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우리나라 국가 예산이 총지출 656조 9,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습니다. 올해 본예산보다 18조 2,000억 원(2.8%) 늘어났지만, 금년도 증가율(5.1%)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것입니다.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로 20년 만의 최소 수준입니다.
지난 29일 정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습니다.
정부가 예산지출을 최대한 억제한 이유는 세수 부족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 원가량 부족한 612조 1,000억 원 규모로 예측됩니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율은 올해 2.6%에서 내년에 3.9%까지 확대됩니다.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 달성 수단으로 제시한 재정준칙 한도(3.0%)를 지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통합재정수치(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수치로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산안은 오는 9월 국회에 제출되고, 이후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됩니다.
현재 야당을 중심으로 확정재정을 요구하는 만큼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증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가 편성한 2024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연구개발(R&D)과 교육 예산이 대폭 삭감됐습니다. 그 대신 외교통일, 보건·복지·고용, 국방 예산 등이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기후·에너지·환경 부문 예산은 어떨까요? 그리니엄이 2편으로 나누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2024년 정부 예산안서 에너지·공급망 관리 예산 ↑…세부 내용은? 📈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의 2024년 에너지 예산은 올해보다 늘어났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기후변화와 에너지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분야 및 사업별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예산 증감 비율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 예산은 소폭 증가에 그쳤습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집행된 보조금과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반면,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은 증액된 것이 특징입니다.
또 에너지안보 향상을 위한 자원관리와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예산도 늘어났습니다.
1️⃣ 에너지: 재생에너지 보조금 ↓, 원자력 지원 보조금 ↑ 💰
먼저 에너지 정책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예산안은 11조 2,214억 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전년도보다 1,477억 원 증가한 규모입니다.
에너지 분야 예산은 4조 7,969억 원으로 전년도 보다 10.3% 늘어났습니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에너지안보 강화와 원전생태계 복원 조기 완성, 에너지 효율성 향상 및 복지 확대”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재생에너지를 늘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전환(발전) 부문의 ‘에너지 신사업 육성’ 예산은 1조 5,203억 원에서 1조 4,792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 대신 ‘원자력 생태계 복원’을 위해 원전생태계 금융지원사업(1,000억 원)과 같은 새로운 사업이 신설됐습니다.
또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R&D 예산이 기존 38억 원에서 2024년 333억 원으로 증액됐습니다. ‘원전생태계 지원 사업’ 예산도 112억 원으로 올해보다 26.1% 늘어났습니다.
원자력 사업 예산 신설과 증액이 있었으나 에너지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4%에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재생에너지 등 부적정하게 집행된 보조금과 나눠먹기식 R&D 등은 과감히 구조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2️⃣ 공급망 관리: 핵심광물 비축 ↑, 소부장 국산 비중 ↑ ⛏️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자원 공급망 관련 예산도 올해 6,778억 원에서 2024년도 8,554억 원으로 26.2% 늘어났습니다.
리튬과 희토류 등 국가 핵심광물에 대한 비축을 대폭 확대에 공급망 불안정에 대비한단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광해광업공단 출자액은 2,331억 원으로 예산이 526% 확대됐습니다.
또 석유도 2025년까지 1억 배럴 비축을 목표로 비축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산자부는 밝혔습니다.
핵심광물 개발 및 활용을 위한 R&D 지원도 기존 30억 원에서 63억 원으로 증액됐습니다. 국내외 자원개발 사업의 지원규모를 늘리고, 정부의 보조·출자율을 높여 민간투자를 늘린단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는 올해 30%에서 내년 최대 50%까지, 유전개발사업융자도 올해 최대 40%에서 내년 최대 50%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밖에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내 생산 비중 확대 및 특정국 의존도 완화 등을 위한 사업 예산이 1조 3,476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3️⃣ 에너지 복지: 취약계층 지원 사업 ↑ 🌡️
냉·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 예산도 늘어났습니다.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냉·난방비를 제공하는 에너지 바우처 예산은 올해 1,909억 원에서 2024년 6,856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소상공인 대상 노후 냉·난방기를 바꿔주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 관련 예산도 1,634억 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이들을 다 합쳐 산업 전반에서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기 위한 예산은 1조 6,220억 원으로 전년도 보다 5,961조 증가했습니다.
“첨단산업 인재 양성 예산 ↑, 분야별 혁신인재 계획 발표” 💼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내 인재 양성을 위한 2024년 예산도 2조 1,603억 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이는 올해 예산인 1조 5,962억 원보다 2,778억 원 증가한 것입니다
이례로 중소·중견기업에 R&D 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1,000억 규모의 ‘국가첨단전략산업 기술혁신 융자’도 신설됐습니다.
또 정부는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원 지원 과제를 신설하는 등 산업 분야별 석·박사 혁신인재를 양성한단 계획입니다.
2024년 예산안에 의하면, 내년 전국 특성화대학 18개교에서 반도체 산업 인재를 키웁니다. 이차전지 인재는 3개교에서 양성됩니다. 이를 위해 금년 대비 16.1% 늘어난 1,574억 원이 예산으로 책정됐습니다.
더불어 기업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통해 반도체 800명, 이차전지 600명 등 1,400명의 첨단분야 인재를 키운단 방침도 내놓았습니다.
12대 국가전략기술 R&D 예산 5조 책정…“이외 R&D 예산 16.6% 삭감” 📉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첨단바이오·인공지능(AI)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R&D 예산에는 올해보다 6.3%(3,000억 원) 증액한 5조 원이 예산으로 배정됐습니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은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 그리고 신산업 창출 등의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입니다.
①반도체·디스플레이 ②이차전지 ③첨단 모빌리티 ④차세대 원자력 ⑤첨단바이오 ⑥우주항공·해양 ⑦수소 ⑧사이버보안 ⑨AI ⑩차세대 통신 ⑪첨단로봇·제조 ⑫양자 등입니다.
다만,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제외한 다른 분야 R&D 예산은 올해보다 16.6% 넘게 삭감됐습니다. 전년보다 R&D 예산이 줄어든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입니다.
정부 예산안에 의하면, 2024년 R&D 분야 예산은 25조 9,000억 원입니다. 이는 올해 31조 1,000억 원에서 5조 2,000억 원 줄어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기초연구예산이 2조 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6.2%(2,000억 원)가 줄어들었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도 2조 1,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000억 원 줄어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항공우주연구원은 23%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28%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4대 과학기술원도 약 10%대 삭감안을 통보받은 상태입니다.
이같은 R&D 예산 삭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연구비 카르텔’을 언급하며 R&D 예산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과기원·이공계대 등 7개 학생회 “R&D 예산삭감 반대” 😣
이후 실제 R&D 예산이 삭감되자 현장의 반발은 거센 상태입니다. 미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기초 학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자 노동조합과 단체 그리고 총연합회 등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R&D 예산 삭감에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KAIST·서울대·고려대·포항공과대 등 주요 과학기술 대학 7개 총학생회는 정부의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 재고를 요청하는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연구비 삭감은 연구환경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연구몰입 환경에 지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안정적 연구환경 속에서 창의적 연구성과가 꽃필 수 있도록 과학 분야 R&D 예산 삭감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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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예산안 모아보기]
①: 녹색산업·물관리 예산 ↑, 기후·자원순환 등 다른 예산 모두 ↓
②: 원전생태계·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 R&D 예산 대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