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중간 회의 ‘SB58’ 폐막…UNFCCC 총장 “회의 결과 불만족”, 어떤 논의 오갔나

“항공·선박·화석연료세 방식도 고려”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논의될 핵심의제들을 사전 조율하기 위한 회의가 독일 본에서 폐막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부터 15일까지, 독일 본에서 COP28 준비를 위한 ‘제5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회의(SB58)’가 개최됐다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은 밝혔습니다.

UNFCCC는 파리협정 위임사항, 이행방안 등을 협상하기 위해 매년 2차례씩 회의를 개최합니다.

이번 회의에는 190여개 당사국, 국제기구, 시민단체(NGO) 등 5,000명이 참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수석대표를 맡았고,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총 7개 부처 및 12개 관련 기관 담당관과 전문가로 구성된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은 회의 결과를 묻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결코 만족스럽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티엘 사무총장은 기후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회의 전 과정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주요 기후협상가 및 외교관들 또한 SB58회의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금번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 6월 14일, SB58회의에서 GST 논의를 위해 각국 대표단이 모여있는 모습. ©Kiara Worth, IISD ENB

COP28서 나올 ‘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 어디까지 논의됐나? 🤔

이번 회의에 핵심의제 중 하나는 ‘전지구적 이행점검(GST·Global Stocktake)’이었습니다.

GST란 파리협정 당사국들이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국가별 감축 이행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검토하는 과정입니다.

GST 제1차 결과는 올해 11월 COP28에서 나오며, 이후 5년을 주기로 시행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적응, 이행수단 분야를 중심으로 파리협정의 이행에 대한 당사국 간 이해를 제고하는 ‘제3차 기술대화(Technical Dialogue)’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UNFCCC 사무국에 의하면, 제1차와 제2차 기술대화는 각각 지난해 6월 SB57 회의와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번 제3차 기술대화를 끝으로 GST 기술평가 단계가 마무리됐단 것이 외교부의 설명입니다.

 

▲ 적응 및 지원의 적절성과 효과성 검토에 관한 방법론을 골자로 한 파리협정 제7 14조에 GST 핵심요소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 그래프. ©IISD ENB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적응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을 놓고 당사국 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은 파리협정 이행 과정에서 선진국의 재정적 지원과 역사적 책임의 필요성을 요구했습니다.

여러 진통 끝에, SB58 회의 폐막일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현지시각)에 당사국들은 GST 초안 프레임워크 채택에 합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3차 기술대화 요약 보고서는 오는 8월 15일(현지시각) UNFCCC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후 오는 9월 8일(현지시각) 1~3차 기술대화를 통합한 종합보고서가 나올 계획입니다.

COP28에서는 이 종합보고서를 바탕으로 GST 기술평가 결과를 검토하고, 제1차 GST 결과에 대한 최종 결정문을 채택할 예정입니다.

 

▲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독일 본에서 COP28 핵심의제 사전 조율을 위한 SB58회의가 열린 가운데 시민단체 및 개발도상국 대표단은 회담장 곳곳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을 요구했다. ©Kiara Worth, IISD ENB

‘손실과 피해’ 기금도 핵심쟁점…“항공·선박·화석연료세 방식도 고려 중” 💰

지난해 COP27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합의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조성 또한 SB58회의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개도국들에게 선진국들이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제안됐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2020년까지 선진국이 약속한 연간 1,000억 달러(약 132조원) 규모의 기후재원과는 별개의 재원입니다.

현재 UNFCCC 사무국은 손실과 피해 기금의 지원체계 및 상세 운영방안 논의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운영 중입니다.

준비위는 올해 3월 이집트 룩소르(테베)에서 제1차 회의를 열고, SB58 회의 전 본에서 제2차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COP28 개최 전까지 최소 2차례의 회의가 더 열릴 예정입니다.

