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량과 의류폐기물 감축이 패션산업의 주요 과제로 자리 잡으며 패션 브랜드들은 잇따라 중고판매 서비스·플랫폼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일례로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쉬인, 명품브랜드 가니·발렌티노·구찌 등이 자체 중고판매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사용을 다한 의류를 회수해 수선·재활용한 뒤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중고판매의 탄소감축 효과가 브랜드 유형에 따라 상이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자라·쉬인·H&M과 같은 패스트패션의 경우, 중고판매로 인한 탄소감축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중고판매 플랫폼 트로브(Trove)와 지속가능성 데이터 분석 플랫폼 월드리(Worldly)가 공개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탄소감축 솔루션으로 부상한 중고판매, “정말 그럴까?” 🤔
제품의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확실한 방법은 수명주기를 늘리는 것입니다.
중고제품은 수리·수선과 함께 제품수명주기를 늘려 자원순환성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대표적인 순환경제 해결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8%가량을 차지하는 패션 업계가 중고판매에 주목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트로브와 월드리 소속 연구진은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브랜드별 중고판매 전략이 탈탄소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습니다.
연구진은 패션 산업을 크게 5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5가지 유형은 ▲명품 ▲아웃도어 ▲중간대(Mid-tier) ▲애슬레저(Athleisure) ▲패스트패션 등입니다.
이후 유형별로 중고의류 중고판매가 2040년까지 전체 탄소배출량 증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했습니다.
방법론의 신뢰성을 위해 딜로이트, 맥킨지,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등으로부터 제3자 검증을 받았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5가지 브랜드 유형별 탄소배출량 상이…“중고판매 시 대폭 ↓” 📉
연구진은 우선 브랜드별로 ‘일반적인 의류’를 대표하는 38개 제품을 선정하고, 해당 제품들의 탄소배출량을 모델링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별로 보편적인 의류 모델(Archetypes)의 평균 가격과 탄소배출량을 산정했습니다.
제일 고가인 명품 및 아웃도어 의류의 탄소배출량이 제일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 뒤로는 패스트패션, 중간대, 애슬레저 순으로 높았습니다.
동시에 의류가 중고 제품으로 판매될 경우 탄소배출량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일례로 튀르키예(터키)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배송된 여름용 원피스의 경우, 새 제품의 전주기 탄소배출량은 11.6㎏CO2로 나타납니다. ▲소재 ▲제조 ▲이송 ▲세탁·건조 등 사용 ▲폐기 시 탄소배출량이 포함됩니다.
반면, 중고제품의 경우 3.8㎏CO2에 불과했습니다. ▲이송 ▲사용 ▲폐기 시의 탄소배출량만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제를 토대로 3가지의 미래 시나리오를 모델링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5가지 브랜드 유형 각각에서 중고판매 전략을 시행할 경우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2040년 시나리오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존 관행(Business as usual): 2023년부터 2040년까지 품목 당 탄소배출량 유지, 연간 제품 가격은 2% 이상 인상되는 시나리오.
2️⃣ 2040년 공급망 탈탄소화: 세계자원연구소(WRI)의 전략에 따라 생산효율 증가·소재 대체 등으로 품목당 탄소배출량을 매년 2% 감축하는 시나리오.
3️⃣ 2040년 공급망 탈탄소화+순환모델: 위의 공급망 탈탄소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중고판매 등 순환경제 모델을 통합하는 시나리오.
중고판매 탄소감축 효과, 명품·아웃도어 가장 ↑…“패스트패션, 효과 無” 🤨
분석 결과, 패스트패션을 제외한 4개 브랜드 유형에서 중고판매가 유의미한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중고판매가 패션 브랜드의 연간 탄소배출량을 15~16%까지 감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결론냈습니다. 그중에서도 명품 및 아웃도어 브랜드가 중고판매 도입 시 가장 크게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유형으로 꼽혔습니다.
반면, 패스트패션과 애슬래저 등 가격대가 낮은 브랜드일 수록 중고판매의 탄소감축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가 제품일수록 중고판매 시장에서 가치 유지가 어렵고, 저가 제품이 질적인 면에서 여러 번의 중고판매를 견디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중고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렵다는 것.
명품 제품이 중고판매에서 가격방어에 수월하고, 희소성으로 인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대비됩니다.
+ 패스트패션 중고판매 플랫폼, “마케팅에 불과” 지적도 📢
한편, 연구진으로 참여한 트로브 창립자 앤디 루벤은 부쩍 증가한 패스트패션의 중고판매 플랫폼 출시에 대해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그는 미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잘못된 노력”이라며 ”가치 없는 물건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H&M은 연구에 동의하는 한편, 재생에너지·재활용 섬유 등 다양한 탈탄소화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고 CNBC에 논평했습니다. 쉬인 또한 자사의 중고거래 플랫폼은 “더 큰 노력의 한 단계”일뿐이라며 재고 감축·지속가능한 재료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고판매 디커플링 핵심키 될까? “유형별 적절한 솔루션 필요” 🔑
중고판매는 신제품 생산을 줄이면서도 매출 성장을 도모하는 해결책으로 여겨졌습니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앞다퉈 탄소세 정책을 도입되는 상황 속 매출·배출량 증가의 동조화(커플링)를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은 것.
그러나 브랜드 유형별로 적절한 탈탄소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게일 타이트 트로브 최고경영자(CEO)는 “이 연구의 결론은 브랜드가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있어 의미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타이트 CEO는 이어 패션 브랜드의 중고판매 전략에 대한 과장을 경계할 것을 강조했는데요.
보고서는 브랜드별로 다음의 솔루션을 제언했습니다.
1️⃣ 명품·아웃도어|중고판매 적극 권고
명품과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중고판매는 유의미한 탄소배출 감축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중고제품에서 수익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경우, 신제품 생산을 줄이면서도 매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2️⃣ 애슬래저·중간대|중고판매 효과 제고 전략 필요
애슬레저와 중간대 브랜드의 경우에는 중고판매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전략이 필요합니다. 보고서는 내구성·디자인·장인정신 등을 추구해 제품의 가치를 높일 것을 제언했습니다.
3️⃣ 패스트패션|중고판매 外 탈탄소화 권고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에게 중고판매가 아닌 탈탄소화 해결책을 선택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수명이 짧은 제품의 폐기물 및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단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여기에는 공급망 탈탄소화, 소재 혁신, 재활용 용이성 등이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