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프랑스는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바 테크놀로지(Viva Technology)’에 참석해 남긴 발언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3대 핵심 공약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내걸었는데요.

마크롱 대통령 당선 후 프랑스 정부는 2025년까지 유니콘 기업 25개를 배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설립 10년 미만으로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 프랑스의 목표는 올해 초 26번째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며 빠르게 달성했는데요.

프랑스에서 가장 성공한 유니콘 기업 중 하나가 순환경제 스타트업이란 사실, 알고 계셨나요? “새로운 것이 오래된 것이다(Libérons-nous du neuf)”란 슬로건으로 전자제품 순환경제 전환을 이끄는 스타트업 백마켓(Back Market)의 이야기입니다.

 

© 백마켓은 스스로를 리퍼 제품 유통 플랫폼이라 칭한다_Back Market

16개국 600만여명 이용자 보유한 리퍼 제품 유통 플랫폼, 백마켓 📱

2014년 파리에서 문을 연 백마켓. 고객이 환불하거나 공장에서 버려진 불량제품을 수리 또는 재조립한, 리퍼비시(Refurbish‧이하 리퍼) 제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설립 후 현재까지 프랑스, 미국, 일본 등 16개국에서 600만여명이 백마켓에서 리퍼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백마켓에서 가장 잘 팔리는 리퍼 제품은 단연 스마트폰입니다. 애플이나 삼성에서 판매하는 신형 스마트폰의 가격은 약 100만원 내외. 신제품이 비싸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은 백마켓에서 정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질 좋은 제품을 얻을 수 있는데요. 물론 노트북, 태블릿, 이어폰, 카메라, 비디오 게임기(콘솔) 등 백마켓에서 구매 가능한 리퍼 제품의 종류 수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백마켓은 기기를 직접 리퍼브, 즉 수리나 재포장하지 않습니다. 백마켓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1,500여개의 서드파티* 업체들이 제품을 수리한 후 백마켓 홈페이지에 게시하는데요. 백마켓은 30일 간의 환불 보장 및 최대 2년간의 품질보장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백마켓은 중간 수수료를 수취하는 구조인데요. 이 때문에 백마켓은 스스로를 유통 플랫폼이라 칭합니다.

 

*서드파티(Third Party): 제3자를 뜻하는 단어인데요. 유통업계에서는 조직이 유통 및 보수 서비스 등 업무 일부를 다른 기업에게 아웃소싱(외주)을 통해 처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 미국 뉴욕 맨해튼에 걸린 백마켓 간판_Back Market 제공

최저가 보다 ‘고품질’ 앞세운 백마켓…업체 등록 위해선 까다로운 절차 거쳐 💻

쉽게 말하면 백마켓은 유통 플랫폼일 뿐, 홈페이지에 올라온 리퍼 제품은 모두 타 리퍼 판매 기업이 올린 것인데요.

신규 리퍼 업체가 백마켓에 합류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운영 및 품질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업체는 전문적인 수리 능력 및 빠른 배송을 위한 능력도 증명해야 하는데요. 평균적으로 신청 업체 3곳 중 1곳만 이 절차를 통과한다고 백마켓은 밝혔습니다.

운영 및 품질 절차를 통과한 업체는 백마켓으로부터 ‘백라벨(Back Label)’이란 인증서를 부여받습니다. 백마켓은 백라벨 인증을 받은 업체 제품의 일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데요. 업체가 판매용으로 내놓은 리퍼 제품 품질을 확인하고, 배송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약 40일에 걸쳐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 백마켓에 신규 리퍼 업체로 등록하기 위해선 ‘백라벨(Back Label)’이란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_Back Market, 홈페이지 캡처

이후에도 백마켓 내부 전문가가 매주 익명의 주문을 통해 업체들의 리퍼 제품 품질을 직접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 품질 점수나 배송시간이 느릴 경우 즉시 개선 요청이 업체에 전달됩니다.

