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VCM) 내 신뢰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를 회복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지침이 공개됐습니다.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제고를 위해 출범한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가 탄소크레딧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무결성 이행지침(CoP·Claims Code of Practice)’ 최종안을 지난달 28일(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이는 작년 6월 초안을 공개한 지 1년여만입니다. CoP는 기업들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정도 및 탄소배출량 감축 수준에 기반해 탄소크레딧 사용 등급을 ▲플래티넘 ▲골드 ▲실버 등으로 구분해 평가했습니다.
VCMI가 내놓은 ‘CoP’란? “무결성 제고 위한 이행지침” 📈
자발적 탄소시장 내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 바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위험 때문입니다.
현재 자발적 탄소시장의 탄소크레딧은 베라(Verra)·골든스탠다드(GS) 등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이 각각 자사의 기준에 맞춰 승인하는 방식으로 발행됩니다. 품질기준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탓에 신뢰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단 지적이 계속 나옵니다.
무엇보다 탄소크레딧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 상쇄 실적을 부풀리거나, 배출 감축 노력 대신 탄소크레딧의 의존할 수 있단 점에서 그린워싱 지적을 받습니다.
VCMI는 이러한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 2021년 설립된 다자간 플랫폼입니다. 자발적 탄소시장 내 신뢰성 제고, 그중에서도 탄소크레딧 사용에서의 신뢰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탄소크레딧을 사용해 수치를 과장하거나 저가의 저품질 크레딧에 매몰되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이 목표인 것.
VCMI가 신뢰성 제고를 위해 개발한 지침이 바로 CoP입니다. 여기에는 기업들이 VCMI 내 등급에 맞출 수 있도록, 기업이 이행해야 하는 요구사항이 제시돼 있습니다.
VCMI는 강력한 이행지침을 만들기 위해 온실가스 프로토콜(GHGP)과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등과 협력했다고 밝혔습니다.
VCMI로부터 ‘신뢰할만한 기업’ 인증 받으려면? “4단계 밟아야 함!” ✋
우선 VCMI는 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내부적으로 진행한 온실가스 감축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신청연도의 기업 잔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기업들의 탄소크레딧 사용 상황에 따라 ▲플래티넘 ▲골드 ▲실버 순으로 등급을 인정합니다.
플래티넘>골드>실버 순으로 해당 기업의 고품질 탄소크레딧 사용비중이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기준연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0톤이고 올해 재생에너지 전환 등으로 500톤을 감축한 기업이 있습니다. 잔여 배출량 500톤을 기준으로, 그중 고품질 탄소크레딧의 비중에 따라 해당 연도의 등급을 신청하는 방식입니다.
VCMI는 등급을 받기 위한 절차로 ① 기본기준 준수 ②클레임 등급 선택 ③고품질 탄소크레딧 충족 ④제3자 검증 위한 정보 공시 등, 총 4단계를 제시했습니다.
1️⃣ 기본기준 준수 ⚖️
VCMI 내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4가지 기본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 첫째, 기업의 스코프 1 및 2의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공개하고 매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 둘째, 과학적 기반의 단기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 및 공개해야 합니다. 여기서 과학 기반은 SBTi의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탄소중립 달성 목표도 제시해야 합니다. 탄소중립 달성 목표연도는 2050년 이내여야 합니다.
- 셋째,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목표 기간 동안 누적 배출량 최소화가 이행되고 있음을 입증합니다.
- 넷째, 기업의 정책적 지지가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을 지원하고 야심찬 기후규제 강화에 반하지 않음을 입증합니다.
2️⃣ 클레임 등급 선택 🥇
VCMI의 기본기준을 충족한 기업은 어떤 등급을 신청할지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등급은 ▲플래티넘 ▲골드 ▲실버로 나뉩니다.
등급은 소각(폐기)한 탄소크레딧 중 고품질 탄소크레딧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구분됩니다.
기업의 잔여배출량을 기준으로, 고품질 탄소크레딧의 비중이 20% 이상이면 실버 등급, 60% 이상 골드 등급, 100% 이상을 충족하면 플래티넘 등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고품질 탄소크레딧의 비중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탄소크레딧 기반 기후 주장이 무결성이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3️⃣ 고품질 탄소크레딧 충족 🤔
그렇다면 ‘고품질 탄소크레딧’이란 무엇일까요?
CoP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의 핵심탄소원칙(CCP)을 준수한 크레딧이라고 정의합니다.
IC-VCM은 2020년 마크 카니 유엔 기후특사가 설립한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SVCM)’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을 감독할 독립위원회입니다.
올해 3월 자발적 탄소시장 내 무결성 향상을 위한 10대 원칙을 담은 CCP 최종안을 공개했습니다.
고품질 탄소크레딧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CCP의 10대 원칙에 따른 탄소크레딧을 구입 및 소각해야 한다고 VCMI는 밝혔습니다.
더불어 ▲구매·소각한 탄소크레딧 수량 ▲인증 표준 ▲프로젝트 정보 ▲파리협정 제6조 상응여부 등 해당 탄소크레딧에 대한 주요 정보도 공개해야 합니다.
4️⃣ 제3자 검증 위한 정보 공시 🗣️
마지막으로 VCMI의 측정·보고·보증(MRA·Monitoring, Reporting & Assurance) 프레임워크에 따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독립적인 제3자 검증(Third-party limited assurance)을 받아야 합니다.
공개해야 하는 정보는 ▲기본기준 준수 ▲클레임 등급별 요구사항 충족 ▲구매·소각된 탄소크레딧 등과 관련된 주요 정보입니다.
제3자 검증 기준으로는 국제인증업무기준(ISAE),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의 입증 표준,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표준 등이 채택됐습니다.
다만, 이를 위한 검증 절차는 이번 CoP 최종안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VCMI는 해당 프레임워크를 2023년 11월 공개할 예정입니다.
VCMI가 ‘고품질 탄소크레딧’ 강조한 이유는? 🤔
각계에선 CoP 최종안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베라의 탄소크레딧 신뢰성 논란으로 자발적 탄소시장 내 신뢰 회복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언론3사는 올해 1월 18일(현지시각) 베라의 산림 기반 탄소크레딧의 90% 이상이 가치가 없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언론3사 공동보도 직후 산림 등 자연 기반 탄소크레딧 가격은 연일 하락하고 있습니다.
S&P는 언론과 학계의 문제 제기에 따라 “많은 (탄소크레딧) 구매자가 (구매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합니다. VCMI의 CoP처럼, 기업들의 자발적 탄소크레딧 사용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지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레이첼 카이트 VCMI 운영위원회 공동의장 또한 “최근 비판을 배경으로 우리는 이제 일관되고 잘 고려된 글로벌 지침만이 고품질 시장을 뒷받침한다”며 “탄소크레딧 사용의 급속한 확장을 자극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고 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