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소송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산하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발표한 ‘기후소송 글로벌 트렌드 2023(Global Trends in Climate Litigation 2023)’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 보고서는 그랜섬연구소가 기후소송 트렌드를 담은 5번째 보고서입니다. 미국 컬럼비아 법대 산하 기후법 전문연구기관인 사빈센터(Sabin Center)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전 세계에서 2,341건의 기후소송이 제기됐습니다. 그 가운데 1,157건은 2015년 이후 제기됐습니다.
유럽연합(EU) 법원 및 국제기구 등에 제기된 기후소송 118건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그랜섬연구소는 덧붙였습니다.
보고서 저자이자 그랜섬연구소 조교수인 조아나 세처와 정책 펠로우인 캐서린 하이암은 “최근 몇 년간 법원 혹은 소비자보호원 같은 행정기구에 기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과 관련해 제기된 소송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이는 기후소송 내 중요한 흐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소 51개국서 기후소송 진행 중…“가장 많은 소송은 미국서 제기” ⚖️
기후소송은 2021년 266건으로 정점을 찍고, 2022년 222건으로 다소 둔화됐습니다. 그랜섬연구소에 의하면, 지난 1년간(2022년 6월 ~ 2023년 5월) 제기된 기후소송은 190건입니다.
기후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된 국가는 미국으로 1,590건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호주(130건), 영국(102건), 독일(59건), 브라질(40건), 캐나다(35건) 순으로 높았습니다.
기후소송 증가율은 다소 둔화했으나, 감소 추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이는 미국 외 지역에서 2021년을 제외하고 기후소송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前) 행정부 시절 기후소송 건수가 증가했으나, 행정부가 교체된 이후 소송 건수가 일부 감소한 상태입니다.
이밖에도 “불가리아·중국·루마니아·러시아·핀란드·태국·튀르키예(터키) 등 7개국에서 기후소송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총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4건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는 국가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제기하는 ‘헌법소원’입니다.
이로써 최소 51개국에서 기후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랜섬연구소, 최근 2년간 기업 대상 ‘기후워싱’ 소송 ↑ 📈
기후소송 증가율은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소송의 다양성이 확산하는 추세라고 보고서는 진단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후워싱(Climate Washing)’ 소송이 증가했다고 그랜섬연구소는 밝혔습니다.
기후워싱은 그린워싱 내에서도 기후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뜻합니다. 허위주장,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용어를 사용하는 행위 또한 기후워싱에 포함됩니다.
그랜섬연구소는 기후워싱 소송에 대해 ▲기후대응 투자 및 지원 과장 행위 ▲기후리스크를 공개하지 않는 행위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제품 원료 내 문제점 등에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지난 8년간(2015~2022년) 제기된 기후워싱 소송 건수는 총 81건. 이중 절반이 넘는 53건은 최근 2년간(2021~2022년) 발생했습니다. 기후워싱 소송 건수는 2019년 6건, 2020년 9건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2021년 27건, 2022년 26건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일례로 2022년 9월 프랑스 파리시 및 미국 뉴욕시는 여러 협회 및 시민단체(NGO)와 함께 프랑스 다국적기업 토탈에너지(TotalEnergie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이유는 토탈에너지가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소송은 현재 프랑스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에 대해 두 저자는 “기업을 상대로 기후워싱 소송이 증가한 것은 기후대응과 기후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업의 책임과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등을 놓고 사회적 논의가 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규제 당국을 대상으로 기후워싱 소송이 제기되고 있단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가령 작년 2월 국제환경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netEarth)는 영국 시장감시기관인 금융행위감독청(FCA)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단체는 화석연료 기업인 이타카에너지(Ithaca Energy)가 기후공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회사의 런던증권거래소 상장을 허용한 것이 문제라며 런던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근미래 생물다양성 손실 및 해양 기반 탄소제거 기후소송 예상돼” 🤔
그랜섬연구소는 향후에는 생물다양성 손실 및 해양 기반 탄소제거(CDR)와 관련된 기후소송이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엇보다 “해양 기반 탄소제거 기술을 탐구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의무를 다루는 사례”와 “극한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하는 소송 등도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기후소송 사례 중 50% 이상이 기후대응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법부 판단이 나왔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일부 사건에서는 구체적 (기후대응) 정책 강화로도 이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기후소송은) 승소 여부와 관계없이 법정 밖에서도 기후변화 의사결정에 여러모로 상당한 ‘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송이) 성공적으로 종결되면 새로운 소송을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