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식품의 30%가량이 손실되거나 버려집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식품폐기물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0%에 달합니다. 기후변화에 맞서 식품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들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높은 비용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 미국 유통업체 크로거(Kroger) 또한 같은 문제로 식용코팅제를 개발한 어필사이언스(Apeel Science)와의 파트너십을 지난해 종료했습니다.
쉬운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단순한 아이디어로 식품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은 곳이 있습니다.
QR코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화학제품 없이 디자인과 아이디어만으로 식품폐기물을 방지한 스티커를 소개합니다.
최근 콜롬비아 대형 슈퍼마켓 기업 마크로(Makro)는 글로벌 광고대행사 그레이(Gray)와 함께 ‘엘 스티커 살바 비다스(El Sticker Salva-Vidas)’ 이니셔티브를 시작했습니다. 이니셔티브이긴 하나 식품폐기물 손실 예방을 막기 위한 캠페인 성격에 더 가깝습니다.
‘살바 비다스’는 한국어로 ‘생명을 구하다’란 뜻입니다. 현지에서는 ‘인명구조원’을 지칭합니다. 쉽게 말해 ‘생명을 구하는 스티커’란 뜻입니다.
이들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연간 13억 톤에 달하는 식품폐기물의 40%가량이 과일과 채소라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그리고 두 기업은 유통 및 소비 과정에서 낭비되는 과일 및 채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두 기업은 “우리가 항상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에 주목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과일과 채소는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단 것.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들은 수십년간 식품업계에서 사용되었던 전통을 선택했습니다. 과일과 채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스티커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티커는 과일과 채소의 생산자, 브랜드, 상표 등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됩니다.
과일·채소 스티커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두 기업은 “의도적으로 첨단기술이 아닌 아날로그와 로우테크(Low-tech) 방식을 선택하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레이의 최고경영자(CEO)인 후안 호세 포사다는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가장 큰 아이디어일수록 오히려 더 단순하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들은 복잡한 기술 대신, 색상의 힘을 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가로세로 단 2.7㎝의 작은 스티커입니다.
해당 스티커는 바나나, 파파야, 망고, 아보카도, 토마토 등 유통 과정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는 과일 및 채소에 부착됩니다. 각 식품마다 고유의 색깔을 가진 스티커가 제작됐습니다.
스티커의 큰 특징은 먼저, 중앙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색상환처럼 특정 색상이 그라데이션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망고의 스티커는 초록색에서 주황색, 다홍색, 얼룩진 노란색 순으로 색이 변합니다.
또 스티커에는 각각의 색상, 즉 숙성 정도에 맞는 요리법이 키워드로 적혀있습니다. ▲레모네이드 ▲세비체(남미식 샐러드) ▲칠리(소스의 종류) ▲칵테일 순입니다.
즉, 이 스티커를 통해 과일이나 채소가 일반적으로 먹을 때가 안 됐거나, 너무 지났다고 생각될 때에도 여전히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더불어 마크로는 숙성 정도에 맞춰서 가정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숙성이 채 시작되지 않은 초록 토마토를 사용한 튀김부터 과숙해 갈색이된 바나나를 사용한 디저트, 거무튀튀해진 아보카도로 만든 크림 스파게티 등 요리법도 다양합니다.
마크로는 해당 이니셔티브를 통해 과일 및 채소의 섭취 기간을 6일가량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가정 및 매장의 식품폐기물을 주당 70톤 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는 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니콜라스 토본 마크로 CEO는 덧붙였습니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프랑스 국제 광고 페스티벌 ‘칸 라이언즈(Cannes Lions)’에서 황금사자상 은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에는 ‘칸 국제광고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행사는 세계 3대 광고제로 손꼽히는 광고제입니다.
포사다 CEO는 ”심사위원보다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아이디어였다”며 대중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아쉽게도 이 이니셔티브는 현재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내 일부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고 마크로 측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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