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의 종식을 목표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만들기 위한 제2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2)가 막을 내렸습니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현지시각)까지, 닷새간 열린 이번 회의에는 169개국 정부대표단 등 1,7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2월 제 5차 유엔환경총회(UNEA-5) 2부회의에서 통과된 결의안에 따라 열렸습니다. 결의안에 의하면, 당사국 175개국은 총 5차례 회의를 거쳐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이번 회의는 플라스틱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의 초안이 공개될 것이라 예상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회의 일정은 지연됐습니다. 초안은 11월 개최될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3) 이전에 공개하는 것으로 합의됐습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 “지구상에 단 한 번뿐인 기회”라 강조했던 이번 회의.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그리니엄에서 정리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 위한 2번째 협상…“5차 INC, 한국 개최 확정!” 🇰🇷
앞서 언급한대로 당사국들은 오는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될 INC-3 이전까지 협약 초안인 ‘제로 드래프트(Zero draft)’를 제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협약의 범위와 원칙 등 주요 질문에 대한 협의는 INC-3 이전에도 회기간(intersessional) 협상을 통해 수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INC-2는 각국이 협상 전에 서면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바탕으로 진행됐습니다. 여기에는 ▲플라스틱 전주기(life-cycle) ▲생산-사용-처리-환경 유출 단계별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핵심의무 ▲규제수단 ▲자발적 접근 ▲이행수단 ▲이행조치 등이 포함됐습니다.
환경부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 및 순환경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적극 동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일환으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의 한국 개최를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목표 수립? ‘각개전투 vs 공동목표’ 논쟁 붙어! 🥊
INC-2에서 정부대표단은 주제에 따라 2개 그룹으로 나뉘어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목표 설정 및 이행 평가 방식이었습니다.
논의 결과, 135개국은 개별 국가가 자발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 아닌 모든 국가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글로벌 규제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플라스틱 산업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자발적 목표 수립 방식을 지지합니다.
이에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HAC)’을 비롯한 강경파는 국제 규제안을 요구해 왔습니다.
HAC는 르완다 및 노르웨이가 주도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연합(EU)과 스위스, 가나 등 58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INC-2 회의 사전에 제출한 의견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국가별 목표 설정을 지지한다고 표명했습니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라는 목표에는 대다수가 공감했으나 구제척인 목표 연도를 설정에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막을 솔루션, “재활용 vs 감축, 논쟁 붙어” 💬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방법의 우선순위 또한 주요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크게 ‘순환경제와 재활용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과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먼저라는 입장이 부딪힌 것입니다.
UNEP는 INC-2에 앞서 재사용·재활용·대체 및 다양화 등 순환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의 80%를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즉, 생산된 플라스틱의 순환을 통해 플라스틱 유출 및 오염을 막자는 입장입니다. 미국·인도,·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중국·브라질 등이 이 방식을 지지합니다.
이와 달리 HAC는 플라스틱 자체의 감축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HAC는 전체 플라스틱 생산의 40%가 일회용 플라스틱일뿐더러, 상당수 국가의 재활용 역량이 부족하단 점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이 때문에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1차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줄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HAC는 밝혔습니다.
UNEP에 제출한 사전의견서를 보면 한국은 플라스틱 감축보다 재활용·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강조했습니다.
이밖에도 ▲미세플라스틱 규제 및 연구개발(R&D)의 필요성 ▲제품 생산단계부터의 순환성 강화를 위한 기준 마련 ▲대체제로서 바이오·생분해 플라스틱 기준 및 활용 등이 논의됐습니다.
재정 조달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재정 마련 매커니즘(방식)을 설립하자는 개발도상국가들과 지구환경기금(GEF) 등 기존 재정 메커니즘를 활용하다는 선진국 간의 갈등이 드러났습니다.
“초안 공개 예상됐지만”…일부 국가에 발목 잡힌 ‘일생일대 기회’ 👣
환경부는 이번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협상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INC-2의 결과는 아쉽단 평이 전반적입니다. 무엇보다 국제협약의 주요 내용이 논의됨에 따라 회의 결과로 국제협약 초안이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문제는 회의가 계획대로 운영되지 못하며 전체적인 논의가 지연되면서 발생했습니다. 계획에 의하면, INC-2는 의사결정 채택 규정을 잠정 합의한 후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당초 UNEP은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중국 등 3개국은 만장일치의 합의로 채택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모두 석유 및 플라스틱 주요 생산국입니다. 총 5일로 예정된 회의 중 3일이 채택 규정을 논의하는데 소요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국가 관계자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국가들이 의도적으로 INC-2 회의를 “폭발”하고 “조율된” 저항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11월 공개될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초안’…약속 기한까지 단 1년 반 남아 📜
앞으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되기까지 3차례의 INC 회의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오는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INC-3이 열리고, 이후 2024년 4월 캐나다와 같은해 10~11월 한국에서 INC-5가 열립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은 험난합니다. 이번 회의 첫날부터 약 3일가량 지연시켰던 의사결정 채택 규정. 결국 합의되지 못하고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연기됐기 때문입니다.
만약 만장일치 방식이 채택된다면, 개별 국가의 반대가 거부권으로 작용하며 조약 채택에 실패하거나 플라스틱 감축 노력이 크게 후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끈질긴 지연전술에도 결국 협상을 진전시켰단 점에서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ISD)는 “이 회의는 적어도 어느 시점에서는 한계를 넘어 혼돈의 위기에 처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의 상상력과 인내, 결단력 덕분에 첫번째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 또한 폐막식에서 INC가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변화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스트레스 테스트: 시스템 등의 안정성을 결정하기 위해 한계점에 이를 만큼, 일반적인 운용 능력을 넘어서는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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