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열린 아마존 열대우림 정상회의…남미 8개국 “삼림벌채 종식 선포, 시점은 불명확”

기후재원·생물다양성 재원 촉구

아마존 열대우림을 공유하는 남미 8개국이 삼림벌채 종식과 역내 협력 강화 등에 뜻을 모았습니다.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페루·수리남·베네수엘라 등 남미 8개국이 모인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가 브라질 북부 파라주 벨렝시에서 지난 8일부터 9일(현지시각)까지 이틀 일정으로 정상회의를 연 결과입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콩고공화국·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인도네시아 등 개국도 초청됐습니다. 또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아마존 기금’을 지원 중인 노르웨이와 독일 측도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회의 결과, ACTO는 ▲아마존 열대우림 불법 벌채 종식 ▲아마존 지속가능한 개발 추구 ▲아마존 생물다양성 보호 ▲환경파괴 부추기는 조직범죄 척결 등을 골자로 한 ‘벨렝 선언문(Belém Declaration)’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벨렝 선언문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벌채 금지 시기나 석유 탐사 등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 문제에서 회원국 간 이견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14년 만에 열린 ACTO 정상회의…“아마존 열대우림 17% 파괴” 🌲

아마존 열대우림은 한반도 면적의 약 31배인 691만 5,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으로, 8개 국가와 1개 자치령(프랑스령 기아나)에 걸쳐 있습니다. 이중 3분의 2가 브라질에 속해 있습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전 세계에서 중요한 탄소흡수원 중 하나이나, 목장 운영이나 광산 채굴 등을 위해 상당 부분이 벌채된 상황입니다. 비영리단체 아마존보존협회(ACA)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아마존 열대우림의 약 17%가 파괴된 상태입니다. 이는 약 75만㎢로 튀르키예(터키) 면적과 맞먹습니다.

이같은 문제가 계속되자 프랑스령 기아나를 제외한 남미 8개국은 1978년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와 천연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골자로 한 아마존협력조약(ACT)에 서명합니다.

이후 17년 뒤인 1995년에 ACTO를 창설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ACTO 마지막 정상회의는 14년 전인 2009년에 열렸습니다.

 

▲ 아마존강 유역 면적으로 따지면 아마존 열대우림 면적은 한반도의 약 31배인 691만 5,000㎢으로 남미 8개 국가와 1개 자치령에 걸쳐 있다. ©NASA

ACTO 정상회의서 나온 ‘벨렘 선언문’, 주요 핵심내용은? 🤔

이번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열대우림 국가들의 단합된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소집됐습니다.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 겸 UAE 국영석유회사 회장 또한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유한 국가간 협력을 확장하는 사안이 지금처럼 시급한 적이 없었다”며 “기후변화 대처부터 국제 금융시스템 개혁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 의제에서 열대우림 국가의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룰라 대통령은 환경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결합할 수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 방안과 ACTO 회원국간 연대 등을 회의 주제로 제시했습니다.

정상회의 결과, 핵심적인 내용만 이야기한다면.

 

1️⃣ 아마존 열대우림 삼림벌채 제로(0)|“단, 구체적 시점은 알아서” 🌲

남미 8개국은 아마존 열대우림 내 삼림벌채 종식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2030년까지 삼림벌채 완전 종료’는 선언문에 담기지 못했습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이에 찬성했으나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가 시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두 국가는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삼림벌채 종식 및 토지황폐화 중단’ 선언‘에 서명하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 대신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삼림벌채 목표를 추구하도록 했습니다. 또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선언문에는 2030년까지 삼림벌채 제로(0) 목표를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문구가 명시됐습니다.

한편, 회원국은 불법 채굴을 종식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한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 2018년 5월 브라질 최북단 호라이마주에 있는 원주민 소유 부지에서 불법 삼림벌채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 ©Felipe Werneck, Flickr

2️⃣ 아마존 지속가능 개발 추구 |신규 석유 탐사 금지 불발 ⛏️

선언문에는 아마존 삼림벌채 종식과 함께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한단 문구가 담겼습니다. 일례로 아마존 열대우림을 공유하는 남미 8개국 내 교육 및 연구기관들이 협력해 아마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만든단 것이 포함됐습니다.

아마존 열대우림 관련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생물다양성 손실 등을 줄인단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아마존 내 원주민 및 지역공동체의 지식과 문화를 보호할 수 있는 포럼 설립도 선언문에 담겼습니다. 일부에서는 원주민 권리 인정과 아마존 논의 참여를 공식 보장하는 메커니즘 수립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기술개발 및 문화 보호 등의 내용에서는 큰 이견이 없었으나, 신규 석유 탐사 금지 등을 놓고는 ACTO 회원국간 이견차로 불발됐습니다.

콜롬비아는 기후대응을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 내 석유 탐사 금지를 제안했습니다. 이에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Petrobras)가 아마존강에서 석유 탐사를 진행 중인 브라질은 “기술적인 문제”라며 해당 안건을 거부했습니다.

현재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강 하구와 북부 해안에 석유 시추 사업을 고려 중입니다.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드니 사수 응게소 콩고공화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ACTO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Ricardo Stuckert

ACTO 정상회의 평가 엇갈려…“구체적 목표, 해결책 없단 점 한계” 🚨

ACTO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남미 8개국이 아마존 열대우림 삼림벌채를 종식시키기 위한 공통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 기후문제 관한 시민단체(NGO) 연합인 기후관측소(Climate Observatory)는 “(이번 정상회의는) ACTO가 부활했단 점 나아가 생물다양성 손실이 회복불가능한 지점에 이르고 있단 점을 환기시켰단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용적인 해결책이나 실행 목표 기간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 또한 비슷한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ACTO의 선언 자체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ACTO는 45년 전인 1995년에 결성됐으나, 이번 회의를 포함해 그간 정상회의는 총 4차례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 국가들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가 벨렝 선언 범위를 제한적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인니·민주콩고 등 열대우림 12개국 기후재원·생물다양성 재원 촉구 💰

한편, ACTO 정상회의에 초청된 4개국(콩고공화국·민주콩고·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인도네시아)을 포함한 12개국은 ’우리 숲을 위한 연합(United for Our Forests‘이란 공동성명문을 채택했습니다. 이 성명문은 숲 보존을 위한 자금 조달 메커니즘 개발 촉구를 골자로 합니다.

선진국들이 매년 1,000억 달러(약 131조원) 규모의 기후재원을 제공하겠단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담겼습니다.

또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연간 2,000억 달러(약 262조원) 규모의 기존 약속을 이행할 것을 선진국에게 촉구하는 내용도 명시됐습니다. 이 목표는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나온 것입니다.

룰라 대통령은 정상회의 둘째날인 지난 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한 기금 지원에 나서라”고 선진국들에게 촉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이 삼림벌채와 관련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겨냥해 환경보호를 위장한 보호주의 무역 정책이란 비판도 공동성명에 담겼습니다.

마리스오 아스트리니 기후관측소 대표는 공동성명에 해당 비판이 포함된 것은 “불명예”라고 꼬집었습니다. 아스트리니 대표는 브라질과 콜롬비아 같은 국가가 삼림벌채 종식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해당 비판을 거부했어야 했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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