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술’의 성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최근 이 도시에서는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혁신을 일으킬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인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현지 디자인 기업 프라울스튜디오(Prowl Studio)가 샌프란시스코 내 지속가능성 관련 스타트업 12곳을 모아 연 ‘비콘(BEACON)’ 전시회 이야기입니다. 전시회 제목인 비콘은 우리말로 등대·봉화를 뜻합니다. 전시는 지난 7월 27일(현지시각) 단 하루 동안 진행됐습니다.
스튜디오와 함께 전시회를 주관한 투자사 바운쿤스트(Baukunst)는 “기후변화는 우리 세대의 가장 시급한 문화적 과제 중 하나”이며 “이를 극복하려면 더 나은 기술뿐만 아니라 영감을 주는 제품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 측은 소재과학부터 기술, 디자인, 시스템 등 여러 분야의 지속가능한 스타트업들을 선정했습니다.
즉, 이번 전시에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등대가 되어줄 혁신 스타트업들이 선정됐단 것.
해조류로 만든 플라스틱부터 휘는 배터리에 수생식물 재배 시스템까지. 너무 다양해서 한데 모인 이유를 알기도 어려울 정도인데요. 그리니엄이 4가지 테마로 정리해 안내하겠습니다.
첫 번째 테마는 ‘순환패션’입니다.
전시회에는 일반 옷과 다를 바 없는, 아주 평범한 바지가 걸려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이 옷은 신체 스캔과 로봇공학을 사용해 3D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해당 기술을 선보인 곳은 디지털 패션 스타트업 언스푼(Unspun)입니다. 언스푼은 베가(Vega)란 이름의 ‘3D 직조’ 기술이 사용됐다고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옷을 만드는 과정은 천 위에 옷 본을 뜨고, 그에 맞춰 조각을 잘라냅니다. 이후 바느질을 통해 조각을 옷으로 엮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옷 본을 잘라내고 남은 조각, 즉 스크랩(scrap)은 폐기물로 버려집니다.
여기서 언스푼은 로봇공학을 사용해 실에서 천을 건너 뛰고 바로 옷으로 직조함으로써 스크랩의 발생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더불어 3D 스캔을 통한 맞춤형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순환패션 스타트업인 아워카본(Our carbon)은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검정 염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염료 ‘아워카본 블랙’을 개발했습니다.
도시·농업·패션 폐기물 등 다양한 유기원료를 원료로 만들어 의류와 액세서리, 제품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테마는 ‘플라스틱의 순환’입니다.
플라스틱은 범용성이 높은 소재로 전 세계에서 막대한 양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해양으로 유출돼 자연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된 바이오플라스틱 스타트업 망고머터리얼즈(Mango Materials)와 스웨이(Sway) 그리고 생명공학 스타트업 인트로픽머터리얼즈(Intropic Materials) 모두 플라스틱 소재 생산에서 순환성을 높인 기업들입니다.
망고머터리얼즈는 온실가스인 메탄(CH4)에 미생물을 사용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웨이는 해조류를 사용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합니다.
특이하게도 인트로픽머터리얼즈는 효소를 함유한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했습니다. 효소는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플라스틱의 생분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발휘합니다.
반면, 순환소재 스타트업 마브(Maa’va)와 생명공학 스타트업 블룸바이오(BluumBio)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순환을 돕습니다.
마브는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콘크리트로 대체할 수 있는 건축자재를 개발 중입니다. 콘크리트는 대표적인 탄소다배출 소재입니다.
블룸바이오는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을 생물학적으로 정화(bio-remediation)할 수 있는 효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리니엄이 꼽은 가지 테마는 ‘식품’과 ‘에너지’입니다.
먼저, 애그테크 스타트업 파이토(FYTO)는 동물사료의 지속가능한 대체재로서 수생식물을 자동으로 재배하는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수경재배와 수직농장을 합친 것이 특징입니다.
가정기기 스타트업 밀(Mill)은 가정 내 음식물폐기물을 퇴비화·수거·재활용하는 기계를 선보였습니다.
혁신적인 에너지 디자인으로는 ▲안트로에너지(Anthro energy)의 구부러지는 배터리 ▲오렌지차저(orangecharger)의 아파트 전용 전기자동차 충전기 ▲라이트십(Lightship)의 최초의 전기 트레일러 차량(RV) 등이 전시됐습니다.
주최 측은 이번 전시회가 스타트업들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넓은 커뮤니티와 연결해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지속가능성 전시회가 열린 공간 또한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열린 곳은 샌프란시스코 해안가에 위치한 ‘빌딩 12’입니다. 이곳은 20세기까지 선박용 강판을 재단하는 공장으로 사용됐습니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시가 2011년 역사성과 지속가능성을 살리는 ‘피어 70 프로젝트(Pier 70 project)’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탄생했는데요.
기존 구조물을 개조함으로써 프로젝트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2100년 예측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지면에서 10피트(약 3m)를 높인 ‘적응형 재사용 프로젝트’였단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