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전 세계 스타트업이 유치한 자금은 직전 분기 대비(QoQ) 34% 하락한 745억 달러(약 106조원)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시장조사전문기관 CB인사이트(CB Insights)가 공개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CB인사이트는 보고서에서 지난 2분기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와 건수 모두 감소세라고 밝혔습니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 등 벤처캐피털(VC)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CB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장 큰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상위 10개 중 5곳이 기후테크 분야였습니다. 이들 5개 기업은 3분기에 총 37억 달러(약 5조 2,913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loomberg NEF)의 사라 라자 분석가는 지난 2분기 기후테크 분야 투자 건수가 줄어든 것에 대해 “실적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선 3분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기후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8월 기후대응 및 에너지안보를 골자로 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에 따라 기후테크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데요.

그렇다면 올해 3분기 큰 투자를 받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5곳은 어디일까요?

 

▲ 2022년 3분기 가장 큰 투자를 유치한 상위 10개 기업 중 5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회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Tory Lysik, Axios

전기차 배터리 신흥강자 ‘노스볼트’, 3분기 가장 많은 투자 유치해 🔋

스웨덴 배터리 개발 및 제조기업 노스볼트(Northvolt)가 11억 달러(약 1조 5,728억원)를 조달했습니다. 이는 기후테크는 물론 올해 3분기 모든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것인데요.

해당 자금조달은 지난 7월 이뤄졌습니다. 노스볼트는 주식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폭스바겐그룹, 골드만삭스(NYS:GS) 등이 자금조달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2016년 설립된 노스볼트. 지난해 12월부터 스웨덴 북부 셸레프레오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독일 공장도 건설 중인데요.

폭스바겐, 볼보, BMW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500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의 전기자동차(EV) 배터리를 노스볼트 측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업계와 함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 공동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스웨덴 북부 셸레프레오에 위치한 노스볼트의 기가팩토리 공장 전경 모습. 이 공장은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했다. ©Northvolt

아울러 지난해 스웨덴 현지 스타트업 라운드별 투자에서 시리즈D·E 단계에 몰린 54억 유로(약 7조 5,000억원) 중 절반 이상인 28억 유로(약 4조원)가 노스볼트로 향했습니다. 노스볼트는 오는 2024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노스볼트는 유럽 최초의 전기차 배터리 전문기업이란 점에서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寧德時代·닝더스다이) 같은 배터리 제조기업들이 노스볼트 성장세를 경계하고 있단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 미국 전기차 충전소 구축 전문 스타트업 테라와트는 20일(현지시각) I-10 고속도로를 따라 대형 전기트럭용 충전소를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TerraWatt Infrastructure

“대형 전기트럭 충전 인프라 빠르게 준비돼야 해” 🚛

노스볼트 다음으로 많은 투자를 받은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테라와트 인프라스트럭처(TerraWatt Infrastructure·이하 테라와트)’입니다.

테라와트는 글로벌 기업 구글에서 에너지 전략을 담당했던 네하 팔머가 2021년 5월 스텔스*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라서 더욱 주목받았는데요. 테라와트의 주요 사업은 전기차 충전소 기반시설(인프라) 구축입니다. 그중에서도 중·대형 전기트럭을 위한 충전소를 개발 중인데요.

미국 에너지부(DOE)에 의하면, 중·대형트럭은 미국 전체 차량에서 약 4%만 차지하나 크기와 긴 이동거리로 인해 고속도로 전체 탄소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테라와트의 팔머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도로에 전기트럭 수는 별로 없으나, 이러한 차량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빨리 출시될 것”이라며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준비돼야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지난 9월 테라와트는 시리즈A 라운드에서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성공했습니다. 해당 투자를 바탕으로 테라와트는 미국 내 전기트럭 충전 인프라 네트워크를 개발할 계획인데요.

실제로 지난 20일(현지시각) 테라와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부터 텍사스주까지 이어지는 10번 고속도로(I-10) 곳곳에 전기트럭 충전소를 건설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스텔스 모드 스타트업(Stealth mode startup):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를 일정 기간 비밀로 유지하는 스타트업을 뜻한다.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 혹은 경쟁사가 더 빨리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 일정기간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다.

 

▲ 2008년 설립된 테라파워. 지난 8월 SK(주)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3,000억원을 투자받았다. ©TerraPower

최태원 SK 회장, 빌 게이츠 ‘테라파워’에 3000억원 투자 💰

소형모듈원전(SMR) 설계기업 테라파워(TerraPower)는 3분기 전체 기업 중 4번째, 기후테크 기업 중 3번째로 많은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공동 설립한 기업입니다.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의 한 유형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지난 8월 테라파워는 7억 5,000만 달러(약 9,795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자금조달에 SK(주)와 SK이노베이션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두 기업은 테라파워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SK는 당시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해 무탄소 전력 수급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라고 투자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중국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기업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Black Sesame Technologies)’가 5억 달러(약 7,130억원), 미국 리튬 추출 전문 기업 에너지X(EnergyX)가 4억 5,000만 달러(약 6,417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성공해 3분기 상위 10개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 스위스 DAC 스타트업 클라임웍스는 2017년 스위스 취리히주 힌빌에 첫 번째 DAC 시설을 지었다. ©Climeworks

기후테크 3분기 투자, EV·전기차에 대거 몰려…탄소포집·제거 호황 ☁️

대체 단백질, 기후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여러 기후테크 분야에도 투자가 이뤄졌는데요. 올해 3분기에는 기후테크 중에서도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 많은 자금이 몰렸습니다.

한편, 직접공기포집(DAC)이나 탄소제거(CDR) 기술에도 기록적인 투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이 지난 9월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2분기(Q2) DAC 및 CDR 부분에만 총 8억 8,220만 달러(약 1조 2,585억원)의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스위스 클라임웍스(Climeworks)가 시리즈F 라운드에서 6억 3,440만 달러(약 9,046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산업용 탄소포집 기술 개발을 목표로 2009년 설립된 카본클린(Carbon Clean)은 시리즈C 라운드에서 1억 5,000만 달러(약 2,111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해당 투자에는 삼성그룹의 투자 자회사인 삼성벤처투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