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 뉴욕시 탄소세 대비책으로 부상…“낮은 비용·설치 편리성으로 건물주 부담 ↓”

고비용·설치 복잡 문제 역시 공존

미국 뉴욕시가 내년부터 일정량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건물을 단속하고 세금을 부과할 계획입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시 건물주들이 시정부의 탄소배출량 규제를 앞두고 ‘탄소세 납부’‘건물 에너지 환경 개선’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탄소세 대안으로 제시된 건물 에너지 효율화 공사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아 건물주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건물 공실률과 고금리까지 겹치며 건물주들의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공실률·고금리에 탄소세까지 부담해야 할 건물주들이 비용 문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 건물주들은 건물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포집 장비를 설치하는 등 나름의 방안을 찾아가며 탄소세 부과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그리니엄이 뉴욕시의 탄소세 부과와 이에 대한 건물주들의 대응 현황을 2편으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건물주,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 교체 비용 부담…“장기적으론 경제성 ↑” 💰

2024년부터 뉴욕시에는 ‘로컬법 97호(Local Law 97)’에 따라 특정 한도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한 건물에 탄소세가 부과됩니다.

탄소세 부과 적용 대상은 약 2만 5,000ft²(제곱피트) 이상의 주거·상업용 건물. 다세대 주택·사무실·병원 등 뉴욕시 내 4만여개 주거·상업용 건물이 탄소세 부과 대상이 될 것으로 뉴욕시는 전망합니다.

탄소세 납부 대상에 해당하는 뉴욕시 건물주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석유·가스 보일러를 고효율·친환경 장치로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그러나 보일러 교체 시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건물주들은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번 탄소세 정책이 건설업과 건물주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단 긍정적인 시각도 나옵니다.

비영리단체 도시녹색위원회(Urban Green Council)는 뉴욕시 건물주들이 탄소세 부과를 기점으로 배출량을 줄이고자 건물을 친환경적으로 개조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향후 10년간 건물 개조와 관련된 시장이 200억 달러(약 26조 7,2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위원회는 내다봤습니다.

한마디로 건물 공사 시 비용이 발생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선 건물주에게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단 것.

 

▲ 히트펌프가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하는 방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뉴욕시 건물주들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쉽게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good energy

히트펌프, 건물 내 배출량 감축 방안 부상…“고비용·설치 복잡 문제 공존” ⚡

세계그린빌딩협의회(WGBC)에 의하면, 건물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의 약 28%가 냉난방·전력 사용 등 건물 운영 과정에서 나옵니다.

뉴욕시의 경우 시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중 71%가 건물에서 나옵니다. 즉, 거주자가 건물을 사용하며 발생시키는 배출량을 줄여나가야 한단 것.

이 때문에 뉴욕시 건물주들은 탄소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히트펌프(Heat Pump)에 주목합니다.

히트펌프는 겨울철에는 실외의 열을 흡수해 실내로 들이고, 여름철에는 실내 열을 흡수해 실외로 배출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화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강조한 바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가정용 히트펌프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보조금은 최대 최대 8,0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히트펌프는 설치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건물 일부를 개조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어 건물주에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뉴욕시 퀸스의 ‘글렌 오크스 빌리지(Glen Oaks Village) 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인 밥 프리드리히는 “아파트 단지 내 94개 화석연료 보일러를 전부 히트펌프로 교체하려면 약 1,000만 달러(약 133억 6000만원)의 거금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적 보존 가치가 높거나, 건물이 오래됐을 경우 히트펌프 설치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워싱턴하이츠(Washington Heights)’ 리조트 이사회 의장인 크레이크 하트는 “우리 건물은 뉴욕시 랜드마크 구역에 위치해 건물 개조 시 제한이 많다”“히트펌프를 설치할 순 있지만 건물 개조에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우려했습니다.

 

👉 냉난방 시스템 ‘전기화’로 전환한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그랜드 티어’는 탄소세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탄소포집 스타트업 카본퀘스의 탄소포집기기를 설치했다. ©CarbonQuest

뉴욕시 고급 아파트, 건물 보일러에서 CO₂ 포집해 배출량 25% ↓ 📉

그렇다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건물을 개조할 필요 없이 탄소배출량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요?

그 대안으로 기존 보일러 시설을 개조하지 않고 ‘탄소포집’ 설비를 설치해 배출량을 감축하는 방법이 제시됩니다.

이미 뉴욕시에서는 건물 내부에 탄소포집기를 설치해 배출량을 감축하고 탄소세에 대비한 사례가 있습니다.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그랜드 티어(Grand Tier)’가 대표적입니다. 이 건물은 맨해튼 대표 부촌 지역인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위치한 30층짜리 건물로, 탄소세 부과 대상입니다.

2021년 그랜드 티어는 건물 지하에 있는 보일러실에 파이프와 압축기로 구성된 탄소포집기를 설치했습니다.

건물 소유주인 뉴욕시 고급 아파트 임대업체 ‘글렌우드 매니지먼트(Glenwood Management)’는 “2024년부터 시행되는 탄소세에 대비하고 부담을 덜기 위해 탄소포집기를 놓았다”고 설명했습니다.

 

▲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카본퀘스트는 건물 내 가스 보일러에서 포집된 CO₂를 영하 10℃에 액화시킨 금속탱크에 보관한다. ©CarbonQuest

그랜드 티어에 설치된 탄소포집기는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카본퀘스트(CarbonQuest)가 설치한 것입니다.