백마켓 리퍼 제품의 특징은 가격 대비 높은 품질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백마켓은 ‘제품 품질’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타 리퍼 제품 유통 플랫폼이 소비자를 ‘최저가’로 공략한다면, 백마켓은 그보다 가격은 좀 비싸도 높은 품질을 보장한단 것.

가령 똑같은 제품이더라도 개중에서 가장 질 좋은 제품이 홈페이지 상단에 배치되도록 알고리즘을 운영합니다. 이를 통해 판매 업체는 높은 마진, 소비자는 고품질의 리퍼 제품을 얻는데요.

이런 노력 덕에 백마켓의 리퍼 제품 추정 고장률은 4~5%에 불과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신제품 고장률이 평균적으로 3%인 것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백마켓은 덧붙였습니다.

 

© 2019년 출시된 아이폰11은 국내에서 리퍼 제품으로 구매하기 위해선 평균 68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백마켓에서는 동일 기종을 평균 40만원(약 305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_Back Market, 홈페이지 캡처

세자릿수 가파른 성자세 보인 백마켓, 성장 동력은? 📈

프랑스에서 백마켓은 높은 품질의 리퍼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이 2019년 출시한 아이폰11을 기준으로, 국내에선 리퍼 제품 구매 시 평균 68만 원을 지불하는데요. 반면, 백마켓에서는 동일 기종을 평균 40만 원(305달러)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MZ세대(1981년~2010년에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늘어난 점도 백마켓 입장에선 호재였습니다. 전자제품은 교체 시기가 빠를수록 전자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하는데요.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소비자들이 리퍼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백마켓은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도 백마켓 성장세에 기여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파리, 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가 봉쇄됐는데요. 원격근무를 위한 노트북, 태블릿 등 전자제품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리퍼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대안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백마켓은 세자릿수의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프랑스 스타트업 백마켓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티보 우그 드 라우즈(Thibaud Hug de Larauze)_Back Market 제공

백마켓 CEO, 소비자 소비 습관 변화 위해선 ‘순환 비즈니스 모델’ 구축해야 해 📢

글로벌 전자폐기물 통계 파트너십(GESP)에 의하면, 2019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5,360만 톤.

같은기간 백마켓은 450톤의 전자폐기물이 버려지는 걸 예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4만 7,088톤의 탄소배출량과 35만 2,586톤의 천연자원 추출을 막은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백마켓은 궁극적으로 리퍼 제품 같은 순환기술을 주류로 만드는 것을 목표합니다. 소비자들이 신제품 보다 리퍼 제품을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의 질을 최고로 끌어올린단 것인데요.

이에 대해 백마켓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티보 우그 드 라우즈“우리는 리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대안을 넘어, 첫 번째로 고려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라우즈 CEO는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 구매 습관을 좀 더 순환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는 “(백마켓은)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하려 노력하고, 신제품을 사는 것만큼 좋진 않더라도 좋은 대안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밝혔는데요.

라우즈 CEO는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소비가 어떤 변화를 불어왔는지 상기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백마켓은 리퍼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얼마만큼의 전자폐기물과 탄소배출량을 막았는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라우즈 CEO는 백마켓 이용자 증가에 대해 소비자들의 순환소비가 확산하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2021년 하반기 백마켓 이용자는 500만 명에서 600만 명으로 늘어났는데요. 라우즈 CEO는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는 “백마켓이 순환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집축하는 이유 중 하나다”라고 밝혔습니다.

 

© 백마켓은 현재 미국 뉴욕,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와 보르도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2022년 1월 기준 65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 중이다_Back Market 제공

한편, 백마켓은 지난 1월 시리즈E라운드에서 5억 1,000만 달러(약 6,772억원)를 유치했습니다. 지난해 5월에도 3억 3,500만 달러(약 4,451억원)를 유치했는데요.

투자 유치를 통해 57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7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프랑스 최대 기업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습니다.

백마켓은 최근 기업공개(IPO)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익명의 관계자로부터 “백마켓이 IPO에 대해 은행과 비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마켓이 IPO에 성공하면 개인 투자자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요. 해당 보도에 백마켓은 IPO가 현재 최우선순위는 아니나 재무 및 법적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