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된 수직농장’ 이곳에선 다르다! 수직농장 건설·기업 육성에 사활 건 사우디, 이유는?

북미와 유럽 일대 주요 수직농장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하는 가운데 이들 산업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대거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우디가 석유 판매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식량안보 향상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원예기업인 ‘반 더 호벤(Van Der Hoeven)’은 사우디 정부와 1억 2,000만 달러(약 1,58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네옴시티 외곽에 수직농장 시험시설 건설 및 운영에 나섭니다.

반 더 호벤은 축구장 15개 크기의 원예시설 2개를 네옴시티 인근에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시설은 이르면 오는 2024년 8월부터 운영될 예정입니다.

 

‘네옴시티’ 인구 900만 자급자족? 축구장 1000개 면적 수직농장 필요! 🥬

이번 계약에는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인 네덜란드의 선진 온실과 수직농업 기술을 도입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단 평가가 나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시티는 크게 ▲친환경 직선도시 ‘더 라인(The Line)’ ▲바다 위 첨단산업단지 ‘옥사곤(Oxagon)’ ▲친환경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Trojena)’ 등 3개 프로젝트로 구성됩니다.

이중 핵심인 더 라인은 500m 높이 직선형 수직도시로 길이 170㎞, 너비 200m로 조성됩니다. 쉽게 말하면 서울과 강원도 강릉 직선거리에 롯데월드타워(555m) 높이의 건축물이 일렬로 세워진단 것.

사우디 정부는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610조원)를 투자해 첨단기술이 집약된 계획형 신도시를 건설한단 계획이나, 실제로는 1조 달러(약 1,3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 2030년까지 최소 60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네옴시티 중 핵심인 더 라인은 500m 높이의 직선형 수진도시가 170㎞ 길이로 건설될 계획이다. ©NEOM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더 라인에 거주하는 인구만 최대 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사우디 정부는 예상합니다.

문제는 이들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식량생산 능력이 사우디에 없단 것.

이 때문에 네옴시티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식량 자급자족 도시’를 목표로 세계 각지에 있는 수직농장 기업과 기술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네옴시티의 경우 30만 톤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자체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선 축구장 1,000개 면적인 1,000㏊(헥타르) 이상의 온실이나 수직농장이 필요할 것으로 사우디 정부는 전망합니다.

 

전체 식량 80% 수입한 사우디, 식량안보 향상 위해 투자 적극 나서 📈

사우디는 전체 국토의 90% 이상이 사막일뿐더러, 고온건조한 날씨와 수자원 부족 등으로 경작 가능한 토지가 2% 미만에 불과합니다.

사우디 식품의약품안전청(SFD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우디는 자국 내 소비된 식량의 80%를 해외에서 수입했습니다. 또 사우디 식량소비는 연간 4.6%씩 증가할 전망입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이 연이어 겹치며 식량안보 위기감이 한때 고조된 것도 식량안보를 향상하려는 배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사우디는 식량안보 향상을 위해 수직농업 등 각종 첨단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상황인 것. 사우디 농업개발기금(ADF)는 오는 2025년까지 수직농장과 같은 첨단온실 개발에 2억 2,000만 달러(약 2,898억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 핀란드 애그테크 스타트업 아이팜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인근에 건설 중인 수직농장의 모습. ©iFarm

이미 핀란드 애그테크 스타트업 아이팜(iFarm)을 비롯해 여러 기업이 사우디에 수직농장을 건설 중입니다. 2,000㎡(제곱미터) 면적에서 잎채소 작물을 월 16톤가량 생산할 것으로 아이팜은 내다봅니다.

막스 치조프 아이팜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이 수직농장 사업을 하기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앞서 지난 2월 사우디 공공투자기금(AIF)은 자국 내 수직농장 건설을 위해 미국 에어로팜(AeroFarms)과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다만, 에어로팜이 지난 6월 미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해당 계약이 실제로 이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KAUST 교수 “수직농장 에어컨 운영에 전기소비량 ↑…스마트기술 필요” 🖥️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직농장은 에너지와 물소비량이 높은 편입니다. 더욱이 고온건조한 사우디 사막 한가운데서 수직농장을 운영한단 것은 에너지와 물소비량이 배로 들어간단 뜻입니다.

