600만여개. 그중 2,300만여개가 판매됐습니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만 1억 달러(약 1,360억원)에 달합니다.

그러던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사우스폴이 돌연 “카리바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활동은 이제 CGI의 책임이 된다”며 “탄소자산 개발자로서의 사우스폴의 역할은 종료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CGI와의 계약이 종료돼도 그간 판매한 탄소크레딧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사우스폴은 밝혔습니다.

*CO2e: 이산화탄소환산량

 

▲ 사우스폴이 카리바 프로젝트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한 사례로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 그러나 유럽 3개 매체가 현장을 취재한 결과, 현지 운영사인 CGA가 약속과 달리 지역사회에 제대로 된 수익 공유를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South pole

CGI 운영 부실 폭로 잇달아 “지역사회 수익 공유 거의 없어” 💰

계약 종료 이유에 대해 사우스폴은 카리바 프로젝트에서 발행된 크레딧의 품질이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크레딧은 크레딧 인증기관인 베라(Verra)의 표준 요구사항을 준수했습니다.

문제는 카리바 프로젝트 소유주인 CGI의 관리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사우스폴은 CGI의 현장관리를 지적하며 “우리는 이에 실망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지난 7월 카본그린아프리카(CGA)의 운영에 대한 유럽 외신들의 폭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CGA는 카리바 프로젝트를 포함해 짐바브웨에서의 REDD+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위해 CGI가 세운 기업입니다. 현장 관리와 함께 프로젝트의 수익을 짐바브웨 지역사회에 교육이나 농업 등으로 환원하는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Die Zeit)·스위스 국영방송(SRF)·네덜란드 탐사매체 팔로우더머니(FtM) 등 유럽 언론 3사는 카리바 프로젝트 현장을 취재한 결과, CGA의 약속과 달리 지역사회에 수익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언론 3사가 올해 초 카리바 현장을 방문했을 때 CGA가 세운 채소밭은 방치돼 있었습니다.

한 의료시설의 경우 지방정부가 설치하고 CGA는 가구 비용만 댔음에도 CGA가 홍보에 이용했다고 현지주민들은 증언했습니다.

 

▲ 한 관광객이 지난해 짐바브웨에서 경험한 트로피 사냥에 대해 기록한 인스타그램 게시글. 해당 게시글에는 사냥 과정과 사냥한 표범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FtM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카리바 프로젝트 지역이다. ©fredf_406, Instagram

CGI 창립자, 야생동물 사냥권 판매까지 🦁

여기에 탐사보도매체 FtM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후속보도를 통해 카리바 프로젝트 내에서 야생동물 사냥이 이뤄지고 있단 사실을 취재해 공개했습니다.

FtM 취재 결과, 카리바 프로젝트 지역 내에서 트로피 사냥이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에 CGI 창립자인 스티브 웬젤 이사가 관여했다는 내용입니다.

트로피 사냥은 오락적인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냥해 상(트로피)처럼 챙기는 행위입니다. 사전에 사냥 면허를 발부 받는단 점에서 밀렵과 다르나 생명경시란 비판을 받습니다.

FtM은 취재 과정에서 웬젤 이사가 짐바브웨 현지 여행업체 ‘HKK 사파리’에 4년간(2018~2021년) 사냥권을 60만 달러(약 8억원)에 양도했단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대해 웬젤 이사는 “도태되는 동물의 수를 줄이는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사냥권 양도로 얻은 수익도 지역사회와 공유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웬젤 이사의 행동은 재조림과 함께 동물보호를 약속한 카리바 프로젝트의 목적과 배치됩니다.

 

▲ REDD+는 베이스라인 설정에 따라 탄소크레딧의 배출량이 과대 또는 과소 산정될 수 있다. ©그리니엄

더뉴요커 “사우스폴 CEO, 과대 판매 알고도 중단 X” 💸

카리바 프로젝트와 관련해 비판 받는 건 CGI만이 아닙니다.

FtM 후속보도가 나온 같은날(10월 16일) 미국 시사주간지 더뉴요커(The New Yorker)는 사우스폴이 크레딧 과대 산정을 인지하고도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단 점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10년간 실제 상쇄된 배출량은 카리바 프로젝트에서 판매한 크레딧 2,300만여개 중 1,500만여개에 불과했다고 더뉴요커는 주장했습니다.

더뉴요커는 사우스폴이 과대 발행을 인지한 이후로도 수개월간 포르쉐·네슬레 등에 300만 개 이상의 크레딧을 판매했다고 주장합니다.

