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순환경제 스타트업 ‘우비팍’이 개발한 식용 컵…“감귤껍질과 커피박으로 만들어 재사용 가능”

"플라스틱 폐기물에 문제의식 느껴”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다회용기보다 2.9~4.5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일회용기 16종과 다회용기 4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포장용기와 일회용컵의 주재료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가 47.5%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폴리프로필렌(PP) 27.9%, 폴리에틸렌(PE) 10.2% 순이었습니다.

만약 모두가 커피를 일회용컵에 마신다고 가정하고, 이를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377잔)에 대입할 경우 개인별로 노출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연간 약 2,693개에 달했습니다.

소비자원은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재질 특성상 다회용기에서도 필연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대안은 없는 걸까요?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호주의 한 스타트업이 식용 가능한 일회용컵을 개발했단 소식입니다.

 

▲ 우비팍이 만든 식용 컵은 최대 14시간 동안 음료를 보관할 수 있다. 컵은 100% 생분해 가능하며, 아예 먹어서 처리할 수도 있다. ©Uuvipak

재사용 가능한 우비팍 ‘식용 컵’…“맛 자체는 시리얼과 비슷해” 🥣

14시간. 호주 포장재 스타트업 우비팍(Uuvipak)이 만든 식용 컵이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컵의 주재료는 감귤·밀 껍질 그리고 커피박(커피찌꺼기)입니다. 모든 재료는 회사가 위치한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수거됩니다. 수거한 재료들은 세척을 거쳐 곱게 분쇄하는데요. 이후 재료를 틀에 넣어 구우면 끝. 쉽게 말해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 친환경 컵을 만든 것입니다.

우비팍의 식용 컵은 최대 5주 이내로 생분해될 수 있을뿐더러, 재료 특성상 퇴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도 가능합니다. 컵을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서 2분 정도 건조하면 최대 4회까지 재사용이 가능한 것.

음료를 마신 뒤 컵 자체를 먹어서 아예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비팍은 컵이 “시리얼의 일종인 위트빅스(Weetabix)와 맛이 유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밀의 껍질이 포함된 탓에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습니다.

 

▲ 우비팍 공동설립자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샤팔리 굽타 박사(왼)와 안드레아 에피파니(오)의 모습. 두 사람은 호주 퀸즐랜드대학에서 만나 우비팍을 창업했다. ©The University of Queensland

우비팍 “코로나19 대유행 중 급증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문제의식 느껴” 🚨

우비팍이 식용 컵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회사 공동설립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안드레아 에피파니와 샤팔리 굽타 박사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두 설립자는 2021년 호주 퀸즐랜드대학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에피파니 공동 CEO는 퀸즐랜드대에서 인터랙션 디자인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분자생물학자인 굽타 박사는 대학 내 분자생명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은 자전거라는 취미생활을 통해 급속도로 친해집니다. 플라스틱 오염 등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던 두 사람은 지속가능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눴는데요.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창업을 결심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퀸즐랜드주 일대에서 쏟아진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두 사람 모두 깊은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 우비팍은 감귤·밀 껍질 그리고 커피박 등 식품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하여 식용 컵을 만들었다. ©Uuvipak

감귤·밀 껍질 그리고 커피박, 확장 가능성 높은 순환자원 🍊

이에 두 사람은 2021년 우비팍*을 창업하고, 퀸즐랜드대 AFIA(Agri-Food Innovation Alliance)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식용 컵 개발에 착수합니다.

초기 두 사람은 부엌과 차고에 실험실을 차려 실험을 진행했고, 이후 퀸즐랜드대의 식품화학자인 바실리스 콘토기오르고스 박사가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연구 및 사례분석을 통해 감귤·밀 껍질 그리고 커피박이 확장 가능성이 높은 순환자원이란 점에 주목했습니다.

관건은 이들 재료로 만든 식용 컵이 액체를 얼마나 오래 담을 수 있는가였습니다. 대개 식용 재료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 물에 부어 흐물흐물해진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콘토기오르고스 박사는 연구를 통해 감귤껍질에 풍부한 수용성 화합물만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해냅니다. 덕분에 기존 컵과 같은 내구성과 보온성을 모두 갖추게 된 것. 우비팍은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식용 컵 이외에도 식용 가능한 접시도 개발했습니다.

*굽타 공동 CEO는 ‘우비(Uvi)’가 산스크리트어로 ‘지구’를 뜻한다고 밝혔다.

 

▲ 우비팍은 지난해 12월 네스프레소 호주지사가 주최한 ‘제1회 스타트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호주의 순환경제 전환 촉진을 위해 지속가능한 컵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Uuvipak

우비팍, 호주 네스프레소 순환경제 대회서 우승…“2023년 중순부터 배송” 😮

우비팍은 “(식용 컵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원자재가 자연에서 나온다”며 “(자사의 컵은) 다른 폐기물과 달리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퇴비 시설이 필요 없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달리 각종 화학물질이 없단 점을 회사 측은 강조했습니다.

우비팍의 식용 컵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높습니다. 작년 3월 우비팍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약 2만 5,000호주달러(약 2,200만원) 규모의 펀딩을 성공적으로 종료했습니다.

또 같은해 12월 네스프레소 호주지사가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할 목적으로 진행한 ‘제1회 스타트컵(StartCup)’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5만 호주달러(약 4,400만원)의 수상금을 받았습니다.

당시 심사를 진행한 장 마르크 드레골리 네스프레소 이사는 “(우비팍이) 창의성과 긍정적인 영향의 가능성으로 심사위원단과 대중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 지원을 바탕으로 우비팍은 소규모 공장에서 식용 컵과 접시를 생산 중입니다. 회사 측은 올해 중순부터 제품 배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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