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워싱 방지 위한 그린클레임 지침 공개…환경단체 “규제약화” 반발

지난 3월 22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막기 위한 ‘그린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을 공개했습니다.

지침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EU 내 기업들은 친환경적인(Eco-friendly), 100% 유기농, 탄소중립 등의 친환경 주장을 자의적으로 남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친환경 표시지침’으로 불립니다. 이 지침은 기업들이 자사 제품·서비스 등의 친환경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원자재부터 최종제품까지 전생애주기(LCA)에 걸쳐 환경적 영향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한편, 소비자·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그린클레임 지침이 올해 1월 공개된 초안에 비해 약화됐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

EU 집행위가 공개한 그린클레임 지침,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살펴봤습니다.

 

▲ 소비자보호협력네트워크(CPC)는 2020년 11월 한 달 동안 344건의 지속가능성 주장을 검토했다. ©greenium 편집

EU 집행위, 그린클레임지침 공식 제안…“친환경라벨 기준 마련할 것” 🇪🇺

그린클레임 지침은 EU 2050 기후중립 달성 및 녹색전환을 위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정책의 일환으로 제안됐습니다.

소비자가 더 지속가능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그린워싱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제품·서비스의 확산을 방해하는 문제를 야기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제고되면서 그린워싱 행태는 더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소비자보호협력네트워크(CPC)의 조사에 따르면, EU 역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친환경 주장의 53%가 모호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또 40%가량은 근거가 없었습니다.

수백 가지의 친환경 라벨(상표) 또한 소비자의 오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현재 EU 전역에서 230개가 넘는 환경·지속가능성 관련 라벨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개별 라벨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기준이 없다 보니 그린워싱 논란도 잦습니다.

 

친환경 주장 ‘전 수명주기 입증’ 의무화…“신규 라벨 엄격히 통제” ✋

그린클레임 지침은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의 친환경 주장을 과학적인 증거로 입증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지침에 따르면, 27개 EU 회원국에서 친환경 주장·라벨이 사용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사전검증을 수행해야 합니다. 회원국이 인증한 독립적인 검증 기관(제3자 검증)이 제품의 전 수명주기에 걸쳐 해당 내용의 입증 여부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평가사항은 총 10가지로 다음과 같습니다.

 

또한, 해당 정보는 QR코드나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침에는 처벌 조항도 명시됐습니다. 기업이 지침을 위반할 경우, 연간 매출(annual turnover)의 최소 4% 이상에 해당하는 벌금 또는 공공자금 조달·보조금 지급에서 최대 1년 제외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지침은 EU 내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연간 매출액 200만 유로(한화 약 28억원) 이상의 역내·역외 기업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한편, 신규 라벨의 확산을 막고 기존 라벨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습니다. 지침에 의거해 회원국의 신규 라벨 개발은 제한됩니다. 필요한 경우에만 회원국은 EU에 신규 라벨 개발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민간 라벨의 경우 담당 국가에 새로운 라벨 필요성을 입증해야 허용됩니다. 제3국의 공인·민간 라벨 또한 EU에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단 ‘EU 에코라벨’ 등 EU에서 개발하는 친환경 라벨은 이번 지침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 그린클레임 지침 최대 쟁점! 탄소상쇄 허용될까? 💭
이번 지침에서 주목받은 부분은 탄소상쇄(Carbon Offset)였습니다. 기업들이 탄소중립, 기후중립, 100% CO2 보상 등의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친환경 주장의 다수는 나무심기, 재생에너지 전환 등으로 생성된 탄소배출권을 근거로 합니다.

그러나 탄소상쇄는 불충분한 정보제공, 과대평가, 이중계산 등의 비판을 받으며 그린워싱 사례로 지적 받아왔는데요. 그린클레임 지침에 탄소상쇄를 금지하는 대신 엄격한 기준을 전제로 허용하겠단 내용이 담기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 제품환경발자국은 EU가 약 10년에 걸쳐 개발한 친환경성 입증 방법론이다. 올해 1월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초안에는 포함되었지만 공식 발표된 지침에서는 빠졌다. ©EU 집행위 환경총국(ENV) 제공, greenium 편집

제품환경발자국 도입 빠져…소비자·환경단체, ‘규제 약화’ 반발 👣

한편, 이번에 공개된 그린클레임 지침에는 ‘제품환경발자국(PEF·Product Environmental Footprint)’ 도입은 배제됐습니다.

PEF는 자원의 채굴·재배 과정부터 제품 생산·사용·수명종료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16가지 환경 영향을 입증하는 단일 방법론입니다. 지난 1월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지침 초안에 PEF 적용이 포함되며 유럽 산업계에선 과도한 규제란 비판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에 EU 집행위는 단일 방법론을 적용하는 대신, 기존의 다양한 친환경 주장 및 라벨을 제3자 검증을 통해 규제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EU 집행위는 그 이유로 해당 방법론이 충분히 철저하지 않고 환경에 대한 모든 잠재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단일 방법론으로 매우 광범위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친환경 주장 영역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환경 단체가 그린클레임 지침에서 PEF 방법론이 제외되면서 그린워싱을 막기에는 불충분한 법이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지속가능한의류연합(SAC·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은 이 지침이 “소비자에게 명확성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비교가 불가능한 다양한 방법론을 허용함으로써 그린워싱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요.

표준환경연합(ECOS)의 프로그램 매니저 마고 르 갈루는 EU 수준의 표준화된 방법론 없이는 “소비자와 기업에 명확성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감시당국의 업무를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에너지기업 쉘은 탄소상쇄에 기반한 ‘탄소중립 연료’ 마케팅으로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 그린워싱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그린클레임 지침 결과에 따라 탄소상쇄 기반 친환경 주장의 그린워싱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Brit and Harri

유럽의회·이사회 논의 남아…“탄소상쇄 등 여전히 쟁점” 💥

EU 집행위의 공식 제안에 이어, 그린클레임 지침은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지침이 발효된 뒤에도 18년 이내 회원국의 개별 입법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다만, 지침이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먼저, 당장 바통을 넘겨받은 유럽의회에서 그린클레임 지침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유럽의회 산하 내부시장·소비자보호위원회(IMCO)는 앞서 EU 집행위안에서 허용했던 탄소상쇄를 금지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쉽게 말해 탄소상쇄를 기반으로 하는 탄소중립·탄소감축 등의 친환경 주장은 모두 금지됩니다.

해당 의결 내용은 오는 4월 열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검토될 예정입니다.

이번 지침이 소기업(연간 매출액 200만달러·약 38억원 이하)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에 적용될 예정인만큼, 국내 EU수출 기업의 면밀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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