현재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은 자체적으로 내는 기금 이외에도 ‘펀딩’ 방식으로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나설 것을 요구합니다. 여기에 다자간개발은행, 인도주의 단체, 보험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반대로 개도국은 UNFCCC 사무국이 손실과 피해 기금의 운영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손실과 피해 기금이 대출이 아닌 보조금 형태로 제공될 필요성을 피력합니다.

 

▲ 독일 본에서 열린 SB58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의 모습. ©UNFCCC

손실과 피해 기금 확보를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의견이 엇갈린 상황. 이와 별개로 준비위에서는 항공·선박 또는 화석연료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손실과 피해 기금을 충당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열린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에 참석한 하지트 싱 기후행동네트워크(CAN) 정책전략국장은 이같은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싱 국장은 본에서 열린 손실과 피해 제2차 준비위 회의에 참석한 인물입니다. 싱 국장은 “2030년까지 5,800억 달러(약 824조원)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화석연료 채굴 혹은 국제선 항공권에 일정 부문 세금을 부과하는 등 여러 방안을 회의에서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SB58회의에 참석한 중국 및 77개 개도국 모임 대표단이 최종 회의 직전 복도에서 모여 최종 안건을 논의 중인 모습. ©Kiara Worth, IISD ENB

신규 기후재원 목표, 정의로운 전환 등도 논의돼 🗣️

더불어 2025년 이후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NCQG)’ 수립과 관련해 회의도 진행됐습니다. 회의에서는 기후재원 규모 산출 방법론이 주로 논의됐습니다.

외교부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위한 주요 영역별 감축방안을 논의했다”며 “(투자 중심 행사에서) 투자자와 투자처 연계, 민간투자 확대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SB58회의에서는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JTWP·Just Transition Work Programme)’을 어떻게 설계해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습니다.

JTWP는 COP27에서 출범한 프로그램으로, 이름 그대로 산업·사회 전 부문에서 있어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합니다.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각국이 이행함에 있어 유용한 정보와 경험을 서로 공유하는 플랫폼 방식으로 운영할지, 혹은 포괄적인 협의체로 운영해 나갈지가 쟁점이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술탄 알자베르 COP28 의장은 지난 8일 SB58회의에 참석해 화석연료 배출 단계적 퇴출이란 기존 입장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을 불가피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COP28 UAE, 트위터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vs ‘화석연료 배출 단계적 퇴출’ 🥊

한편, 화석연료를 둘러싼 각국 간 쟁점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각국 대표단은 SB58회의에서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퇴출’과 ‘화석연료 배출의 단계적 퇴출’을 두고 대립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배출은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과 사용 자체를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화석연료 배출의 단계적 퇴출은 CCS(탄소포집·저장) 기술 등을 통해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줄이돼 화석연료 생산은 지속해도 된다는 입장입니다.

EU와 태평양 도서국은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퇴출이 COP28에서 공식안건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산유국은 화석연료 퇴출이 아닌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줄일 것을 요구합니다.

그간 술탄 알자베르 COP28 의장*은 화석연료 배출의 단계적 퇴출을 거듭 주장해 왔습니다. 환경단체 등은 이같은 주장에 반발해 왔습니다.

*현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겸 아부다비석유공사 최고경영자(CEO)

 

▲ SB58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선 화석연료 배출이 아닌 화석연료 그 자체를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NFCCC

이에 지난 8일(현지시각) SB58회의에 참석한 알자베르 의장은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알자베르 의장이 이후 발언에서 화석연료 ‘배출’ 감축에 초점을 맞췄을 뿐, 화석연료 배출의 단계적 퇴출을 COP28 공식 안건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고 전했습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SB58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기후재앙을 막으려면 화석연료 배출이 아니라 화석연료 그 자체를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그린비즈, 정책

미국 바이든 행정부, US스틸 매각 공식 불허 전망…일본제철 반발

기후·환경, 정책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코앞…‘기후’ 없을 뿐 방향성 그대로

그린비즈, 정책

아태 경제협력체 IPEF, 공급망 불확실성 대비 3차 회의 개최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