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테슬라’로 떠오른 베트남 전기차 스타트업 빈패스트, “차세대 테슬라 vs 반짝 루키?”

‘차세대 테슬라’로 주목받는 베트남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빈패스트(Vinfast)가 오는 2026년 생산을 목표로 인도네시아에 신규 공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 총 12억 달러(약 1조 5,9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중 2억 달러(약 2,600억원)를 우선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연 3~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앞서 빈패스트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각) 미 장외주식시장 나스닥(NASDAQ) 상장에 성공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과대평가를 받고 있단 지적도 나옵니다.

빈패스트가 베트남의 테슬라가 될 수 있을지, 그리니엄이 관련 소식들을 살펴봤습니다.

 

2017년, ‘반값 테슬라’로 혜성 같이 등장한 빈패스트 ☄️

베트남 대기업 빈그룹이 2017년 9월 설립한 전기차 스타트업 빈패스트.

사실 빈패스트는 전기스쿠터와 내연기관차 생산 기업으로 출발했습니다. 당시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회사는 급속하게 성장, 2018년 첫 양산차를 생산합니다.

이후 2021년 10월에 빈페스트 최초의 전기차인 ‘VF e34’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빈패스트는 돌연 내연차 생산을 중단하고, 100%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식 선언합니다. 첫 내연기관 양산차를 생산한 지 불과 4년만의 일입니다.

실제로 선언 직후인 그해 7월 빈패스트는 내연차를 단종시키고 생산시설도 폐쇄하며 전기차 생산 및 수출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3에서 빈패스트 전기차 모델 VF8이 전시됐다. ©Vinfast

상당수 기업이 내수시장을 공략한 후 해외 시장을 노리는 반면, 빈패스트는 해외 수출에 먼저 나섰단 점이 특징입니다.

베트남 인구가 1억 명이나 이는 해외 시장에 비하면 작을뿐더러, 베트남의 주요 이동수단이 이륜차란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빈패스트는 작년 5월 미국 및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6개 빈패스트 판매지점이 개장하며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이 시작됩니다. 베트남 하이퐁에서 생산된 전기차 999대가 그해 11월 미국으로 수출됐습니다.

베트남 최초의 토종 전기차 기업의 최초 미국 수출이란 점에서 주요 외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빈패스트의 전기차는 테슬라 주력모델과 비교해 거의 반값이란 점에서 미국인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출시 당시 빈패스트의 ‘중형 SUV’ 가격은 4만 달러(약 5,300만원)가량으로, 테슬라의 ‘모델Y’가 6만 6,000달러(약 8,770만원)였던 것에 비하면 40%가량 저렴한 셈입니다.

 

▲ 현지시각으로 지난 7월 28일 빈패스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전기차 생산시설 건설을 착공했다. 베트남에 이은 두 번째 생산시설이다. ©Vinfast

빈패스트가 주목받는 3가지 이유|가격·속도·비전 🎯

앞서 언급한대로 올해 8월 빈패스트는 미국 증권거래소(SEC)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2022년 12월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빈패스트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됐습니다.

빈패스트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 바로 공격적인 전략에 있습니다. 크게 3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가격

첫 번째 전략은 저렴한 가격입니다. 빈패스트의 전기차 가격은 테슬라의 반값에 비견됩니다. 여기에 빈패스트는 자체적인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통해 가격을 더욱 낮췄습니다.

빈패스트는 전기차 가격의 가장 큰 부분이 배터리란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고객이 배터리를 구입하는 대신, 월간 구독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초기 구매비용 부담을 덜었습니다.

배터리 수리와 유지 보수, 무료 교체까지 빈패스트가 책임진다는 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입니다.

 

2️⃣ 속도

기업 자체가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점도 이목을 끕니다.

빈패스트 창립자인 팜 낫 브엉(Pham Nhat Vuong) 빈그룹 회장은 건조라면으로 시작해 자동차 산업에는 일면식도 없던 인물이었습니다.

2021년 첫 전기차를 출시한 이후 단 4년 만에 미국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한 것.

 

3️⃣ 비전

지난해 빈패스트는 향후 6년 이내에 전 세계에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생산기지를 건설 중입니다. 이 공장에는 빈그룹이 20억 달러(약 2조 6,500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6년에는 베트남·미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3번째 생산시설을 세울 계획입니다.

 

 

3주천하로 끝난 ‘업계 3위’ 타이틀…“과대평가 우려 나와” 📉

그러나 급성장하는 빈패스트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빈패스트의 실적이 높은 주가를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일례로 빈패스트가 2021년 12월 첫 모델을 출시한 뒤, 2022년 한해 판매한 전기차 수는 2만 4,000대에 불과합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1만 1,300여대로, 올 한해 판매 실적은 최대 4만 대가량으로 전망되는 상황입니다.

반면, 빈패스트의 영업 손실은 작년 한해에만 21억 달러(약 2조 7,80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 5월 첫 미국 수출 전기차 전량에 대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리콜 조치를 내리며 품질 이슈도 불거졌습니다. 전기차 내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중요한 안전 정보가 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주가 또한 기업 가치에 대한 투자가 아닌 투기 수요가 몰리며 과열됬단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빈패스트는 주가 82.35 달러·시가총액 1,586억 달러(약 212조원)로 정점을 찍은 뒤 급락했습니다.

현재 10달러 대를 오가는 모습에는 투자자들의 불안이 반영돼 있습니다.

 

▲ 미국의 전기트럭 스타트업 리비안 또한 2021년 기업공개 이후 잠시 폭스바겐의 시총을 뛰어넘으며 차세대 테슬라로 주목받은 바 있다. ©Rivian

차세대 테슬라 vs 또 다른 리비안, 결과는 지켜봐야 👀

더욱이 최근 빈패스트의 판매 실적 대부분이 내부거래에서 비롯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충격을 줬습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자매지이자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빈패스트의 2023년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의 60% 이상이 빈그룹 산하 전기택시기업 'SM그린택시(GSM)에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빈그룹이 SEC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빈패스트의 시장 수요가 더 적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빈패스트 전기차에 대해 불편한 승차감과 조작감, 낮은 품질 등을 토로하는 소셜미디어(SNS) 및 커뮤니티 후기가 이를 반증합니다.

빈패스트가 차세대 테슬라가 아니라, 차세대 테슬라를 표방했던 여타 전기차 기업들처럼 반짝하고 말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미 전기트럭 스타트업 리비안(Rivian) 또한 2021년 기업공개(IPO) 이후 잠시 폭스바겐 시총을 뛰어넘었지만 이후 급락했고, 2023년 현재도 고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까닭 역시, 선례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50년 전 한국의 현대차그룹 또한 지금 자동차 선진국에게는 베트남의 빈패스트와 다를 바 없는 기업이었을 겁니다. 또 2003년 고작 100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테슬라의 전기차는 여전히 승차감과 품질 면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는 상황.

빈패스트가 현재의 기대와 우려를 뚫고 동남아시아의 차세대 테슬라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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