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탄소중립산업법(NZIA·Net Zero Industry Act)’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대응 차원에서 탄소중립산업법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탄소중립산업법은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의 일환으로 추진 중입니다. 이 법은 EU 역내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와 생산시설 확대 등을 통해 탄소중립 산업을 키우고, 미국의 IRA에 대응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탄소중립산업법에 대해 “2030년까지 EU 27개 회원국 내에 필요한 청정기술의 최소 40%를 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세금 감면 및 자금의 유연한 사용을 허용할 것”이라며 “새로운 법안은 EU의 청정기술에 ‘속도·간소화·자금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같은날 발표된 ‘핵심원자재법(CRMA)’에 담긴 내용은?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16일(현지시각)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을 공개했다. 당초 발표 예정일은 14일이었다. ©EC

“원자력 놓고 집행위 내부서 의견 엇갈려”…EU 탄소중립 기술 8가지는?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에는 탄소중립 기술의 EU 역내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투자 촉진 ▲규제 간소화 ▲기반시설(인프라) 구축 방안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EU가 정한 탄소중립 기술은 크게 ①태양광 및 태양열 기술 ②육상 풍력발전 및 해양 재생에너지 기술 ③배터리 및 저장기술 ④히트펌프 및 지열에너지 기술 ⑤수전해장치 및 연료전지 ⑥바이오가스 및 바이오메탄 기술 ⑦탄소포집·저장기술(CCS) ⑧그리드망 기술 등 총 8가지입니다.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의 당초 발표 예정일은 14일이었으나, EU 집행위 내부에서 ‘청정에너지’의 분류를 놓고 격렬한 실랑이로 인해 발표가 이틀가량 지연됐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탄소중립 기술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EU 집행위 안에서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티에리 브레튼 EU 역내시장 담당위원 등은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하려고 했습니다. 반면,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 겸 그린딜 집행위원을 필두로 일부 의원들은 이에 반대했습니다.

초안 발표 직전까지 EU 집행위에서 토의가 계속됐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EU 집행위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했습니다.

위원들은 원자력발전 과정 중 연료순환과 소형모듈원전(SMR) 투입을 통한 방사성폐기물 발생 최소화·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판정 기준 준수 등을 전제로 합의했습니다. 다만, 초안의 별도 부속서에는 원자력 기술이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 지난 16일(현지시각) 공개된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은 ▲탄소중립 기술 관련 규제 및 행정절차 간소화 ▲탄소중립 산업 확대 및 육성 ▲EU 탄소중립 산업 경쟁력 및 탄력성 강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EC

EU 탄소중립산업법 초안, 무슨 내용 담겼나? 🤔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은 먼저 2030년까지 탄소중립 전략산업 제조역량을 EU 연간 수요의 40% 수준으로 확대하는 목표가 명시됐습니다.

또 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경우 EU 집행위는 목표 달성을 위한 새로운 조치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EU 집행위는 3년을 주기로 법안의 목표 달성 여부 및 기업에 대한 영향도를 평가한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해야 합니다. 또 탄소중립 기술 목록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갱신해야 한다는 조항도 초안에 언급됐습니다.

크게 ▲규제 간순화 ▲재정 지원 강화 ▲인력 육성 강화 ▲자유무역 및 협력을 통한 공급망 안정성 강화 등의 내용이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에 담겼습니다.

먼저 EU의 제조역량 강화를 위해 ‘탄소중립 전략 프로젝트’를 지정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합니다. 프로젝트의 신속한 절차 진행을 위해 회원국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합니다.

 

▲ 재생에너지 기업 EWT가 이탈리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 중인 모습. 유럽의 경우 유적지 및 관광지를 중심으로 풍력발전기나 태양광 패널 등 재생에너지 설기바 들어서는 것에 지역사회가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경우가 잦다. ©EWT

또 해당 프로젝트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더라도 공익이 우선된다고 판단할 경우 패스트트랙(신속조사) 규제 환경이 적용됩니다.

탄소중립 산업기술 관련 프로젝트 절차 전반을 담당하는 창구도 일원화됩니다. 온라인 행정 플랫폼 ‘싱글 디지털 게이트웨이(Single Digital Gateway)’를 통해 모든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초안에는 명시됐습니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 기술 규제특례(샌드박스)가 도입돼 시장 출시 이전 탄소중립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단 계획입니다. 일례로 연간 5,000만 톤가량의 이산화탄소(CO2) 저장공간 확보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EU 집행위는 설명했습니다.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친환경 산업의 세액 공제를 위한 재원으로 2,500억 유로가 남은 ‘코로나19 회복기금’을 우선 사용한단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럽국부펀드’를 통해 신규 재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EC

공공 및 민간부문 자금을 활용해 탄소중립산업 투자를 촉진할 예정입니다.

‘탄소중립 산업 아카데미(Net-Zero Industry Academies)’ 설립도 추진됩니다. EU 집행위는 역내 일자리 중 35~40%가 녹색 전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즉,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위협받는단 것.

EU 집행위는 탄소중립 산업 아카데미를 설립해 친환경 산업 내 기술인력 양성 및 노동자들의 기술 전환 교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탄소중립 기술 관련 EU 내 공공조달 입찰 심사 시 에너지 시스템 통합 여부, 단일 국가로부터 65% 이상의 부품 조달 여부 등 고려 등 지속가능성 및 공급망 회복력 기여도를 고려해 가중치가 부과된단 조항도 명시됐습니다.

한편, ‘탄소중립 유럽 플랫폼(Net-Zero Europe Platform)’을 설립해 전반적 상황을 관리·감독할 예정입니다.

 

“보조금 확대·세부사항 놓고 회원국 간 의견 불일치…모니터링 필수” 🔍

EU 집행위가 내놓은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은 향후 유럽의회 및 유럽이사회 협의 등 세부 입법절차에 따른 법안 채택 이후 발효될 예정입니다. 입법 과정에 약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보조금 확대 및 세부사항 등을 두고 EU 회원국 간 입장 차가 다시 확인됐습니다. 덴마크·핀란드·아일랜드·네덜란드 등 일부 회원국은 보조금이 독일과 프랑스에 편중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E3G 등 유럽 내 기후 싱크탱크들은 철강·화학과 같은 산업의 탈탄소화 전략이 누락된 점을 비판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탄소중립산업법의 경우 입법절차에 다라 협상과정에서 세부내용이 변동될 수 있고 기금 배정 및 사용과 관련해 EU 회원국 간 의견 불일치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법안 확정 시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