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위해 ‘기후동행카드’ 선보인 서울시…“온실가스 감축 가능할진 좀 더 따져봐야”

‘K-패스’와 정책 중복 논란도

서울시가 일회용 플라스틱 및 온실가스 감축 강화에 앞장서는 모양입니다.

지난 7일 서울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시범 도입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오는 2025년부터 서울시에도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어 1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월 6만 5,000원만 내면 서울 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공개했습니다. 가계부담을 더는 동시에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끌어올려 교통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끌어낸단 목표입니다.

서울시가 순환경제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기후대응을 선도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나, 인천시·경기도 등 인접 지자체는 일방적 발표라며 ‘행정이기주의’라고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그리니엄이 2편에 걸쳐 서울시의 정책을 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월 6만 5000원으로 무제한으로 대중교통 이용 가능한 ‘기후동행카드’ 💳

서울시는 월 6만 5,000원으로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서울 권역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서울 승차-타지역 하차의 경우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타지역 승차-서울 하차의 경우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지하철 노선은 서울 시내에서 승·하차하는 지하철 1~9호선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이 해당합니다. 민영철도인 신분당선은 제외됩니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기후동행카드를 시범 판매하고, 이후 보완을 거쳐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는 3,000원 실물카드를 구매하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다음 월 6만 5,000원을 충전하면 됩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1일 시청에서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 기후동행카드 도입에 대해 기자설명회를 갖고 있다. ©서울시

지난 11일 오 시장은 시청 브리핑룸에서 “따릉이와 리버버스(수상버스)까지 염두에 둘 것”이라며 “모든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통합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동행카드 출시 배경으로는 서울시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급감이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2019년 65.6%에 달했던 서울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2021년 52.9%로 떨어졌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정책으로 연간 1만 3,000대가량의 승용차 이용이 감소하며, 연간 3만 2,000톤의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 ‘기후동행카드’ 추진에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사업과의 정책 중복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기후동행카드 시작부터 인근 지자체 반발…‘K-패스’와 정책 중복 논란도 🤔

그러나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기후동행카드는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서울시 인접 지자체인 인천시와 경기도에선 서울시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발했습니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11일 “2,600만 수도권 교통 문제를 사전협의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일방 추진하는 것에 분명하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또한 서울시의 운영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일방적 발표에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서울시 대중교통 업계도 난색을 표했습니다. 수도권 지하철 일부 구간을 운영 중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같은날 서울시와 기후동행카드 관련 합의를 한 것이 없단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서울시는 이에 대해 “(그간 코레일과) 여러 차례 실무협의를 해왔다”며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에 코레일이 참여하는 것으로 하고 시스템 개발 등을 논의해 왔다”고 반박했습니다.

 

▲ 서울시가 내놓은 기후동행카드는 지난해 독일의 9유로 티켓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다. ©서울시

한편, 국토교통부가 국비와 지방비를 공동 투입해 추진하는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사업(가칭 K-패스)’ 사업과 중복 문제도 제기됩니다.

K-패스는 월 일정 횟수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출 금액을 돌려받는 사업입니다. 기존의 ‘알뜰교통카드 사업’과 유사하지만 보행·자전거 이동거리 기준을 없애 이용 편의성과 적립률을 높였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당초 2024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지난 1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해 “기후동행카드는 ‘건전한 정책 경쟁’이라며, 이는 소비자의 선택의 문제”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사전 협의에 대해서는 “인천시와 경기도까지 함께 논의를 완벽히 마쳐서 시작하려면 아마 올해 중에 시작 못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일부 전문가들은 무제한 교통권 도입이 탄소배출 저감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Agora verkehrswende

독일 D-티켓, 뜨거운 호응에도 “효과성 갑론을박” 💬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지난해 독일 정부가 월 9유로(약 1만 2,000원) 대중교통 한달 무제한 교통권을 출시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입니다.

서울시는 독일 정부의 월 9유로 교통권이 고물가·기후대응 정책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도 낮은 가격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을 도입해 가계부담과 교통혼잡 나아가 기후위기에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앞서 독일 정부는 9유로 교통권의 호응을 바탕으로, 올해 4월 월 49유로(약 7만원)의 ‘도이칠란드 티켓(D-Ticket)’을 공식 출시했습니다.

당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D-티켓이 기후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생각해낸 최고의 아이디어 중 하나”라 극찬했습니다.

그러나 무제한 교통권이 실질적인 탄소배출 저감으로 연결되는가에 대해선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해당 정책을 최초로 시도한 독일에서는 무제한 교통권이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 독일 정부는 월 49유로로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드 티켓’을 공식 출시했으나 이후 대중교통 내 승객이 몰림에 따라 예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IVU

대중교통 수용력 개선·지속가능한 예산 편성 등 종합 고려 필요 🤔

지난 8월 독일 기후변화 전문가 협의회는 독일 연방환경청에 D-티켓이 운송 부문의 배출량 감소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보고서는 대중교통 수용량 한계와 승객 증가가 맞물림으로 인한 대중교통의 편의성 및 매력 감소 등이 고려되지 않았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쉽게 말해 현 대중교통의 승객 수용력을 개선하지 않은 채 이용객만 늘어날 경우 과밀화로 인해 사람들이 기피한단 것.

이어 독일 교통부의 예측이 “과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꼬집었습니다.

독일 기후 싱크탱크 ‘아고라 베르케스벤데(Agora Verkehrswende)’는 9유로 티켓 같은 무제한 교통권이 되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을 지적합니다.

자동차 이용객이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이동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기관은 비용 절감을 넘어 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산을 누가 얼마나 언제까지 부담할 것인지도 문제입니다.

독일 D-티켓 출시 직후 독일 교통부와 일부 주정부는 예산 부담을 호소하며 교통권 가격을 인상해야 할 수 있단 점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교통 부문을 관리하는 헤럴드 루이터스 이사 또한 유로뉴스에 “대중교통 예산과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며 “서비스를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무제한 교통권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자동차의 대중교통 전환을 독려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단 제언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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