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5.5%는 군대에서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각국 대학 연구진과 연구기관 등이 국제사회에 관련 규제 마련을 촉구했단 소식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등 3개 대학 연구팀과 환경연구단체 ‘분쟁 및 환경관측소(CEOBS)’ 등이 유엔에 연구자료를 제출하며 군대 내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를 규제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10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는 더는 군대의 배출량을 이전처럼 허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각국이 군사 부문 배출량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배출량 감축에 나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앞서 이들은 올해 2월에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세계 각국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국가안보 이유로 군대 온실가스 배출 총량 공개서 제외” 🔒
작년 11월 CEOBS와 영국 기반 과학단체인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SGR·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는 군대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두 단체는 보고서에서 군대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세계 전체 배출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보고서는 “세계 모든 군대를 하나의 국가로 보면 (미국·중국·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군대들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UNFCCC는 각국이 군사활동으로 인한 배출량을 제출하도록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해당 정보를 모두 공개하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당사국들의 요구 때문입니다.
주요 기후협약인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군사 부문 배출량 보고는 국가안보에 위협에 될 수 있단 이유로 배출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후 2015년 파리협정에서는 군사 부문 배출량 보고는 의무사항이 아닌 각국의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남겨뒀습니다.
“스코프 3까지 고려하면 세계 군대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서 5.5% 차지” 📊
이에 두 단체는 군사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군인 1인당 배출량’을 사용했습니다. 이 값에 현역 군인 수를 곱하고, 군인들이 사용한 이동수단 등을 고려해 총배출량을 계산했습니다.
또 일부 국가로부터 입수한 군사 및 배출량 데이터를 사용해 주요 지정학적 지역의 총량을 추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군대에서 직접 연료를 연소해 배출한 온실가스(스코프 1)와 군이 사용한 열·전기 생산에서 나온 온실가스(스코프 2)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 톤CO²eq(이산화탄소환산톤)였습니다. 이 경우 세계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합니다.
나아가 군수물품 등 공급망 조달 과정에서 발생한 배출량, 즉 스코프 3까지 대상을 확대해 계산하면 27억 5,000만 톤CO²eq로 늘어 세계 전체 배출량의 5.5%를 차지했습니다.
CEOBS·SGR “보수적 추정치”…우크라이나 전쟁 등 고려 시 군 배출량 ↑ 📈
두 단체는 보고서에서 데이터 수집의 한계로 조사에 제한이 있었단 점을 단서로 달았습니다. 이들은 한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 군사비 지출 상위 10개국을 포함한 국가 상당수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보고서의 결과는 보수적 추정치”라고 두 단체는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군비 지출, 인력이나 자재 증가 등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즉, 각국 군대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실제 더 많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올해 6월초 우크라이나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약 1억 2,00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습니다.
이중 직접적인 전투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약 2,200만 톤이었고, 포격 및 폭발 등으로 인한 화재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약 1,800만 톤을 차지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의 주저자이자 전쟁 관련 배출량 전문가인 레나르 드 클레르크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1년간 발생한 온실가스가 싱가포르·스위스·시리아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군사 부문 배출량 보고, COP28서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까? 🤔
옥스퍼드대와 런던퀸메리대 연구팀은 오는 9월 영국에서 군사 부문 배출량에 관한 회의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또 해당 회의를 기반으로 유엔과 주요국에 군사 부문 배출량 공개를 촉구할 것이라고 두 대학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환경부 또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각국 정부에 군사 부문 배출량에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COP28은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립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COP28에서 군사 부문 배출량 보고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까요?
이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UNFCCC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군사 부문 탄소배출량을 공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단 전망입니다.
UNFCCC 사무국은 “군사 부문 배출량 지침을 수정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일부 군사 부문 배출량은 불특정연료 연소로 기록돼 보고된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허나, “이를 COP28 등 향후 회담에서 다룰 수 있다”고 UNFCCC 사무국은 밝혔습니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COP28에서 ‘구호, 회복, 평화(Relief, Recovery, and Peace Day)의 날’을 도입할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이날 군사 부문 배출량과 함께 분쟁 지역 내 기후문제 등도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됐습니다.
군사 부문 배출량 공개 두고 엇갈린 주요국…NATO “국방도 기후대응 필요” 🥊
일부 국가는 자국 내 군사 부문 배출량을 자체적으로 공개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입니다. 미 국방부는 정기적으로 미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군이 사용하는 화석연료는 감소 추세입니다. 미군의 2018년 석유 구매 규모는 1억 배럴(bbl)에 육박했으나 2022년 8,400만 배럴로 감소했습니다. 미군이 배출한 온실가스도 2021년 5,100만 톤에서 2022년 4,800만 톤으로 줄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작년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국방부 대표단을 파견한 바 있습니다.
메러디스 버거 미 해군 설치환경부 차관보는 COP27 참여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화석연료 소모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며 “친환경 문제에서의 당사자여서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UNFCCC에 보고된 미 국방부 자료에는 미군이 국제물류 등에 사용한 연료사용량은 제외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든 것은 무인기와 드론 덕분”이라며 “항공기를 무인화하며 연료효율성이 상당히 올라갔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주요국 모두가 자국 내 군사 부문 배출량 공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것은 아닙니다.
독일 국방부 환경부서의 마르쿠스 루엘케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연료를 사용하는지 외부인이 알아선 안 된다”며 군사 부문 배출량 정보 공개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반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는 “공개된 정보로 우리 장비의 보유량과 성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32개국 가입국을 대상으로 각국의 군사 부문 배출량을 보고하는 방법론을 개발 중입니다. 또 군사 부문 내 에너지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도 지난해 6월 NATO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단 계획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옌스 NATO 사무총장은 “쉽지는 않겠지만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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