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급등 및 기준금리 상승 문제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러시아·중국 이외에는 가동 중인 SMR이 없습니다.

SMR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약 5분의 1 수준인 차세대 소형 원전입니다. 원자로·증기발생기·냉각재 펌프 등 원전의 핵심기기를 하나의 용기로 모듈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 원전에 비해 입지 선정이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SMR은 또 화력발전소를 대체하여 기후변화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SMR 개발 선두주자인 미국 에너지기업 뉴스케일파워(NuScalePower)는 “(SMR이)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치가 반영된 결과, SMR의 예상 건설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뉴스케일파워 SMR 발전소 건설비 53억 달러 → 93억 달러 📈

뉴스케일파워는 202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최초로 획득한 SMR 전문 개발 기업입니다.

삼성물산·GS에너지·두산에너지빌리티(구 두산중공업) 등 국내 기업 상당수가 뉴스케일파워에 1억400만 달러(약 1,367억원)를 지분투자했습니다

지난달 10일 두산에너지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와 SMR의 소재 제작 계약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단조품·용접자재 등의 소재인데요.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첫 SMR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유타주발전사업자(UAMPS)의 ‘CFPP 발전소(Carbon Free Power Project)’에 사용됩니다.

 

▲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한 결과 미 아이다호주에 건설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발전소CFFF의 예상 전력가격이 MWh메가와트시당 89달러로 상승했다 ©IEEFA 제공 greenium 편집

미 아이다호주에 건설되는 이 발전소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1호기당 77MW(메가와트)의 원자로 모듈을 6대 설치해, 총 462MW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발전소의 예상 건설 비용이 크게 뛰어오른 것. 프로젝트의 예상 건설 비용은 2016년 53억 달러에서 93억 달러(약 12조 1,830억원)로 75% 상승했습니다.

건설 비용 추정치가 급격히 상승한 이유에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주원인입니다.

구체적으로 ▲탄소강 배관(106%↑) ▲구조용 강철(70%↑) ▲강판 가공(54%↑) ▲구리전선·케이블(32%↑) ▲전기장비(25%↑)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반영됐습니다. 이밖에도 이자율이 200bp(베이스포인트. 1bp=0.01%포인트)가 상승한 점도 반영됐습니다.

이에 따라 SMR 예상 전력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89달러로 전망됩니다. 이 가격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 30달러가 반영된 것으로, 본래의 전력가격은 MWh당 119달러(약 15만 5,890원)에 이릅니다.

 

▲ 소형모듈원전SMR 선두주자인 미국 에너지기업 뉴스케일파워는 202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최초로 획득했다 현재 삼성물산두산모빌리티 등과 협력해 미 아이다호주에 2029년 상업원전을 목표로 SMR 발전소를 설립 중이다 ©NuScalePower

“뉴스케일파워 SMR 건설비, 증가한 비용 충격적” 🤔

지난 1월 뉴스케일파워는 ’무탄소 전력 프로젝트 관리위원회‘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 및 전력가격 전망치를 수정한 예산·재정계획(BEF)과 개발자금보상협약(DCRA)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BEF에는 MWh당 에너지가격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UAMPS가 건설을 철회할 수 있단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자체적으로 부담한 비용 대다수를 상환받을 수 있는 조항도 생겼습니다.

건설비 상승으로 인한 예상 목표 가격의 급상승은 관계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언급했습니다.

뉴스케일파워의 새로운 전력가격인 89달러가 실제 가격이 될 것이란 보장도 없습니다. 전기 판매계약은 실제 비용을 기반으로 체결되기 때문입니다.

뉴스케일파워가 실제로 발전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8년. 이 과정에서 설계, 건설, 인허가, 시범운영 등으로 비용증가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1호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또한 공사 중 균열 등 시공상 이슈로 건설비가 증가한 바 있습니다. 이는 국내외 여러 원전 건설 수행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그간 뉴스케일파워가 강조해온 “SMR이 대형 원전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과 상반되는 결과입니다. 뉴스케일파워는 SMR이 설치될 CFPP 발전소의 예산 및 비용 상승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 미국 에너지 기업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발전소 조감도 ©NuScalePower

앞서 미국 민간 싱크탱크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뉴스케일파워의 SMR이 너무 비싸고 불확실하단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뉴스케일파워의 SMR 전력 생산 비용이 회사 측이 추정한 것보다 확실히 더 많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 에너지부(DOE) 또한 설비용량 kW(킬로와트)당 비용이 6,800달러(약 8,89만원)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뉴스케일파워는 설비용량 kW당 3,000달러(약 392만원)로 SMR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UAMPS “원자재 가격 상승 SMR에 국한된 것 아냐” ☝️

사업비 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 UAMPS는 뉴스케일파워의 SMR 사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UAMPS는 유타·캘리포니아·네바다·아이다호·뉴멕시코·와이오밍주 등 미국 중서부 주 7곳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업입니다.

메이슨 베이커 UAMPS 최고경영자(CEO)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뉴스케일파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점을 언급하며 “SMR은 탈탄소화 노력을 지원하고,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동시에 전력망(그리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1년 보도에 따르면, UAMPS는 뉴스케일파워에 SMR 12기를 발주했습니다. 미 에너지부는 이 사업에 14억 달러(약 1조 8,300억원)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한편, IAEA에 의하면 세계 주요국에서 약 80종 이상의 SMR 개발 프로젝트가 추진 중입니다. IAEA는 세계 SMR 시장이 2035년 6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은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하고 IRA를 통해 SMR 건설 및 연구개발(R&D)에 세액 공제를 제공 중입니다. 유럽연합(EU) 또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분류한 ‘지속가능한 금융분류체계(EU 택소노미)’가 통과된 이후 SMR 개발 관련 투자가 늘어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2028년까지 총 3,993억 원을 투입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기술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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