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 끝낼 국제협약 초안 공개, 플라스틱 감축·순환디자인 등 담겨…“핵심쟁점 여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의 초안이 공개됐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유엔환경계획(UNEP)과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사무국이 ‘플라스틱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이하 플라스틱 협약)’의 초안(Zero draft)을 내놓았습니다.

초안은 오는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3)에서 논의됩니다.

당초 초안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INC-2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회의 일정이 지연되며 무산됐습니다.

이에 당사국들은 INC-3차 이전까지 초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했고, 그 결과 지난 4일 초안이 나온 것입니다.

갈등이 첨예한 만큼 이번 초안에서도 특정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여러 선택사항을 포함해 논쟁의 여지를 둔 것이 특징입니다.

 

플라스틱 재활용 vs 생산 감축…INC 사무국, 플라스틱 ‘감축’ 의지 드러내 💪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접근 방식으로 재활용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우선할 것인가. 플라스틱 협약의 첨예한 쟁점 중 하나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중국·미국 등 석유 및 플라스틱 주요 생산국은 재활용 우선 접근 방식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반면,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지지합니다.

한국의 경우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HAC)’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동시에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주요 수출국으로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INC-2 회의에 참여했던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의 한민영 심의관은 한국 정부가 “지속가능한 방식의 플라스틱 관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니엄이 살펴본 결과, 플라스틱 협약 초안은 “(각 국가는) 플라스틱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 오염을 예방, 점진적으로 감소 및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와 함께 독성 화학물질·일회용 플라스틱 등 고위험 플라스틱을 더 신속하고 단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점도 초안에 명시됐습니다.

 

▲ 지난해 2월 나이로비 UNEP 본부에서 열린 ‘플라스틱 탭’ 전시회 사진.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꼭지를 잠궈야 한다는, 즉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Ahmed Nayim Yussuf, UNEP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초안, “플라스틱 감축 위한 국가 계획 내놓아야 해” 📆

목표 연도 등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한 대신 여러 선택지가 제시됐단 점에서 한계란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초안 내 선택지에는 공통조항으로 “1차 플라스틱*의 수요와 생산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즉,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우선시하겠단 의지가 담긴 것입니다.

구체적인 이행 방안으로는 각 국가가 플라스틱 감축에 기여하기 위한 ‘국가 계획(National Plan)’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방식이 제안됐습니다.

세부적으로 국가 계획에는 ▲플라스틱 단계적 감축 ▲제품 디자인 및 성능 개선 ▲감축·재사용·리필·수리 증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구축 ▲폐기물 관리 ▲플라스틱 어구(漁具) 관리 ▲폐플라스틱 오염 완화 및 개선 ▲정의로운 전환 등에 대한 계획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관리기구’가 설치됩니다. 각국의 진행 상황은 해당 관리기구를 통해 공개적·정기적으로 보고돼야 합니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의 플라스틱 협약 이행을 돕기 위해 새로운 전용 기금을 설립하거나 “기존 금융 계약 내 전용 기금”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1차 플라스틱(Primary plastic): 화석연료를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으로, 버진 플라스틱(Virgin plastic)으로도 불린다. 반대로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2차 플라스틱 또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부른다.

 

▲ 동아프리카 케냐의 한 매립지에서 비공식 수거업자가 섬유 및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는 모습. ©Kevin McElvaney, 그린피스

순환경제·고위험 플라스틱 감축·정의로운 전환 등 담겨 📝

그중에서도 이번 초안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순환경제 ♻️

UNEP는 지난해 2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의 결의안에서부터 전주기 접근법을 강조했습니다.

즉, 폐플라스틱으로로 인한 오염에 대응하는 것에서 나아가, 플라스틱 생산부터 감축·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때문에 초안에는 제품 설계와 디자인 등 순환디자인 접근이 강조됐습니다. 각국이 국제기구와 협력해 제품 디자인 및 성능에 대한 표준 및 지침을 개발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2️⃣ 고위험 플라스틱 감축 🥤

1차 플라스틱에 대한 감축 목표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않은 것과 달리, 고위험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명확한 금지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인체·환경에 직접적인 오염을 일으키는 유해 화학물질을 포함하거나, 수명이 짧아 플라스틱 오염을 가중시키는 일회용 플라스틱 등이 그 대상입니다.

초안에는 이러한 문제성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각국이 별도로 규제해야 한다고 명시됐습니다. 또 각국은 이러한 제품의 생산 및 판매·유통·수입·수출을 감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와 별개로, 치약·바디스크럽처럼 의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제품의 생산 및 판매·유통·수입·수출은 금지됩니다.

 

3️⃣ 정의로운 전환 ⚖️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또한 초안 내 별도 항목으로 포함됐습니다.

각국이 플라스틱 협약을 이행할 때 여성과 아동, 청소년 등 취약계층을 고려 한단 것입니다. 이와 함께 협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집단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하며 포용적인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초안은 강조합니다.

여기에는 폐기물 수거 관련 비공식 부문 노동자의 공식화, 근로조건 개선, 교육 강화, 안전 제고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 INC 사무국이 공개한 플라스틱 협약 초안. 플라스틱 감축 목표로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UNEP

INC-3서 타오를 불씨…“구체적 수치·목표 설정 방식 등 쟁점 남아” 🔥

초안은 협약의 목표로 크게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습니다.

요약하면 ①글로벌 허용 생산·공급 기준 설정 ②글로벌 감축 목표 설정 ③국가별 감축 목표 설정 등입니다.

1안과 2안은 전 세계 공통의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구속력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1안은 하향식(Top-down)으로 생산 허용 기준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2안은 공통의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교토의정서의 방식과 유사합니다.

반면, 3안은 국가별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구속력이 비교적 낮습니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자율성이 높기 때문에 플라스틱 감축에 소극적인 국가들이 합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사국이 자국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 이행하는 파리협약의 방식과 유사합니다.

INC 사무국은 플라스틱 오염 해결의 복잡성을 고려해, 한 가지를 선택하는 대신 위의 접근방식을 조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1월 케냐 나이로비서 개최될 INC-3, 플라스틱 협약 향방 결정돼 🇰🇪

구체적인 목표 수치나 기한이 언급되지 않았단 점에서 오는 11월 INC-3 회의는 각축장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초안에 대해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긍정적 반응과 우려를 동시에 표했습니다.

노르웨이 국제법 아카데미의 국제조약전문가 매그너스 로볼드는 “석유화학업계는 초안을 더 약하고, 덜 구체적이고 덜 구속력 있게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 관리자 에이리크 린데비에르그 또한 성명을 통해 “국가들이 자발적인 선택을 하려는 유혹을 받는다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초안에는 강력한 조치부터 느슨한 조치까지 다양한 선택지와 가능성이 담겨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 현지 매체는 “(초안에는) 우리의 모든 꿈과 악몽이 담겨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번 초안은 오는 11월 13일부터 19일(현지시각)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INC-3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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