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이 기후대응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약속했으나 정작 이행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9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WSJ은 “기업들이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배출량을 감축하기로 약속한 것보다 어렵단 것이 입증됐다”고 꼬집었습니다.
배출량 감축 비용 부담과 기술 정체가 발목을 잡을뿐더러, 탄소상쇄배출권에 대한 기업들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단 것이 WSJ의 진단입니다.
공급망 탄소중립 선도했던 아마존, 탄소상쇄 아닌 탄소제거로 눈돌려 👀
일례로 다국적 기업 아마존(Amazon)은 지난 5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출하량의 50%를 탄소중립으로 만들겠단 약속을 철회했습니다.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해당 목표를 10년 연장해 오는 2040년까지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존이 목표를 돌연 포기한 이유는 전자상거래 사업이 빠른 배송을 위해 대규모 항공운송에 의존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아마존의 기간 연장에 대해 WSJ은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감축 이행 방안이 발표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WSJ은 아마존이 지난 8월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출하지 않은 120여개 기업에 포함됐단 점도 꼬집었습니다.
회사 내 세계 지속가능성 담당 책임자 겸 부사장인 카라 허스트는 “SBTi가 아마존과 같이 복잡하고 고성장하는 기업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 대신 아마존은 DAC(직접공기포집) 같은 탄소제거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허스트 부사장은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지난 14일(현지시각) DAC 기업 1포인트파이브(1PointFive)의 첫 번째 DAC 시설에서 향후 10년간 탄소제거배출권 25만 톤을 사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관련해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아마존이 DAC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단,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1포인트파이브는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텍사스주에 ‘스트라토스(Stratos)’라 불리는 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WSJ, 2023년 상반기 세계 탄소상쇄배출권 구매 수요 전년 대비 9% ↓ 📉
WSJ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전 세계 탄소상쇄배출권 구매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습니다. 탄소상쇄배출권 가격 또한 떨어진 것이 확인됐습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같은기간 배출권 구매 수요가 6%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WSJ은 산림조성이나 풍력발전 같은 프로젝트들의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배출권 시장에 대한 기대가 냉각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이하 쉘)은 지난 6월 탄소상쇄 개발 계획을 중단했습니다.
당초 쉘은 2030년까지 산림조성 등 탄소상쇄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20만 개의 배출권을 확보해 배출량을 10%가량 줄일 계획이었습니다. 허나, 탄소상쇄 개발을 중단함에 따라 배출량 감축 계획도 무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연간 1억 달러(약 1,366억원)를 탄소상쇄배출권에 쓰려던 계획도 포기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델타항공 등 항공사 3사 배출권 구매 축소…SAF 등 탄소제거 기술 투자 ↑ ✈️
제트블루(JetBlue)·이지젯(easyJet)·델타항공(Delta) 등 항공사 상당수는 탄소상쇄배출권 구매를 줄인 실정입니다. 항공사들도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연료 사용을 당장 줄이기 어려운 만큼 탄소상쇄배출권 구매가 그간 필수로 여겨져 왔습니다.
탄소거래시장 전문조사업체 트로브리서치(Trove Research)에 따르면, 이들 3개 항공사는 2020년 이후 VCM에서 전체 탄소상쇄배출권의 약 15%를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을 기점으로 항공사 3사 모두 탄소상쇄배출권 구매를 줄인 상황입니다.
영국 대형 저가항공사인 이지젯은 지난해 9월 탄소상쇄배출권 구매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상태입니다. 2021년 영국광고표준위원회(ASA)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조사를 받은 지 1년여만입니다.
델타항공의 경우 지속가능한항공연료(SAF)로 눈을 돌린 상태입니다. 델타항공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인 아멜리아 델루카는 10년 이내 SAF 쪽으로 재원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델루카 CSO는 이어 “탄소상쇄는 2020년에는 (항공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면서 “(항공업계가)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계속 변경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트블루와 이지젯 역시 SAF 등 신기술에 투자를 이어가는 모양새입니다.
👉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탄소상쇄 대신 탄소제거(CDR)배출권에 투자 이어져
“공급망 대란도 찬물 끼얹어”…WSJ “기업들 약속 과소 이행” 📊
WSJ은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각종 원자재 비용이 상승한 것도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습니다.
공급망 위기 속에 연이은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재생에너지 전환이 다소 정체됐단 설명입니다.
여기에 일부 정치적 압력도 기업들의 탄소중립 약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6월 넷제로보험연합(NZIA) 회원사 중 15곳이 탈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설립된 NZI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보험사 간의 협의체입니다. NZIA는 5년 주기로 감축 목표를 정하고 매년 감축 현황을 보고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허나, 미국 공화당 주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치적 논쟁의 여파로 기존 30개 회원사 중 18곳이 탈퇴했습니다.
NZIA 상위 협의체인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GFANZ는 신규 석탄금융 투자를 금지 목표를 이유로 일부 회원을 잃은 바 있습니다.
커시트 라베넬 GFANZ 수석 고문은 정치적 압력과 그에 따른 혼란이 “골치 아픈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라베넬 수석 고문은 “매년 이러한 역풍을 맞고 지연이 발생한단 것은 향후 몇 년간 더 많은 지점을 보완해야 한단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WSJ은 “기업들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내걸고, 과소하게 이행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제는 장기적인 목표에 헌신하겠다며 되려 후퇴하는 것이 냉정한 결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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