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참여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지난 8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개한 보고서 ‘미국 ESG 트렌드와 공급망에 주는 시사점’에 담긴 내용입니다.
KOTRA는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 내 ESG가 환경(E)을 중심으로 제도화됨에 따라 그 범위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되고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성호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은 “ESG가 공급망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드러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새로운 ESG 추세를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그리니엄은 최근 미국의 ESG 동향과 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2편으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1편에선 ESG 중 환경을 중심으로 미국 ESG 추세와 국내 기업의 대응책을 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환경 1️⃣: 자율→의무·표준화…“기후공시 의무화 오는 10월 확정 전망” 📝
보고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화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최근 미국 ESG 동향의 가장 큰 특징으로 ①환경 부문 제도화 강화 ②기업 내 ESG 참여 의무화를 꼽았습니다.
그간 미국 내 ESG는 개별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작년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Climate-Related Disclosures)’을 제안하며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당시 SEC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미국 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위험과 대응 방안 공시를 의무화하고, 재무제표에 기후 관련 정보를 포함하도록 규정하는 초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르면 오는 10월 SEC는 기후공시 의무화를 확정하고, 2024년부터 상장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시를 적용할 계획입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난 6월 내놓은 상장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안과 큰 틀에서 결을 맞출 것으로 주요 기관은 내다봤습니다.
다만, 해당 규정을 둘러싼 기업들의 반발이 해소되지 않아 실제 공시 이행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당초 SEC 기후공시 의무화 최종안은 올해 4월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주요 업계의 반대로 SEC는 초안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이같은 반발의 주된 원인은 기후공시 의무화가 기업의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스코프 1·2)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와 공급망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배출량(스코프 3)까지 공시 및 평가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해당 규정이 도입되면 기업은 협력업체의 탄소배출량까지 일일이 파악해야 해 공시 부담이 가중된단 것.
한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의하면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80여명은 지난 7일(현지시각)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에게 기후공시 최종안을 신속하게 채택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앞서 3월에도 민주당 상하원 의원 50여명이 SEC에 기후공시 최종안을 촉구하는 서한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와 달리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기후공시 완화를 SEC에 촉구한 상태입니다.
환경 2️⃣: 그린워싱 감독 강화 “FTC, 그린가이드 개정” 📝
미 ESG 동향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그 배경으로 두 가지를 짚었습니다. 먼저 ESG 경영이 주목받으면서 그린워싱 사례가 급증하고 있단 점. 다른 하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가 증가하면서 투자 대상 기업의 그린워싱 여부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미국에선 그린워싱으로부터 기업의 이해관계자(주주·직원·투자사·소비자 등)를 보호하고 친환경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단 것이 KOTRA의 설명입니다.
일례로 올해 3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그린워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그린가이드(Green Guides)’ 개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지난 6월 13일(현지시각)까지 진행된 의견 수렴에 7,000여건의 의견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FTC가 1992년 최초로 발표한 그린가이드는 ▲친환경 ▲탄소상쇄 ▲재생에너지 ▲재활용 등 기업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주장에 적용되는 원칙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2012년 개정을 마지막으로 10년이 지나면서, 최근 증가하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리나 칸 FTC 의장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제품에 쓰여 있는 정보를 믿고 구매하거나 해당 용어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경우 의도치 않게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호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개정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한편, SEC 역시 작년부터 그린워싱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자 친환경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펀드명 등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 재무적 수익 창출과 동시에 사회·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투자하는 전략.
SEC 기후공시 의무화? 美 증시 상장한 韓 기업 11곳 영향 불가피 💰
보고서는 환경 부문을 제도화하려는 미국 내 ESG 동향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내년 중으로 SEC의 기후공시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국내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습니다.
SEC 공시기준은 미국 내 거의 모든 주식회사와 미국 내 증권 발행 외국회사에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및 기관 수는 11개입니다. 1994년 최초 상장한 포스코를 비롯해 SK텔레콤, KT,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LG디스플레이, 쿠팡 등이 있습니다. 국내 기관으로는 한국전력공사도 상장돼 있습니다.
11개 중 온라인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그라비티만 나스닥(NASDAQ)에 있고 나머지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SEC 기후공시 의무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KOTRA는 “적절한 대비가 미비한 기업의 경우 공급망 배제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KOTRA는 “미국 ESG 트렌드가 공급망까지 확대한 만큼 국내 기업은 원청기업과 잠재 협력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인적관리 보고서 등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FTC 그린워싱 감시 체계 강화, 국내 공급망 기업 선제 대비 필요 🚨
더불어 “필요할 경우 소통을 통해 공급망 운영 정책을 자세히 파악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KOTRA는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FTC의 그린가이드 개정이 국내 기업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단 점을 경고했습니다.
미국 기업이 그린워싱이라는 불명예와 소송을 피하고자 원료에서부터 까다로운 잣대를 공급망 기업에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KOTRA는 “그린워싱 감시 체제 강화와 함께 실질적 친환경 경영을 위한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린워싱을 견제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탈탄소 ▲윤리경영 등 ESG 경영 요소들을 관리하고 친환경 경영과 관련한 데이터를 공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 ‘새로운 아마존 효과’로 보는 공급망 내 탄소중립 압박 가속화 🏃
KOTRA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2022년 ESG 트렌드 보고서도 소개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새로운 아마존 효과(The New Amazon Effect)’가 ESG 트렌드로 소개됐습니다.
이 효과는 기업 간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상호의존성과 탄소중립이 연결됨에 따라 탄소중립 공급망 실현을 위해 기업이 기업을 압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단 것입니다.
KOTRA는 이같은 압박이 노동·인권,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기업윤리 등 ESG 관련 모든 이슈에 적용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KOTRA ESG 트렌드 보고서 모아보기]
① KOTRA, 美 공급망서 ESG 환경 부문 제도화…“국내 기업 영향 불가피”
② “강제노동 근절 등 공급망 전반서 노동환경 점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