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곳 중 하나는 단연 유럽입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내 기후테크 산업에 벤처캐피털(VC)은 69억 유로(약 9조 7,100억원)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실제로 경제침체 및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기후테크 산업은 유럽에서 높은 투자를 유치한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였습니다. 이는 유럽 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EU는 재생에너지 및 이차전지 산업 등 역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 중입니다. 가령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9일 2025년까지 역내 녹색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Temporary Crisis and Transition Framework)’를 채택했습니다.
TCTF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태양광·풍력발전, 탄소포집 등 기후테크 산업을 위한 원활한 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파리·스톡홀름·런던, 유럽 기후테크 스타트업 성지로 떠올라 🤔
유럽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의 성장세도 두드러집니다. 유럽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2021년 145억 달러(약 19조 1,800억원)에서 2022년 16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약 10%가 증가한 것인데요. 이는 같은기간 유럽 테크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액이 24%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그렇다면 이를 유럽 도시별로 보면 어떨까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스타트업 전문 매체 시프티트(Sifted)에 따르면, 기후테크 산업 투자 건수 자체로는 영국 런던이 107건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독일 베를린이 53건으로 2위, 프랑스 파리가 46건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를 투자 액수로 볼 경우 순위는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가장 많은 기후테크 투자금을 유치한 유럽 도시 1위는 프랑스 파리였습니다. 이어 스웨덴 스톡홀름과 영국 런던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와 크로아티아 스베타 네델야가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액수 자체로는 독일 베를린은 5위에 머물렀습니다.
1️⃣ 프랑스 파리: 에코바디스·백마켓이 기후테크 투자 이끌어 🇫🇷
지난해 파리는 22억 유로(3조 973억원)가량의 기후테크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작년 6월 지속가능성 평가 기관인 에코바디스(Ecovadis)가 5억 달러(약 6,61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덕분입니다.
2007년 설립된 에코바디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업입니다. 이와 관련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 중입니다. 현재 175개국 200여개 산업 내 10만여개 기업이 에코바디스 서비스를 사용 중입니다.
전자제품 순환경제 전환을 이끄는 스타트업 백마켓(Back Market)도 시리즈 D 투자에서 3억 3,500만 달러(약 4,631억원)를 유치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4년 설립된 백마켓은 고객이 환불하거나 공장에서 버려진 전자제품을 수리·재조립한, 리퍼비시(Refurbish) 제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백마켓은 현재 17개국에서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데요. 지난해 8월부터 일본에서 수리비용 보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 스웨덴 스톡홀름: 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 11억 달러 유치 🇸🇪
같은기간 스톡홀름은 총 18억 유로(약 2조 5,300억원)의 기후테크 투자금을 모았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에서 나왔습니다.
작년 7월 노스볼트는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유럽 내 배터리 셀 및 음극재 생산을 위해 11억 달러(약 1조 4,5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노스볼트는 지난해 3분기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1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당시 노스볼트는 주식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폭스바겐그룹, 골드만삭스(NYS:GS) 등이 자금 조달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3️⃣ 영국 런던: 소형모듈원전 개발 기업 뉴클리오 3억 유로 투자 받아 🇬🇧
런던은 총 16억 유로(약 2조 2,500억원) 규모의 기후테크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가장 많은 액수를 투자받은 기업은 차세대 원자로를 연구 중인 뉴클리오(Newcleo)입니다.
이 기업은 ‘납냉각고속로(LFR·Lead-cooled Fast Reactor)’를 활용해 원자력발전 비용을 낮추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LFR은 4세대 소형모듈원전(SMR)으로 꼽힙니다. 뉴클리오는 지난해 3억 유로(약 4,200억원)를 투자받는데 성공했습니다.
같은기간 영국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에너지(Octopus Energy)는 2억 유로(약 2,800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이 기업은 2016년 영국 자산 운용사인 옥토퍼스그룹의 투자를 받아 설립됐습니다.
초기 태양광 발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되파는데 중점을 뒀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영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업체가 됐습니다.
4️⃣ 스위스 취리히: 세계 최대 DAC 스타트업 클라임웍스가 투자 주도 🇨🇭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인 취리히는 지난해 9억 100만 유로(약 1조 2,600억원) 규모의 기후테크 투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이중 대다수가 직접공기포집(DAC) 스타트업인 클라임웍스(Climeworks)에서 비롯됐습니다.
클라임웍스는 DAC 플랜트 확장을 목표로 한 투자 유치에서 6억 5,000만 달러(약 8,063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현재 클라임웍스는 세계 최대 상업용 DAC 플랜트 ‘오르카(Orca)’ 인근에 신규 플랜트 ‘맘모스(Mammoth)’를 건설 중입니다. 이 플랜트의 탄소포집 용량은 3만 6,000톤입니다.
이밖에도 신생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취리히에 상당수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 기업 대다수가 취리히연방공대(ETH)에 소재에 있습니다.
5️⃣ 크로아티아 스베타 네델야: 베를린 누른 전기차 스타트업 ‘리막’ 🇭🇷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인근에 위치한 도시 스베타 네델야(Sveta Nedelja)가 독일 베를린을 꺾었습니다. 지난해 베를린이 기후테크 투자금 4억 700만 유로(약 5,707억원)을 모았습니다. 전자제품 구독서비스 스타트업인 그로버(Grover)가 1억 유로(약 1,403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반면, 같은기간 스베타 네델야는 6억 2,000만 유로(약 8,698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이 투자금은 전기자동차 제조 스타트업인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이하 리막)’가 유치한 것입니다. 리막은 크로아티아 발명가인 마테 리막이 2009년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전동형 시스템과 관련해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습니다.
내연자동차 생산 기업인 포르셰가 전체 지분의 24%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약 12%의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