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가죽으로 잘 알려진 균사체 기반 가죽, 일명 버섯가죽이 오는 20일을 기점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을 만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체소재 전문 기업 마이코웍스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버섯가죽 공장이 오는 9월 20일(현지시각)부터 생산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공장은 13만 6,000제곱피트(ft²)의 면적으로, 연간 수백만 ft²의 버섯가죽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유명 명품브랜드 에르메스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회사 현 이사인 패트릭 토마스는 “지금이 명품산업이 기다려온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토마스 이사는 버섯가죽이 수년간 아이디어로만 존재했지만, “이제 공급문제가 해결됐으므로 (패션)브랜드는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마이코웍스의 공장 가동 소식은 버섯가죽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나온 희소식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됩니다.
2007년 실험예술에서 탄생한 버섯가죽…“패션업계 구세주로 등극” 🍄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알려지면서 대체단백질과 함께 성장한 산업, 바로 대체가죽입니다.
그중 버섯가죽은 바이오 기반인 동시에 수직농장을 통해 토지와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버섯가죽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 기존 가죽과 비슷한 느낌을 구현했단 점 덕에 패션기업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사실 버섯가죽의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기한 사람이 바로 회사 공동창립자이자 실험 아티스트인 필립 로스입니다.
그는 1990년대부터 균사체를 활용해 여러 디자인과 건축소재 등을 개발해왔습니다. 2007년 그는 전시를 준비하던 중, 예술가이자 영문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소피아 왕을 만나게 됩니다.
대체소재로서 버섯의 상업화 가능성을 발견한 두 사람은 2013년 마이코웍스를 설립합니다.
플라스틱 제거한 비건가죽 ‘레이시’, 에르메스·GM 주목해! 👀
그렇다면 버섯이 어떻게 가죽으로 재탄생한 걸까요? 그 답은 균사체의 구조에 있습니다.
사측은 버섯의 갓과 기둥이 아닌, 솜털 같은 균사체를 사용해 가죽을 만듭니다.
버섯의 균사체를 기르면 가는 실이 얽히면서 부풉니다. 이를 압착 가공하면 가죽과 유사한 질감의 소재가 탄생합니다. 균사체는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불과 2주안에 수확이 가능합니다.
로스 공동설립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소재에 처음 사용한 버섯의 일본 이름을 따서 ‘레이시(Reishi·영지버섯)’라 이름 붙였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레이시의 탄소배출량은 제곱미터(㎡)당 2.76kg에 불과합니다.
기존 소가죽의 탄소배출량이 110㎏/㎡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습니다. 더불어 필요한 넓이로 생산할 수 있어 원단 폐기물도 줄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측은 비건가죽에서 흔히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존 가죽을 대신하기 위해 바나나껍질·망고껍질·선인장 등 다양한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비건가죽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버섯가죽을 포함해 이러한 비건가죽 대부분이 사용성과 강도를 높이기 위해 플라스틱을 코팅이나 첨가물로 사용한다는 것.
마이코웍스는 균사체 생산 공정을 혁신해 플라스틱 없는 버섯가죽 구현에 성공했습니다. 균사체가 정교한 구조를 형성하면서 성장하도록 조정해 강도와 내구성을 높였습니다.
사측은 이를 ‘미세 균사체(Fine Mycelium)’ 공정이라고 부릅니다. 협력 제혁소와 협업해 가죽 가공(무두질)에 필요한 식물성 화학물질을 자체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가죽소재의 주요 고객인 패션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에르메스와 함께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 프랑스 고급 가구기업 라인로제트 등이 마이코웍스의 고객으로 합류했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신발에 이어 2번째로 가죽이 많이 사용되는 분야입니다. 매튜 스컬린 회사 CEO는 2021년부터 새로운 전기차 출시가 증가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문의가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라이벌 사업 중단 선언에 흔들린 버섯가죽, 업계 향방은? 💰
그러나 버섯가죽 산업이 탄탄대로만 밟아온 것은 아닙니다.
지난 7월 버섯가죽 선도 기업인 볼트스레드(Bolt Thread)가 돌연 버섯가죽 사업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버섯가죽 산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2021년 9월, 볼트스레드가 상업적 생산 준비가 됐다고 밝힌 지 2년만의 일입니다.
2009년 설립된 볼트스레드(Bolt Threads)는 마이코웍스와 함께 버섯가죽의 상용화에 앞장서온 양대 기업입니다.
가장 먼저 버섯가죽을 개발하기 시작한 기업은 마이코웍스이나, 세계 최초로 버섯가죽 브랜드를 만든 곳은 볼트스레드입니다. 볼트스레드는 2018년 버섯가죽 브랜드 마일로(Mylo)를 공개하며 대중의 주목을 끕니다.
2021년 3월에는 마이코웍스가 에르메스와 최초의 버섯가죽 가방, 볼트스레드가 스텔라매카트니와 최초의 버섯가죽 의류를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양사는 라이벌로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던 와중 볼트스레드가 돌연 사업 중단을 선언한 것.
댄 위드마이어 볼트스레드 CEO는 “시간과 투자 자본”이 부족했다며, 기존 진행하던 실크 대체품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볼트스레드가 조달한 총 자금은 3억 3,400만 달러(약 4,460억원)에 달했습니다.
마이코웍스, ‘두 번째 장벽’ 극복할 수 있을까? 🏭
버섯가죽 산업이 이대로 침체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던 상황.
이러한 업계 상황 속에서 마이코웍스는 첫 상업 규모 공장의 준공 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스컬린 CEO는 “수십년간 대체가죽은 제품 품질과 규모 확장이란 두 가지 장벽”에 부딪쳐 왔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 장벽, 품질 개발은 비교적 쉽습니다. 많은 기업이 다양한 대체가죽 시제품을 개발하고 또 상용화 가능한 제품 개발에 성공합니다. 볼트스레드의 마일로와 마이코웍스의 레이시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기존 산업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시장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 만큼의 규모 확장이 필요합니다.
마이코웍스는 기존에 미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서 파일럿 공장을 운영하며 생산 역량을 쌓아왔습니다.
2021년 한해에만 균사체 1만 트레이, 약 5,000마리 분량의 가죽을 생산했습니다. 이어 2022년 1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상업화 규모의 공장 건설을 시작했는데요.
여기에는 작년 1월 시리즈 C 투자에서 조달한 1억 2,500만 달러(약 1,660억원)가 사용됐습니다. 이 투자에는 많은 기후·딥테크 벤처캐피털(VC)과 함께 SK네트웍스 또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SK네트웍스는 당시 2000만 달러(약 237억원)를 투자했습니다. 같은해 10월 GM이 지분투자 방식으로 시리즈 C 투자에 합류했습니다.
한편, 마이코웍스의 새로운 생산공장은 오는 9월 20일 공식 개장을 알릴 예정입니다. 신규 공장에서는 350여명의 직원이 연간 수백만 ft²의 버섯가죽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마이코웍스는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