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영원히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기대받는 ‘화학적 재활용’. 재활용 횟수가 제한돼 있고, 오염물질이 묻으면 재활용이 어려운 등 기존 재활용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단 점에서 꿈의 기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에도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오늘 그리니엄은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관한 논란과 함께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10대 원칙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화학적 재활용, 그게 뭐였더라? 🤔

앞서 그리니엄은 도시유전으로 불린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을 화학 분해를 통해 저분자 물질(단량체)로 되돌리는 해중합, ▲유기용제를 이용해 플라스틱에서 순수한 플라스틱(폴리머)를 회수하는 정제, ▲고온의 열로 플라스틱을 탄화수소로 분해해 오일(열분해유)을 얻는 열분해화학적 재활용에 해당되죠.

화학적 재활용은 기계적 재활용과 달리 몇 번이고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첨가제, 색상, 오염물질 유무에 상관없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이 가능하단 장점도 있죠. 이 때문에 화학적 재활용은 넘쳐나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기대받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이론상 만능처럼 보이는 화학적 재활용.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논란에 싸인 기술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탄소 배출, 환경 오염 물질’ 배출 문제 지적돼 ☁️

그간 환경단체들은 보고서를 통해 화학적 재활용에 우려를 표해왔습니다. 이들은 화학적 재활용에 사용된 여러 화학물질과 탄소발자국에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면.

© 폐플라스틱 열분해 구조도_greenium

1️⃣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 중 가장 탄소 집약적이야! 🏭

화학적 재활용은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단 점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있는데요. 그러나 폐플라스틱을 화학 분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A). 화학 분해를 통해 열분해유나 단량체를 만들어도 이를 플라스틱으로 중합하기 위해선 또다시 고온의 열이 필요하죠. 이러한 에너지원으로는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된다는 사실!

아울러 순도 높은 열분해유를 생산하기 위해선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합니다(B). 이렇듯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탓에 화학적 재활용은 탄소집약적 기술이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WWF가 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화학적 재활용은 기계적 재활용보다 110%나 높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죠. 다만, 화학적 재활용은 아직 관련 데이터가 제한적인 만큼 투명성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WWF는 덧붙였는데요. 재활용 공정에 쓰이는 에너지원의 탈탄소화 정도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질 수 있단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해로운 화학물질 배출돼! 🧪

2020년 스페인 국제환경단체인 ‘가이아(GAIA)’는 보고서를 통해 화학적 재활용의 열분해와 가스화가 독성 물질을 방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첨가물 등 화학물질이 함께 녹아 나오기 때문인데요(C). 특히, 가이아는 열분해유가 일반 경유보다 고형 잔류물과 다이옥신과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오염 물질이 더 많이 포함됐다고 지적했죠.

또한, 도쿄농공대학의 다카다 히데시게 환경자원과학과 교수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이 환경에 좋단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는데요. 히데시게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열분해가 다이옥신 같은 독성 폐기물을 생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또한 탄소배출량과 마찬가지로 관련 연구가 부족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

 

© WWF 홈페이지 갈무리

WWF, 화학적 재활용 제대로 쓰기 위한 원칙 내놓아 📜

여러 우려 사항에 불구하고 화학적 재활용이 재활용 품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단 장점은 부인할 수 없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기술을 사용하고 구현하는 올바른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화학적 재활용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에 최근 세계자연기금(WWF)이 도움이 될 만한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월 26일(현지시각) WWF는 ‘노 플라스틱 인 네이처(No Plastic In Nature)’ 캠페인의 일환으로 화학물질 재활용 실행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WWF는 입장문을 통해 화학적 재활용이 순환경제에서 유용하고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10가지 원칙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WWF는 화학적 재활용이 보완적 수단임을 강조합니다. 화학적 재활용의 탄소배출절감 효과와 환경영향평가 등 입증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인데요. 이에 WWF는 화학적 재활용은 기존 플라스틱과 비교해 탄소배출을 최소 20% 이상 줄여야할뿐더러, 인간과 환경 모두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WWF는 열분해유를 연료로 활용하는 것처럼 플라스틱을 재활용 불가능한 물품으로 생산하는 것은 진정한 순환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화학적 재활용으로 만든 플라스틱은 기존 제품과 흡사해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려운데요. 이에 WWF는 플라스틱 유통 진위를 구분 및 확인하기 위해선 검증 가능한 관리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 iStock

알릭스 그라보우스키 WWF 선임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번 원칙과 관련해 “재활용에만 집중하는 대신 전반적인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줄이고 재사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화학적 재활용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사실 보고서는 서문에서 ‘플라스틱 감축’과 ‘재사용’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히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화학적 재활용에 관한 관심과 투자가 증가하고 있고, 신기술이 오용되지 않도록 이행원칙을 수립했다고 WWF는 이야기하죠.

여러 우려만큼이나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관심 또한 뜨거운 상황. 이 새로운 기술이 WWF가 우려하는 것처럼 ‘또 다른 플라스틱 생산’이란 부작용이 아니라 플라스틱 순환의 새 층위를 열어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연구와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그래서,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이 순환경제에 기여하려면!

  • 재사용, 기계적 재활용 등 환경발자국이 덜 발생하는 재활용 기술을 우선 사용하기
  • 화학적 재활용에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 위험물질 등 안전성 문제 해결하기
  • 화학적 재활용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