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대란, 에너지위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등 거듭된 악재로 인해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주요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기후테크 부문 투자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McKinsey)가 내놓은 ‘기후투자: 불확실한 시기에 획기적인 성장 지속’이란 기사에 담긴 내용입니다.
맥킨지 “기후테크 시장 성장세 뚜렷…2022년 전년 대비 약 7% ↑” 💸
2021년까지만 해도 기후테크 투자 상당수는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 등 운송 및 재생에너지 부문에 쏠렸습니다. 2022년에는 해당 분야의 투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 반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분야에 대한 투자가 8배 이상 늘었습니다.
맥킨지의 분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수소는 전년대비 약 5배·탄소배출권 등 탄소관리 부문은 약 14배 정도 투자가 증가했습니다.
탄소감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됨에 따라 기후테크 산업의 성장세가 뚜렷하다고 맥킨지는 분석했습니다.
이중 민간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에 의하면, 민간시장 내 기후 지향 주식 거래는 2019년 약 750억 달러(약 98조원)에서 2022년 약 1,960억 달러(약 256조원)로 약 2.5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2022년 기후테크 시장은 전년 대비 약 7% 성장했습니다. 이는 같은기간 전체 사모시장 주식거래량이 약 24% 감소한 것과 대조됩니다.
2023년 기후테크 성장세 유지될 것, 그 이유는? 🤔
맥킨지는 기후테크 시장의 성장세가 202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대해 맥킨지는 크게 5가지 이유를 꼽았습니다.
1️⃣ 에너지위기 속 기후대응 위한 ‘명확한 신호’ 감지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위기로 주요국 상당수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GHG)이 증가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에너지위기는 되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 영국 싱크탱크 엠버(Ember)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EU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한 비중은 22%였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석탄발전은 16%·천연가스는 20%였습니다. EU 에너지 소비에서 풍력·태양광 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맥킨지는 에너지위기가 에너지 공급원 다각화에 대한 인식을 높인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한편, 맥킨지는 ‘과학기반 탄소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설정하겠다고 약속한 기업 수가 지난 2년(2021~2022)간 4배 이상 증가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SBTi는 기후과학에 기반을 두고 배출량을 줄이도록 지원하며, 이 목표를 전문적으로 검증해 왔습니다. 2022년 기준, 약 2,000여개 기업이 가입해 있습니다.
2️⃣ 기후대응 위한 정책 및 규제 지원 잇따라 🏃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도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U는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정책을 통해 탄소중립 및 기후테크 산업에 향후 10년간 1조 유로(약 1,393조원)를 투자합니다.
미국 또한 기후대응 및 에너지안보 대응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3,690억 달러(약 481조원)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예산 상당수는 재생에너지 및 전기자동차 구매 등을 위한 세액공제 및 보조금으로 지불됩니다.
맥킨지는 오는 2030년까지 기후테크 시장에 연간 최대 12조 달러(약 1경 5,700조원)가 쏠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요국의 이같은 “전례 없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됨에 따라 (기후테크 부문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3️⃣ 기후솔루션에 대한 ‘그리니엄’ 감소 📉
그리니엄(greenium)은 녹색채권에 프리미엄이 나타난 현상을 뜻합니다. 녹색채권 투자에 대한 세계 규제 강화 및 기업의 지속가능성 사업에 대한 투명성 향상 등에 따라 그리니엄의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등 일부 재생에너지의 경우 석탄발전 같은 화석연료 발전과 비교해 발전 단가가 낮아졌습니다. 반면, 수소와 같이 초기단계의 기술들은 여전히 높은 생산 비용으로 인해 기존 기술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 즉,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장 자체에 프리미엄이 필요하단 것입니다.
맥킨지 또한 비용절감 효과 덕에 그리니엄이 줄어드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령 호주·중국·칠레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에서는 그레이수소 보다는 그린수소가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과 기술 발전에 따라 이들도 비용이 낮아져 언젠가는 등가(parity) 시점이 올 것이라고 기관은 전망했습니다.
4️⃣ 자본시장·금융시스템 개편…“기후테크 투자 ↑” 💰
경기침체 등 시장 격변 상황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은 에너지 전환 부문 자금 조달에 주력 중입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연맹(GFANZ)’입니다. 세계 45개국 약 45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된 거대 금융연합체입니다.
마크 카니 영국 영란은행 전(前) 총재의 주도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결성된 GFANZ. 여기에 소속된 기관은 소유한 자산의 40%에 이르는 약 130조달러(약 17경원)를 탄소중립을 촉진하는 산업에 투자하고,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맥킨지는 “투자자들이 다양한 기후테크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GFANZ와 같이) 기후테크 투자 기회를 촉진하기 위한 (상품이나 이니셔티브 등의) 수단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5️⃣ 연합 구축 및 기후생태계 등장 📝
기후테크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부문간 협업 및 표준안 마련도 시급한 상황입니다.
맥킨지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를 예로 들었습니다. 영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등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VCMI는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하는 기업 등을 위한 무결성 지침(CoP)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후투자 시 고려해야 할 평가요소는? 😮
한편, 맥킨지는 기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기후거래 평가 시 적용할 수 있는 평가요소도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딜메이커(Dealmaker), 즉 금융시장에서 거래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평가요소 4가지. 다른 하나는 ‘테이블 스테이크(table stake)’*를 위한 평가요소 4가지입니다. 이중 딜메이커를 위한 평가요소의 핵심만 설명한다면.
- 기술 입증 및 운영 성과 🧪: 기후테크 상당수는 아직 입증 단계에 놓여 있습니다. 이 기술들이 상업적 규모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능 및 비용 모두 실용적인 경로에 도달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이들 기술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등을 평가요소에 반영해야 한다고 맥킨지는 주장했습니다.
- 비용경쟁령 확보 💰: 기후테크 제품 및 서비스는 앞서 언급한 ‘녹색 프리미엄’을 단계적으로 없애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 개선 ▲연구개발(R&D) 가속화 ▲규모의 경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맥킨지는 제언했습니다.
- 수요 확충 노력 📈: 고객들이 기후테크 제품 및 서비스를 기꺼이 구매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이 그 판을 넓혀야 한단 것입니다. 맥킨지는 탄소제거(CDR)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프런티어펀드(Frontier Fund)를 좋은 예로 언급했습니다. 이 펀드는 메타(구 페이스북), 쇼피파이 등이 탄소제거 기술 개발 및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합니다.
- 리더십 실적 및 인재 유치 ⚖️: 기후테크 산업은 인재를 유치하고 개발하기 위한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자본집약적 기후솔루션은 프로젝트 실행 및 인력 관리 등을 위한 인력을 고용해야 합니다. 맥킨지는 이를 투자 평가요소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테이블 스테이크: 포커 게임에서 각 게임자가 주어진 핸드를 진행하는 동안은 그의 앞에 있는 돈만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의 방법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