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패션 스타트업 ‘패뷸러스 펑기’, 곰팡이 염료로 패션 산업 내 수질오염 문제 해결 목표

2년 안에 곰팡이 염료 생산 목표

합성염료는 패션 업계의 주요 환경 문제 중 하나입니다. 섬유 1톤을 염색하기 위해 필요한 물만 200톤이 넘을뿐더러, 염색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유황·비소·포름알데하이드 등 8,000개 이상의 화학물질이 염색 공정에 사용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전 세계 의류 상당수가 환경 규제가 약한 저개발 아시아 국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들 유해물질이 곧바로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세계 수질오염의 약 20%는 직물 염색 및 가공 산업에서 비롯됩니다.

이에 네덜란드의 한 패션디자이너는 합성염료 문제의 해결책으로 ‘곰팡이 염료’를 제시했습니다.

 

▲ 네덜란드 예술대학 ‘빌럼 데 쿠닝’을 졸업한 패션디자이너 일세 크레머는 합성염료를 대신할 지속가능한 염료의 재료로 곰팡이를 선택했다. ©Fabulous Fungi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소재한 예술대학 ‘빌럼 데 쿠닝’을 졸업한 일세 크레머는 일찍이 패션 업계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고민했습니다.

크레머는 “본인에게 있어 지속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측면”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합성염료로 인한 패션 업계의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심했습니다.

크레머는 천연염료의 재료를 찾던 중 곰팡이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곰팡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수천 가지의 색깔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곰팡이 염료가 생분해성일뿐더러, 잔여물이 강이나 바다에 흘러가도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단 점도 그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실험실에서 배양 중인 각종 곰팡이 균사체(왼)의 모습, 이렇게 배양된 곰팡이는 염료가 돼 각종 직물 염색(오)에 사용된다. ©Fabulous Fungi

이에 크레머는 네덜란드 곰팡이다양성연구소(KNAW)와 협력해 곰팡이 염료 개발에 착수합니다. 그는 곰팡이 균사체별로 화학식을 연구했는데요. 이와 함께 곰팡이 재배 방법과 색소 추출 방법도 파악합니다.

크레머는 네덜란드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험실에서 배양한 곰팡이를 액체에 녹인 후 각각의 색깔을 조합해 각양각색의 색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곰팡이 염료가 직물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점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크레머는 회상했습니다.

 

▲ 네덜란드 패션디자이너 일세 크레머가 대학 졸업 작품을 위해 선보인 곰팡이 염료로 염색한 드레스의 모습. ©Fabulous Fungi

곰팡이로 직물을 염색하는 기술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다만, 곰팡이 염료로 옷을 염색한 경우는 이전까지는 없었는데요. 크레머는 2020년 대학 졸업 작품으로 곰팡이 염료로 만든 여러 패션을 선보입니다.

이듬해인 2021년 크레머는 ‘패뷸러스 펑기(Fabulous Fungi)’란 순환패션 스타트업을 설립합니다. 단어 그대로 ‘환상적인 균사체’란 뜻을 지닌 이 스타트업은 현재 로테르담에 있는 ‘블루시티(Blue City)’에 입주해 있습니다.

블루시티는 네덜란드 내 순환경제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는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입니다. 이곳의 기본 원칙은 ‘누군가의 쓰레기가 다른 누군가의 자원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크레머는 창업 이유에 대해 곰팡이 염료에서 여러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곰팡이 염료는 합성염료 대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매우 적을뿐더러, 기존 생산설비 교체가 필요없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또 기존 천연염료와 비교해 색상이 매우 짙고 다양하단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크레머는 “붉은 양배추 등으로 과거에도 염색 실험을 진행한 적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색상이 밝지 않거나 색상 스펙트럼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곰팡이 염료를 사용하면 직물 염색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없다고 크레머는 강조했습니다.

 

▲ 네덜란드 순환패션 스타트업 ‘패뷸러스 펑기’가 곰팡이 염료로 염색한 티셔츠의 모습. ©Fabulous Fungi

그럼에도 크레머는 “화학물질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적 관점에서 어려울 수 있다”며 곰팡이 염료가 실제 패션 업계에서 사용되기에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크레머는 향후 2년 안에 곰팡이 염료 생산을 위한 공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크레머가 만든 곰팡이 염료는 2022년 열린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에 전시됐습니다.

 

▲ 지난 4월 26일(현지시각) 패뷸러스 펑기는 네덜란드 최대 기업가 혁신 대회 중 하나인 ‘필립스 이노베이션 어워드’에 결승자로 진출했다. ©Fabulous Fungi

패뷸러스 펑기는 ‘제4회 메이크 잇 써큘러 챌린지(Make it Circular Challenge)’에 최종 후보로 오른 바 있습니다. 세계 최대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가 진행하는 순환디자인 공모전입니다.

최근에는 패뷸러스 펑기는 네덜란드 최대 기업가 혁신 대회 중 하나인 ‘필립스 이노베이션 어워드(Philips Innovation Award)’에 결승자로 진출했다고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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