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생물학·AI로 ‘오징어 없는 오징어 섬유’ 개발한 탠덤리피트, “미세플라스틱 방지 가능!”

미세플라스틱의 배출원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세탁하는 옷이란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17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35%가 합성섬유 옷을 세탁할 때 배출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생분해가 가능한 양모와 목화 등 천연섬유도 토지 사용과 제초제,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

이에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제거하면서도 천연섬유로 인한 환경영향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섬유를 개발한 기업이 있습니다.

오징어의 유전적 특성에 착안해 ‘오징어 없는 오징어 섬유’를 개발한 생명공학 스타트업 ‘탠덤리피트(Tandem Repeat)’입니다.

 

▲ 멜릭 데미렐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오징어 촉수 속 단백질에서 대체 섬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Penn State College of Engineering

미세플라스틱 해결할 대체 섬유, ‘오징어’에서 찾았다고? 🦑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설립된 탠덤리피트.

탠덤리피트란 DNA 염기서열 중에서 특정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영역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그 이름처럼 오징어의 DNA를 연구하던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출발한 스핀오프 스타트업입니다. 이 스타트업은 오징어 단백질에 합성생물학과 발효 공정을 접목해 지속가능한 섬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이 섬유나 목재 폐기물, 해조류 등에 주목한 것과 달리, 텐덤리피트는 오징어 단백질에 주목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시작은 멜릭 데미렐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공학 교수가 오징어 촉수에서 발견한 독특한 단백질 구조였습니다.

데미렐 교수는 무척추동물인 오징어가 먹이를 고정하기 위해 촉수 빨판의 강도가 매우 높게 진화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오징어 빨판에 나 있는 ‘고리 이빨(ring teeth)’에는 비단(Silk)의 단백질과 유사한 단백질이 함유돼 있습니다.

데미렐 교수는 해당 단백질이 기존의 플라스틱 섬유를 능가하는 인장력과 내구성, 내마모성을 갖추고 있단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무엇보다 자가복구 성질까지 있단 점에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는 오징어 고리 이빨에서 추출한 물질에 ‘STR(Squid Ring Teeth) 단백질’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 탠덤리피트는 오징어 촉수의 고리 이빨에서 추출한 STR 단백질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해 합성생물학을 접목했다. ©Tandem Repeat

‘오징어 없는 오징어 섬유’ 합성생물학·AI 덕분에 가능! 🧬

데미렐 교수는 해당 단백질을 섬유 생산에 접목한다면 합성섬유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오징어에서 추출할 수 있는 STR 단백질은 매우 소량이었습니다. 100㎎의 STR 단백질을 얻기 위해선 오징어 0.5㎏이 필요한 상황.

이에 데미렐 교수는 분자생물학자인 괴즈데 셰넬 아야즈 박사, 벤자민 알렌 박사와 협력했습니다.

세 사람은 오징어 대신 합성생물학을 사용해 합성 STR 단백질을 생산하는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현재 아야즈 박사와 알렌 박사는 각각 탠덤리피트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유전자 시퀀싱 분석으로 STR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가 설탕·물·산소를 먹고 발효 과정을 거치면 STR 단백질이 합성됩니다.

합성된 STR 단백질을 액체로 용해한 뒤, 습식 방적하면 가느다란 실로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탠덤리피트가 개발한 오징어 기반 합성 대체섬유 ‘스퀴텍스(Squitex)’입니다.

바이오소재로 생분해가 가능하며 탄력과 유연성, 보온성이 높습니다. 실 이외에도 분말, 폴리머(바이오플라스틱), 액체 형태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탠덤리피트는 설명했습니다.

 

▲ 나일라 알타니 디자이너는 면 원단으로 코트를 만들면서 스퀴텍스를 접착제로 사용해 수선과 재활용 용이성을 높였다. ©NAILA AL-THANI

“스퀴텍스, 합성섬유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배출 방지할 수 있다고?” 🧵

합성 대체섬유, 스퀴텍스의 친환경성은 생분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탠덤리피트는 스퀴텍스의 STR 단백질이 지닌 자가복구성 덕분에 접착제, 코팅제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물을 묻히면 STR 단백질이 서로 엉기면서 스스로 복구되는 성질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선보였던 시제품도 스퀴텍스를 접착제로 사용한 코트였습니다.

2019년 나일라 알타니 디자이너가 탠덤리피트와 협업해 선보인 ‘심 언심(SEAM UNSEAM)’입니다. 면 원단을 사용하되, 이름 그대로 재봉 없이(Unseam) 스퀴텍스를 접착제로 사용해 옷을 제작했습니다.

알타니 디자이너는 착용자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재구성해 오래 입을 수 있고, 분해도 쉬워 수선과 재활용이 용이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코트는 그해 홍콩에서 열린 ‘미래 디자인 테크스타일 심포지엄’에서 지속가능성 상을 받았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스퀴텍스를 기존 합성섬유에 코팅제로 사용할 경우,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방지하는 역할도 가능하다는 것.

코팅된 스퀴텍스가 섬유들의 접착제 역할을 해 섬유의 내마모성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합성섬유의 마모를 줄이고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탠덤리피트는 설명했습니다.

 

▲ 왼쪽부터 탠덤리피트가 스퀴텍스와 면 혼방으로 만든 섬유와 원단, 그리고 이를 사용해 만든 드레스의 모습. ©Tandem Repeat

美 바이든 정부 ‘바이오 이니셔티브,’ 탠덤리피트에 날개 달았다! 💸

탠덤리피트는 2018년 패션브랜드 H&M의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에서 얼리버드위너(Early Bird Winner)로 선정됐습니다. 스타트업 창립 1년만에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지난해에는 미세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미세섬유 혁신 챌린지’의 수상자로 선정돼 15만 달러(약 2억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같은해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NIBB)’을 발표하며 미국 내 바이오 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탠덤리피트도 그 수혜를 받았습니다.

탠덤리피트는 이니셔티브가 발표된 그해 10월 미국 국방부 산하 합성생물제조 연구기관인 바이오메이드(BioMADE)로부터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이어 올해 3월에도 바이오메이드와 여러 벤처캐피털(VC)로부터 총 300만 달러(약 4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탠덤리피트는 스퀴텍스와 면 혼방 직물로 만든 옷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탠덤리피트는 이를 시작으로 “패션의 토지와 물 사용, 석유화학 소비를 획기적이고 줄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데미렐 교수는 이번 옷은 샘플로 제작됐으며, 9~12개월 이내에 시장 출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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