크레딧 과대 발행이란 뉴요커 보도에 사우스폴은 즉각 부인했습니다.

다만 사우스폴도 더뉴요커 보도에 앞서 지난 1월 “최종 감사 및 재검증 결과에 따라 이러한 판매를 조정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종 감사 및 재검증 결과 공개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스위스 현지매체에 따르면, 현재 사우스폴은 전체 직원의 20%인 200여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 지역 환원 강조했던 사우스폴, 실제론 수익 42% 독식했다? 💰
한편, 탐사매체 FtM은 지난 1월 사우스폴이 기존의 주장과 달리 40% 이상을 수익으로 가져갔다고 폭로했습니다.

사우스폴은 그간 프로젝트 수익의 25%만을 수수료로 받고 나머지는 CGI 및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혀왔습니다. 허나, CGI로부터 저렴하게 크레딧을 구매한 뒤, 고객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해 왔다는 것.

이 때문에 고객이 높은 금액의 크레딧 가격을 지불했음에도, 지역사회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FtM은 비판했습니다. 사우스폴은 해당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확실한 시장에서 초기에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베라는 더뉴요커 보도 직후 이튿날인 10월 17일 성명을 통해 짐바브웨 카리바 프로젝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Verra

체계적·고강도 조사 착수한 베라 “프로젝트 및 발행 즉각 중지” 🔍

FtM과 더뉴요커의 보도 다음날(10월 17일), 베라 또한 즉각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베라는 “보도의 세부사항 중 대부분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당혹스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어 자사의 ‘검증된 탄소 표준(VCS)’ 및 ‘기후·지역사회·생물다양성 표준(CCBS)’의 규칙에 따라 카리바 프로젝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프로젝트 및 크레딧 추가 발행은 보류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베라는 다시금 성명을 통해 “체계적·고강도 조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완료 이후, 상황 진행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베라는 비윤리적·불법적 행동이 발생한 경우 프로젝트 제안자, 즉 CGI의 등록 계정을 정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라는 제3자 검증기관 감독을 위해 지난해 9월 새로운 내부 감사 및 인증 팀을 출범한 상황입니다.

크레딧의 반전**이 일어났다면 ‘산림예치계정’으로 충당하고, 과대 발행됐다면 CGI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선택지도 고려 중입니다.

**반전(Reversal): 벌채·산불 등으로 인해 상쇄된 탄소배출량보다 많은 탄소가 대기 중으로 재방출되면서 환경적 이점이 역전되는 것을 말한다.

 

▲ 사우스폴은 카리바 프로젝트를 포함해 800여개의 탄소상쇄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South pole, 홈페이지 갈무리

대비책 강조했지만…탄소상쇄시장의 미래는? 🌲

한편, 베라는 이번 사태가 산림예치계정 메커니즘의 무결성과 강력함을 증명한다고 주장합니다.

산림예치계정이란 산불·가뭄·병충해 등의 위험에 대비해 프로젝트에서 발급된 상쇄크레딧의 10~20%를 별도의 몫으로 떼어둔 것입니다. 산림이 훼손된 경우 해당 몫을 사용해 복구에 사용합니다.

베라는 “카리바 프로젝트에서 발급된 크레딧 전부를 합산해도 회사가 보유한 산림예치계정 전부보다 훨씬 적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해 베라의 REDD+의 산림예치계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단 것.

베라는 산림예치계정이 “이례적인 상황에서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산림예치계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옵니다.

한 베라 관계자는 카리바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취소될 시 보상에만 전체 산림예치계정의 약 38~51%가 소진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습니다.

카리바 프로젝트가 전체 VCM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탄소 전문 품질평가기관 실베라(Sylvera)의 최고경영자(CEO)인 알리스터 퓨리는 카리바 프로젝트처럼 주요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할수록 “전체 탄소시장의 평판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카리바 프로젝트와 관련된 논란이 시작된 직후부터 기존 고객들은 사우스폴과의 거래를 중단·재고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구찌는 사우스폴로부터 크레딧 구매를 중단했습니다. 로레알·바클레이 등은 추가 구매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우스폴은 카리바 프로젝트 외에도 800여개의 탄소프로젝트에 참여하는만큼,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결성 논란으로 탄소크레딧 수요가 7년만에 감소세에 접어든 가운데 사우스폴의 계약 종료 소식이 VCM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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