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이상고온에 시름하는 지구촌…‘엘니뇨 주의보’에 올리브·설탕 등 식량가격 빨간불

아시아를 비롯해 지구촌 전역이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 폭염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이상고온의 주범으로 지목된 가운데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폭염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경우 역대 최고 기온이 잇따라 세워졌습니다.

태국 북서부 탁 지역은 지난달 14일 최고 45.5℃를 기록해 태국 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했습니다. 태국 각지의 체감 온도는 50℃를 뛰어넘었습니다. 베트남 또한 이달초 기온이 44.1℃까지 올라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13일 최고 기온이 37℃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40년 전인 1983년 4월 기록된 역대 최고 기온과 같을뿐더러, 5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 기온입니다.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지난 4월 태국 수도 방콕은 체감온도가 54℃까지 치솟아 정부가 야외 활동 자제령을 내렸다. ©Mothership

아시아·북미·유럽 모두 때이른 이상고온 현상에 시름 🥵

중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 기상청인 중앙기상대는 중국 수도 베이징의 낮 최고 기온이 15일 35℃를 기록했고,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낮 최고기온이 35℃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미 베이징 등 일부 지역에는 폭염 경보가 내려진 상황입니다. 중앙기상대는 중국 내 첫 폭염 경보가 지난해(6월 5일)보다 3주나 빨리 발령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접국인 방글라데시와 인도도 때이른 폭염으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도 심상치 않습니다. 오리건주와 워싱턴주 등 미국 북서부는 주말 동안 기온이 평균 대비 11℃ 넘게 오르면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캐나다의 중서부 앨버타주에선 이상고온 현상으로 90건에 가까운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앨버타 주정부의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입니다.

대륙 반대편 서유럽 스페인의 경우 30℃를 웃도는 이상고온으로 인해 야외작업이 금지됐고, 20억 유로(약 2조 9,100억원) 규모의 가뭄 비상조치가 승인됐습니다. 스페인 인접국인 포르투갈과 지중해 건너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알제리 또한 지난 4월 역대 최고 기온이 경신됐습니다.

기후연구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기후변화가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알제리 등 4개국의 최근 폭염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결과, 이정도 폭염은 4만년에 한번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를 뜻하는 엘니뇨(El Niño)는 동태평양, 쉽게 말해 남미 연안 일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NASA

엘니뇨, 지구촌 이상고온 원인으로 지목…NOAA ‘슈퍼 엘니뇨’ 가능성 열어 🌡️

이상고온에 대한 원인으로는 엘니뇨가 지목됐습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문제는 엘니뇨는 지구 평균온도를 약 0.2℃ 높이고, 지역별로 가뭄·홍수·산불 등 여러 이상기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엘니뇨는 아시아·태평양 일부 지역에는 가뭄, 미국 남부와 동아프리카 일대에는 폭우를 유발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엘니뇨가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2016년은 온실가스 효과까지 겹치며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됐습니다.

이에 대해 세계기상기구(WMO)는 엘니뇨로 인해 “지구 기온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진단했습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또한 지난 12일(현지시각) 엘니뇨가 올해 7월 발생해 북반구의 겨울까지 지속될 확률을 82%로 예측했습니다. 또 예전보다 강한 엘니뇨, 일명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도 55%로 내다봤습니다.

기후과학자 제크 하우스파더는 온라인매체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엘니뇨가 2024년이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을 높인다”며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온도를 1.5℃ 뛰어넘는 첫해가 될지 모른다”고 전망했습니다.

 

▲ 2015년과 2016년 엘니뇨 현상이 일어난 2년간 6,000만 명 이상이 엘니뇨로 인한 식량안보 위협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WFP

엘니뇨로 인한 식량위기 가시화…올리브·설탕 등 식량가격 ↑ 🍐

아직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요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기후문제를 넘어 식량가격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 3월 기준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2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올리브 최대 생산지인 스페인의 가뭄 때문입니다.

건조한 날씨와 폭염으로 인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스페인 내 올리브 수확량은 63만 톤 수준에 그쳤습니다. 전년도 140톤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 것입니다.

국제 설탕 가격 또한 2011년 이후 1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인도, 유럽 등 주요 설탕 생산국의 이상기후로 인해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엘니뇨로 인해 사탕수수 생산량이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2016년 엘니뇨 당시 인도 내 설탕 생산량은 700만 톤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 때문에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란 용어도 재등장했습니다.

 

▲ 계단식 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농부들의 모습. ©FAO

엘니뇨로 인해 쌀 생산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세계 쌀 수출국인 태국의 국립수자원청(ONWR)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농부들에게 “벼 재배를 올해 2~3번에서 1번으로 줄여줄 것”을 권고했습니다. 쌀농사에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데 엘니뇨로 인해 강수량 부족이 전망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인도 재무부 또한 엘니뇨가 인도 내 물가를 끌어올릴 것을 우려했습니다.

이밖에도 팜유, 코코아, 밀 등 주요 작물도 엘니뇨로 인해 생산량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6년 엘니뇨로 인한 가뭄의 여파로 팜유 생산량이 전년 대비 –3% 하락했습니다.

 

▲ 엘니뇨와 관련해 건조하고 습한 조건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주요 농업 지역을 표시한 지도. 파란색을 물 공급 초과, 붉은색은 물 부족 지역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FAO

FAO·IMF 등 국제기구, 엘니뇨로 인한 식량위기 가능성 경고 🚨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주요 국제기구는 엘니뇨로 인해 식량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FAO에 의하면, 2016년 엘니뇨 당시 적어도 23개국에서 6,000만 명 이상이 엘니뇨로 인한 식량안보 위협을 느꼈습니다. 이에 FAO는 다른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엘니뇨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 수립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엘니뇨로 인해 식량생산에 큰 차질을 빚으면 취약국을 중심으로 기근이 심화되는 등 식량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올해 엘니뇨의 진행 과정과 강도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도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 2016년 짐바브웨의 한 농부가 옥수수 속대를 들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FAO

지난해 2월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식량위기와 인플레이션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엘니뇨로 촉발될 수도 있는 농산물 등 원자재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엘니뇨가 농어업뿐만 아니라 산업과 전력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쳐 세계 경제성장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 모두 물소비량이 상당할뿐더러, 수력발전소의 경우 가뭄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마지막 엘니뇨가 덮쳤던 2016년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기상여건 악화로 구리 생산치가 예상치를 4% 정도 밑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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