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후 빠른 성장세를 이어온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7년만에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1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주요 기업들의 탄소크레딧 구매 감소와 함께 산림 기반 탄소프로젝트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로 인해 2023년 한해 탄소크레딧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7년만에 탄소크레딧 수요 감소…“1월 베라 사태 영향 이어져” 📉
로이터통신이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기업들이 구매한 탄소크레딧이 올해 상반기 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다른 컨설팅 기업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Ecosystem Marketplace)’은 같은기간 탄소크레딧 구매 하락율이 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최근 연구들에서 여러 산림 보호 프로젝트가 약속한만큼의 탄소감축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단 점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올해 1월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언론 3사는 레드플러스(REDD+) 사업에서 베라(Verra)가 인증한 탄소크레딧의 94%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않는단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조사 결과는 지난 8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됐습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탄소크레딧 구매 수요에 직격타로 이어졌습니다. 베라가 세계 탄소크레딧의 75%가량을 승인하는 대표 인증기관이란 점에서 파장은 더욱 컸습니다.
세계 최대 탄소크레딧 거래소 중 하나인 엑스팬시브(Xpansiv)에 따르면, 올해 1분기(Q1) 삼림 기반 탄소크레딧 거래량은 대폭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거래량은 900만 톤으로 2022년 1분기 거래량인 4,700만 톤과 대비해 무려 80% 감소했습니다.
스티븐 도노프리오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 이사는 “탄소크레딧 관련 부정적 연구가 나오면서 일부 기업은 구매를 중단하고 어떤 크레딧을 구입해야 하는지 추가 지침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린워싱 단속 강화 속 기업들 탄소상쇄 중단 선언도 잇달아” 🚨
기업들이 탄소상쇄크레딧 구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탄소크레딧 수요가 감소한 것도 원입니다.
일례로 영국 대형 저가항공사인 이지젯(easyJet)은 작년 9월 탄소상쇄크레딧 구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2021년 영국광고표준위원회(ASA)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조사를 받은 지 1년만입니다.
앞서 이지젯은 2019년 세계 최초로 VCM에서 탄소상쇄크레딧을 구매했으나, 즉각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당국으로부터 그린워싱 혐의를 조사받았습니다.
지난 6월 식품기업 네슬레(Nestlé)는 일부 브랜드의 탄소상쇄크레딧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신 자체공급망과 운영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투자하겠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습니다.
같은달 패션브랜드 구찌(Gucci) 또한 탄소상쇄크레딧 구입을 중단했습니다. 동시에 탄소중립을 달성했다는 문구를 자사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찌는 해당 문구를 삭제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현재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달성하기 위해 기후전략과 약속(목표)을 검토하는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5월 유럽의회의 그린클레임 지침(GCD) 협상안이 타결되면서 유럽연합(EU) 내 탄소상쇄 관련 규정이 엄격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협상안에 의하면, 탄소상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친환경 주장은 엄격히 제한됩니다.
VCM 업계에서도 탄소상쇄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자발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CoP에 의하면, 기업은 VCMI의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탄소상쇄크레딧을 잔여배출량의 5~10% 이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