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지 오래됐으나 정작 우리나라에는 일회용 플라스틱과 관련된 정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정의와 함께 통합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금지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정부 차원에서 규제 대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질병이나 장애 등을 가진) 건강취약계층에 대해 예외 조항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닐봉지·빨대 등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전 세계서 강화, 우리나라는? 🤔
세계자원연구소(WRI)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9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92개국 중 최소 127개국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채택했습니다.
금지 품목과 규제 법안 모두 국가별로 다릅니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규제를 위한 정의와 종류 및 범위 모두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금지 품목은 비닐봉지와 빨대입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66%는 비닐봉지, 7%는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인도·칠레·캐나다 등 주요국이 잇따라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퇴출에 가세함에 따라 실제 규제 법안을 채택한 국가 수는 더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2021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이듬해 11월부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을 예고했습니다. 일례로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고, 식품접객업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등을 금지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일회용품 제한 확대로 인한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년 동안 계도기간을 두어 위반 시에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또 지난해 전국 시행으로 설정됐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제주와 세종시에 한해 실시 중입니다. 지난 8월 감사원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방안을 환경부에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입법조사처 “한국, 일회용 플라스틱 정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
자원재활용법에는 일회용품의 정의와 규제에 대해 정의돼 있습니다. 그러나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정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전문가 및 환경단체들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 교수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없기 때문에 그 범위 및 용도가 명확하지 않다”며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구체적인 감축 전략과 규제 시행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일회용품 사용규제 관련 업무처리지침’을 확인한 결과, 종이·합성수지 등 일회용품에 대한 사용억제는 정했으나 플라스틱과 같은 특정재질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태입니다.
반면, 유럽연합(EU),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상당수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함께 구체적인 규제 정책이 있는 상태입니다.
🇪🇺 EU|10가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 플라스텍세 도입
2019년 EU는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마련해 2021년부터 비닐봉지와 면봉 등 10가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또 같은해 1월 플라스틱세(Plastic Tax)도 도입했습니다.
플라스틱세는 포장재 플라스틱 발생량에서 재활용에 사용된 플라스틱을 제외한 나머지 폐기물에 1㎏당 0.8유로(약 1,150원)의 세금을 부과해 EU에 납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EU 회원국 국가별로 시행 중입니다.
🇩🇪 독일|일회용 플라스틱 분류 및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령 발효
독일은 유럽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입니다. 이에 ‘신포장재법’을 강화하여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사용을 규제한 상태입니다.
일례로 일회용 음료용기에 대한 보증금제를 확대하고, 제품에 플라스틱이 함유됐단 문구를 라벨로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또 EU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규제 연장선상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령’을 통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빨대와 식기류 등의 판매를 금지하고, 재사용 가능한 식품포장재와 음료컵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 프랑스|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20% 감축 목표
독일 다음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높은 프랑스는 2020년 ‘낭비방지를 위한 순환경제법’을 제정했습니다. 법 제정 당시 프랑스는 204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전면 퇴출을 위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했습니다.
또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20% 감축하도록 목표를 설정했고, 작년 1월부터는 1.5㎏ 미만 과일과 채소 판매 시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하는 등 전방위에 걸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일률 규제? “건강취약계층, 삶의 질 저하 야기 가능” 💉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금지와 관련돼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건강취약계층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단 것.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는 원래 질병과 장애가 있는 와상(臥牀·누워서 지내는) 환자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뇌병변·근육위축 등 지금도 많은 장애인이 물과 음료를 플라스틱 빨대로 섭취합니다.
빨대가 발명되기 전까지 음료 섭취 과정에서 흡인성 폐렴에 걸리는 와상환자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고 주요 기관은 꼬집었습니다.
따라서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질병·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이밖에도 요양시설·정신건강시설·교정시설 등 감염병 집단감염 예방과 안전사고 예방 문제도 고려하면 대체용품 사용 전면 제한이 되려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미국 앨라배마주에서는 이 쟁점으로 인해 ‘일회용 지속가능 로드맵’이 부결됐고, 유타주에서도 ‘플라스틱 금지법안’ 도입을 반대하는 금지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정책 노하우, 벤치마킹 하기 좋은 호주 🦘
이러한 쟁점 속에서 눈여겨볼 곳은 호주입니다. 호주는 2021년 ‘국가 플라스틱 계획’에 따라 주별로 ‘플라스틱 감축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경우 작년 11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수저류 등의 제공을 금지했으나, 장애 또는 의학적 필요에 따라 필요한 경우는 예외로 정했습니다. 또 공공병원 등 감염병 취약시설의 경우 올해 10월까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올해 1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사업주에게 특정 일회용 플라스틱 예외 규정이 명시된 지침서를 배포했습니다.
지침서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장애나 의료적 필요가 있을 때 한해 제공 가능’하고, 일회용 수저·포크는 ‘신체적 위험 또는 상해를 예방하기 위해 교정시설 및 정신건강시설에 공급을 허용’한단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지침서에는 건강과 안전상의 이유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필요한 특별한 상황이나 안전한 대체품이 개발돼 상용화되기까지 시간과 기술혁신이 더 필요한 경우 각 품목의 사용금지의 예외가 될 수 있단 점이 명시됐습니다.
입법조사처 “건강취약계층 고려해 유예기간 두는 등 세심한 정책 필요” ⚖️
입법조사처는 “순환경제 구축 및 탄소중립은 세계적 정책 방향”이라며 “(이에 따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주요국은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를 넘어 질병·장애로 인한 의료적 이유로 빨대 사용이 필요하거나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예외로 두는 등 세심하게 규율하고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도 일회용 플라스틱 개념을 도입해 규제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며 “건강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예외 적용도 둠으로써 양자 간에 균형을 유지하되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 국제 플라스틱 협약 목표 수립? ‘각개전투 vs 공동목표’ 논쟁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