실제로 사우디 현지 애그테크 스타트업 모우레크(Mowreq)는 현지 수직농장 전력소비량의 약 60%가 에어컨 사용에서 비롯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스프링쿨* 시스템 운영에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모우레크 생산책임자인 나지브 칸은 “완제품 1kg 생산에 전기료만 최대 7리얄(약 2,450원)이 필요하다”며 “생산 작물과 공장 유형에 따라선 최대 10리얄(약 3,600원)의 전기료가 소요된다”고 설명합니다.

*스프링쿨: 물을 건물의 지붕 위에 안개식으로 분사하여 증발시킴으로서 태양열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해 냉각효과를 얻는 것.

 

▲ 사우디 킹압둘라과학기술대 생물학과 교수 겸 애그테크 스타트업 레드 씨 팜즈 공동설립자인 마크 테스터 교수는 품종개량을 통해 담수가 아닌 해수에서도 자랄 수 있는 토마토 등의 작물을 개발했다. ©Red Sea Farms

사우디 킹압둘라과학기술대(KAUST)의 마크 테스터 생물학과 교수도 “(사우디 내 수직농장 운영 시) 높은 운영비용이 걱정된다”며 “그중에서도 (에어컨으로 인한) 높은 전기소비량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정작 전기료 대비 수직농장에서 생산된 작물의 소매가격은 높지 않은 상황.

이 때문에 수직농장 건설과 함께 이들 시설 내 에너지와 물소비량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기술도 필요하단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입니다.

 

물 부족 국가 사우디서 담수 아닌 해수로 작물재배 나선 ‘레드 씨 팜즈’ 🌊

수직농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혁신 기술도 사우디에서 개발 중입니다.

일례로 사우디 KAUST 산하 애그테크 스타트업인 ‘레드 씨 팜즈(Red Sea Farms)’는 담수가 아닌 해수를 이용해 수직농장서 작물을 재배합니다. 정확히는 해수 90%, 담수 10%를 혼합한 관개수를 작물 재배에 사용 중인 것.

이는 회사 공동설립자인 테스터 교수가 품종개량을 통해 해수에도 자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한 덕분입니다. 남미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바닷물에 계속 노출된 토마토 품종 등을 개량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레드 씨 팜즈는 현재 수직농장 운영서 물소비량을 최대 95%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이 기업은 현재 사우디 전역 100여개 소매점에 수직농장서 재배된 산물을 공급 중입니다.

 

▲ 사우디아라비아는 식량안보 향상을 위해 수직농장 이외에도 대체육 개발 기업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가령 사우디의 한 왕자는 미국 대체 양고기 개발 기업 블랙쉽푸즈의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한 바 있다. ©Nicola Parisi, Souvla

“사우디 식량안보 향상 위해 대체육 및 농식품 기업 지분인수 적극 나서” 🌽

한편, 사우디는 수직농장 이외에도 대체육 등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칼리드 빈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는 미국 식물성 대체육 개발 스타트업 블랙쉽푸즈(Black Sheep Foods)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이 기업은 작년 시리즈 A 투자에서 1,230만 달러(약 162억원)를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블랙쉽푸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 양고기’를 개발 중인 곳으로 자체 특허기술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는 양고기를 세계에서 4번째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입니다.

지난 5월 사우디산업투자그룹(SIIG)는 영국 단백질 제조기업 유니바이오(Unibio)에 5,900만 파운드(약 95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사우디 환경수자원농업부는 대체육 개발 스타트업 2곳과 제품 개발 계약을 체결했을뿐더러, 대체육 개발에 초점을 둔 연구센터도 곧 설립할 계획임을 발표했습니다.

이밖에도 또 다른 사우디 국영기업은 지난 7월 브라질 최대 가금류 생산업체 주식 공모에 자본을 투자했고, 인도 쌀 생산업체인 엘티푸드(LT Food)와 싱가포르 곡물 무역기업인 올람아그리(Olam Agri) 등의 지분을 일부 인수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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