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플라스틱 순환경제’ 핵심으로 꼽힌 열분해유, 美선 신중론 나온다고?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의 종류 및 오염물질 여부와 관계없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여러 번 재활용해도 물성이 유지된단 장점 덕에 순환경제 전환을 도울 ‘게임 체인저’로 소개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열분해 기술에 규제 특례(샌드박스)를 적용해 석유·화학기업의 실증 특례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에 대한 규제 신설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 환경보호청(EPA)이 공개한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 전략’ 초안에 담긴 내용입니다.

EPA가 공개한 초안에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고, 플라스틱 순환경제 활성화를 도울 전략들이 담겨 있습니다. 해당 초안에 한국의 플라스틱 순환경제 핵심으로 꼽히는 화학적 재활용이 빠졌단 점이 특징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에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미국, 어떤 상황인지 살펴봤습니다.

 

美 2040년 플라스틱 오염 방지 전략 발표…쟁점은 ‘화학적 재활용’ ⚗️

EPA에 따르면, 이번 전략의 목표는 2040년까지 폐플라스틱의 환경문제를 막는 동시에 재활용을 확대해 천연자원 낭비를 막는 것입니다. 이는 2024년 제정될 유엔의 플라스틱 오염방지 국제협약에 발맞추기 위함입니다.

세부 목표는 크게 3가지입니다. ▲플라스틱 생산 중 오염 감소 ▲사용후 자재 관리 개선 ▲폐기물 및 미세·초미세플라스틱 수로 유입 방지 등입니다. 폐플라스틱 감축과 재사용, 재활용, 수거 등의 조치에 초점을 맞춘 것이 핵심입니다.

 

▲ 지난 4월 21일(현지시각) EPA는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 전략’ 초안을 공개했다. 이번 초안에서 가장 주목 받은 대목은 ‘화학적 재활용’이었다. ©EPA

한편, 이번 초안에서 주목 받은 대목은 ‘화학적 재활용’이었습니다.

EPA는 그간 플라스틱을 포함한 고형폐기물을 열에너지 형태로 회수하는 활동, 즉 폐기물 에너지화(WtE·Waste-to-Energy)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폐플라스틱을 기름과 가스 등의 형태로 회수하는 화학적 재활용 또한 WtE의 일부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러던 2021년 산업계의 계속된 요청으로 EPA는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단 신호를 보냈습니다. 당시 EPA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대한 추가 논의를 환영”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밝혔습니다.

이어 “최근 열분해 및 가스화 공정이 유용한 제품 또는 에너지 변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 화학적 재활용의 규제 완화에 대한 대중의 의견 수렴 과정을 시행했습니다.

 

▲ 수거된 폐기물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라가는 모습. ©Jannik Hammes Fotografie, Tomra

업계 기대 몰렸지만…EPA “화학적 재활용 ≠ 재활용” 재확인 📢

결과적으로, EPA는 이번 초안에서 플라스틱의 연료화와 열분해 등은 ‘재활용’이 아니란 시각을 재확인했습니다. 해당 활동은 또 다른 형태의 소각일뿐, 재활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화학적 재활용이 비판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분해된 플라스틱이 다시 연료로 사용될 경우,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입니다. 또 분해된 플라스틱을 생산원료로 사용한다 해도, 플라스틱은 자연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플라스틱 유출과 오염 문제는 계속됩니다.

열분해는 다량의 열이 필수적인 에너지 집약적인 기술입니다. 현재 열분해 시설 상당수에서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합니다.

환경정의* 문제도 지적받습니다. 플라스틱 열분해는 과정에서 다량의 독성 화학물질이 나온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피시설이 주로 저소득층 지역, 변두리 지역에 건설된다는 것.

이에 대해 미 환경보호단체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는 보고서에서 화학적 재활용 시설이 “저소득층, 유색인종 또는 모두 해당되는 지역사회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환경정의: 현재의 환경보호나 규제정책의 맥락에서 인종, 민족, 경제적 지위에 불구하고 개인, 단체, 지역사회를 환경적 위험으로부터 동등하게 보호하는 것.

 

▲ 폐폴리스티렌 열분해 원천기술을 가진 ‘아질릭스’가 미국 오리건주에서 운영 중인 열분해 재활용 시설의 모습. ©Agilyx

EPA, 환경오염 우려에 열분해유 안전성 검사 신설 ⚠️

열분해유의 안전성 문제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EPA는 이번 초안에서 “(플라스틱) 열분해유에 존재할 수 있는 불순물로 인한 잠재적 건강 및 환경 위험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플라스틱 분해 과정에서 해당 플라스티겡 사용된 촉매제 등 여러 화학물질이 열분해유에 잔존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미국에서는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와 민주당 등이 해당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미 카네기멜론대(CMU) 녹색과학연구소의 테렌스 콜린스 연구소장은 플라스틱 열분해의 가장 큰 결점은 “플라스틱 첨가제과 독성 화학물질 배출로 인한 환경영향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열분해 과정에서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비롯해 벤젠, 수은 ,비소 등의 화학물질이 배출된다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EPA는 이번 초안에서 독성화학물질관리법(TSCA)에 따라 열분해유에 포함된 불순물의 안전성 실험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열분해유 프로젝트의 승인 전후로도 지속적인 검사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 미국화학협회에 의하면, 미국 21개 주(하늘색 톱니바퀴)에서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을 촉진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이들 21개 주의 대부분은 미 공화당이 다수당인 지역이다. ©ICIS

민주당vs공화당 첨예한 대립 중, ‘화학적 재활용’의 미래는? 💥

한편, 미국이 화학적 재활용 정책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데에는 정치적 배경이 자리합니다.

미국화학협회(ACC)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미국 21개 주(州)에서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을 촉진하는 법률이 통과됐습니다. 해당 법이 통과된 주에서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폐기물 처리가 아닌 제조(manufacturing)로 인정받습니다. 덕분에 폐기물 소각 시설의 엄격한 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는데요.

이들 21개 주(州)의 공통점은 미 공화당이 다수를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환경정의 문제에 집중하는 민주당에서는 화학적 재활용의 문제점에 주목합니다. 지난해 7월 미국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 35인이 EPA에 서한을 보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기후취약계층의 기후부정의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화학적 재활용을 둘러싸고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 이 가운데 이번 EPA의 발표가 화학적 재활용 산업 규제로 방향키를 돌리는 조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지난해 12월, “미국이 이 기술을 어떻게 다루기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플라스틱 위기의 궤적이 결정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ACC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선 150개 이상의 화학적 재활용 시설 건설이 계획됐습니다. 단, 이 중 8곳만 운영 중입니다. 경제성과 지역주민 반대 때문입니다.

ACC는 EPA의 이번 발표로 화학적 재활용 시설 확장에 차질이 생기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더 지연될 것이라 우려를 표했습니다.

EPA는 45일 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해당 전략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 열분해유에 그린워싱 혐의까지…산업계는 FTC 그린가이드 주목해! 👀
EPA가 화학적 재활용에 ‘재활용 아님’ 도장을 찍은 가운데, 미 환경단체는 한발 더 나아가 화학적 재활용을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재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그린 가이드(Green guides)’ 개정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인데요. FTC의 결정에 화학적 재활용 산업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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