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리튬 수요 3배 이상 증가”…완성차·에너지 기업이 리튬 공급망 구축에 뛰어든 이유는?

NYT “리튬가격 폭락 우려”

산업군을 막론하고 주요 기업들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원료인 리튬 채굴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습니다.

포드(Ford)·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은 물론 화석연료 및 철강 기업들도 리튬 매장지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11일(현지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핵심광물 투자가 급격히 증가했단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IEA는 “핵심광물 생산에 대한 투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2022년에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410억 달러(약 5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핵심광물 중에서도 리튬 수요량이 두드러집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6년간(2017~2022년) 리튬 수요량만 3배 증가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리튬 등 핵심광물이 부족해질 것이란 경고도 나왔습니다.

 

▲ 스태티스타에 의하면, 미국도 주요 리튬 매장량 상위국에 포함되나 기업들의 데이터 거부로 자료상에서는 제외됐다. ©greenium

호주·칠레·중국 세계 리튬 생산 92% 차지…“리튬수출국기구 등장 임박” 🌐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리튬 매장량 추정치는 9,800만 톤. 이중 절반이 넘는 5,531만 톤(56.4%)이 중남미에 매장돼 있습니다.

리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칠레·아르헨티나 등을 중심으로 리튬 광산에 대한 국유화가 이뤄지고 있고, 해외 투자자들이 자국 기업과 합작하는 경우에만 리튬 채굴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또 리튬 매장량이 풍부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석유수출기구(OPEC)과 같은 성격의 국제기구인 리튬수출국기구(OLEC·가칭) 설립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리튬 생산량 1위 국가는 호주입니다. 호주는 세계 2위 리튬 매장국이기도 합니다.

데이터 통계 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는 지난해 호주에서만 6만 1,000톤이 넘는 리튬이 생산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이는 2022년 세계 리튬 생산량의 47%입니다.

이어 칠레(3만 9,000톤), 중국(1만 9,000톤), 아르헨티나(6,200만 톤) 순으로 높았습니다.

호주, 칠레, 중국 등 3개국은 세계 리튬 생산의 92%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이중 65%가 중국에서 고순도 리튬으로 제련돼 주요국에 공급됩니다.

 

▲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6년간 주요 핵심광물 4종은 청정에너지 전환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했다. ©IEA 제공, greenium 번역

앞서 언급한대로 현재 리튬 생산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리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21년 말부터 2022년까지 국제리튬가격은 전년대비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리튬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더 큰 상황입니다. 한국무역협회는 “2022년 리튬가격이 급등하며 수입이 356% 증가하는 등 기업의 비용부담이 커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주요 전문기관들은 청정에너지 전환에 따라 리튬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한단 것. 이르면 2030년에는 리튬 공급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단 예측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 캐나다 벤쿠버에 본사를 둔 리튬 아메리카스는 올해 6월부터 아르헨티나 카오차리올라루스 염호에서 리튬 채굴을 시작한 상태다. ©Lithium Americas

“GM·포드 등 미국·EU 주요 완성차업체 리튬 공급망 구축 나서” 🚗

리튬 공급의 불안정성 때문에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리튬 광산 개발 및 생산에 직접 뛰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유럽 내 많은 완성차업체가 다른 기업이 선점하기 전에 소규모 리튬 광산에 대한 독점적 접근 권한을 얻으려 한다”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완성차업체가 리튬 광산 투자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미국과 유럽 내 공급되는 리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습니다.

GM은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리튬 광산 개발을 위해 올해 1월 캐나다 리튬 채굴업체인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에 6억 5,000만 달러(약 8,6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더불어 GM은 작년 7월 미국 리튬 채굴업체인 리벤트(Livent)와 남미 광산에서 리튬을 공급받기 위한 계약도 체결한 상태입니다.

포드 역시 지난 5월 미국 앨버말(Albemarle), 칠레 SQM, 캐나다 네마스카리튬(Nemaska Lithium) 등 다수의 업체들과 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리오 틴토(Rio Tinto)와도 계약을 체결해 아르헨티나에서 리튬을 채굴할 계획입니다.