2019년 설립된 카본퀘스트는 보일러 시설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정화한 후 이산화탄소(CO₂)만 분리하는 탄소포집기를 개발했습니다.

건물에서 포집된 CO₂는 영하 10℃에서 액화된 후 건물 내 금속탱크에 보관됩니다.

카본퀘스트는 이같은 방식으로 “그랜드 티어 보일러에서 배출된 CO₂의 약 60%를 포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건물에서 발생한 전체 배출량을 25%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단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덕분에 뉴욕시가 설정한 건물 내 배출량 한도를 지킬 수 있다고 카본퀘스트는 강조했습니다.

 

탄소포집으로 연간 1억여원 탄소세 절감…“저비용·설치 편리 등 장점” 🏨

탄소포집기는 히트펌프와 달리 건물을 개조하지 않고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카본퀘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브라이언 아스파로는 뉴욕타임스(NYT)에 “(자사의 탄소포집기) 설치 비용은 히트펌프에 약 20%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아스파로 COO는 이어 “탄소포집을 통해 배출량을 감축하면 연간 약 10만 달러(약 1억 3,300만원)의 탄소세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 그랜드 티어는 카본퀘스트의 탄소포집기기를 통해 연간 10만 달러의 탄소세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CarbonQuest

그랜드 티어 건물 소유주인 글렌우드 매니지먼트의 수석부사장인 조쉬 런던은 “건물 배출량 감축에 있어 탄소포집 방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화석연료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교체하는 방법을 고려했으나, 전기 배선 재배치 등 건물을 개조하는 것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 히트펌프가 과연 뉴욕시의 전력망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런던 부사장은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글렌우드 매니지먼트는 뉴욕시 내 다른 5채 건물에도 탄소포집기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런던 부사장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화 건물’을 운영하는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탄소포집기가 건물 전기화 전환에 필요한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다만, 그랜드 티어가 구입한 탄소포집기의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미국 콘크리트 제조업체 글렌우드 메이슨은 그랜드 티어의 보일러에서 포집한 CO₂를 구입해 콘크리트 벽돌로 만들고 있다. ©CarbonQuest, 유튜브 캡처

“건물 보일러에서 포집된 CO₂ , 콘크리트 벽돌로 재탄생” 🧱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거용 건물에서 탄소포집이 이뤄질 시 포집된 CO₂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일례로 지난 2020년 미국 미시시피주 사타티아 지역에서 CO₂ 파이프라인이 파열돼 300명 이상이 대피하고 약 45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위 사례는 주거용 건물에서 발생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뉴욕시에선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물 지하에서 탄소포집이 이뤄지고 있어 안전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것.

이에 대해 카본퀘스트는 포집된 CO₂가 안전하게 처리되고 이송된단 점을 피력합니다.

그랜드 티어에서 포집된 액화 CO₂ 의 경우 미국 콘크리트 제조업체 ‘글렌우드메이슨(Glenwood Mason)’이 구매해 콘크리트 벽돌 제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CO₂를 시멘트와 섞어 탄산칼슘으로 변환한 덕분입니다. 이 기업은 그랜드 티어에서 포집한 CO₂로 벽돌을 만들어 순환경제를 창출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사측은 콘크리트에 CO₂를 가둬, 벽돌이 부서져도 CO₂가 방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컬럼비아대 산하 ‘컬럼비아 기후 학교(Columbia Climate School)’의 화학자인 클레어 넬슨 박사는 “CO₂가 탄산칼슘과 같은 광물 상태가 되면 섭씨 900℃로 가열하지 않는 재방출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 보일러에서 탄소포집해 ‘비누’ 만든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 뉴욕시는 2008년부터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건물주에 재산세를 감면해 오고 있다. ©Government of New York City

뉴욕시, 태양광 패널 설치한 건물주 집중 지원 🗽

한편, 뉴욕시는 도시 차원에서 건물들이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지원 중입니다. 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건물 에너지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일례로 뉴욕시 건축부와 재무부는 2008년부터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건물주에 한해 재산세를 감면하고 있습니다.

건축부가 지원을 승인한 건물주는 4년간 태양광 패널 설치 비용의 5%에 해당하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2024년 1월 1일 이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 한정해 적용되는 조치입니다.

뉴욕시 에너지효율공사(NYCEEC)는 건물주가 건물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할 경우 대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NYCEEC는 미국 내 최초 지역 녹색은행입니다.

구체적으로 NYCEEC는 직접 대출을 통해 건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려는 건물주를 지원합니다. 기관·주거·상업용 건물의 소유주들이 지원 대상이며, 최소 20만 달러(약 2억 6,680만원)부터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44층 높이의 주거용 건물 ‘100 플랫부시’의 건설 모습. ©Michael Young

이러한 맥락에서 ‘태양광’을 탄소배출량 감축 방안으로 선택해 탄소세 대비에 나선 건물도 있습니다.

바로 뉴욕시 브루클린에 위치한 주상복합건물 ‘100 플랫부시(100 Flatbush)’입니다. 44층 높이의 이 건물 역시 3만ft² 면적의 상가가 포함돼 탄소세 부과 대상입니다.

건물 소유주인 뉴욕시 부동산 개발업체 ‘얼로이 디벨롭먼트(Alloy Development)’는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받으며 건물을 완전히 전기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7MW(메가와트) 규모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주 건물 탄소세 모아보기]
① 2024년부터 뉴욕시 건물주, ‘탄소세’ 내야
② 탄소포집, 뉴욕시 탄소세 대비책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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