 

▲ 미국 GM은 2045년까지 100% 전기차 생산 및 판매 체제로 전환한단 계획이다. ©GM

전기차 100% 내건 내연차 기업·IRA 보조금 등으로 리튬 확보 경쟁 ↑ 📈

전기차 제조업체로 출발한 미국 테슬라(TESLA)중국 비야디(BYD) 같은 기업들은 이미 배터리 핵심원료 자체 공급망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반면,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업체들은 리튬 등 배터리 핵심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독자적인 공급망이 절실합니다. 이들 업체 상당수는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GM 배터리 원료 확보 프로그램 담당자인 샴 쿤저르는 “향후 10년간 우리의 목표를 지원할 수 있는 공급망이 확립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고 NYT에 토로했습니다.

GM과 포드는 각각 2035년과 2030년까지 전기차 생산·판매 체재로 완전히 전환하겠단 목표를 내건 바 있습니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2030년 유럽산 100%·미국산 50%, 폭스바겐(Volkswagen)은 2033년 유럽산 100%를 전기차로 생산한단 계획입니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선 전기차 배터리 원료를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뜻입니다.

 

▲ 광물 기업 이메리스는 프랑스 중부에서 리튬 추출 광산을 개발 중이다. ©Imerys

“새로운 먹거리 찾아 리튬 개발 뛰어든 화석연료 기업들” 🛢️

완성차업체들만 위기감을 느낀 것은 아닙니다.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 또한 리튬 광산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미국의 일부 주와 유럽에선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됩니다. 중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 시장이 축소하면서 석유 수요 감소가 불가피해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수익 다각화를 목적으로 리튬 생산에 뛰어든 곳도 있습니다. 석유 기업의 시추 기술이 염호에서 리튬을 끌어올리는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단 말도 나옵니다.

아일랜드 광물 기업 테크멧(TechMet)의 브라이언 메넬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업계가 탁월한 시추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이를 사용해) 리튬 시장으로 진출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석유 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은 지난 5월 미국 아칸소주에 있는 약 486㎢(제곱킬로미터) 규모 리튬 광산의 시추권을 확보했습니다. 해당 광산에는 전기차 5,000만 대에 공급 가능한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예상됩니다.

엑손모빌은 해당 지역의 탐사비용에만 약 1억 달러(약 1,320억 원)를 투자한 상태입니다.

이밖에도 노르웨이 최대 석유·가스 기업 에퀴노르(Equinor) 또한 지난해 프랑스 리튬드프랑스(Lithium de France)의 지분을 인수해 리튬 추출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세계 최대 해양시추기업 슐럼버거(SLB)도 지난해 파나소닉(Panasonic)에 이어 올해 그래디언트(Gradiant)와 리튬 생산 협약을 맺었습니다.

 

▲ 포스코홀딩스는 이차전지용 양극재 핵심소재인 리튬 확보를 위해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하고 현지에 2만 5000톤 규모의 염수 리튬 1단계 공정을 개발 중이다. ©포스코

포스코, 리튬 확보 위해 아르헨티나 염호 인수…NYT “리튬가격 폭락 우려” 💸

우리나라 대표 철강 기업 포스코 또한 리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배터리(이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홀딩스는 리튬 확보를 위해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한 상태입니다. 이후 현지에 2만 5,000톤 규모의 염수 리튬 1단계 상·하공정을 건설 중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추가 투자를 통해 아르헨티나 염호를 기반으로 2028년 기준 최대 10만 톤까지 리튬 생산을 확대한단 계획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져온 리튬은 국내 공장에서 수산화리튬으로 최종 가공될 예정입니다. 수산화리튬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됩니다.

이를 위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13일 전남 율촌1산업단지에 수산화리튬 공장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측은 해당 공장에서 전기차 약 6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수산화리튬이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NYT는 “주요 업계 경영진들이 충분한 리튬을 확보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 경쟁업체들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개발 중인 리튬 광산들에서 채굴이 시작되면 리튬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직접 리튬 채굴에 나선 업체들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될 수 있다”고 NYT는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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