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가 주목한 순환소재 톰텍스…“새우껍질·커피박·균사체 혼합해 원단 만들어”

“가격경쟁력 면에서 숙제"

“폐기물은 새로운 명품이다(Waste is the new luxury)”라는 슬로건을 내민 순환소재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뉴욕에 소재한 톰텍스(TômTex)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Tôm’은 베트남어로 새우를 뜻하는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톰텍스는 식품산업에서 버려진 새우껍질과 버섯 균사체를 혼합해 지속가능한 원단을 개발했습니다.

톰텍스는 여러모로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9월 열린 SS(봄·여름) 뉴욕패션위크에서 미국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피터두(Peter Do)가 해당 원단을 컬렉션 제작에 사용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 올해 2월 FW(가을·겨울) 런던패션위크에서 패션 브랜드 디펫사(Di Petsa)가 톰텍스 원단을 사용해 인조가죽 코르셋을 만들며 다시 이름을 알렸습니다.

 

▲ 새우껍질과 균사체로 만든 원단(왼)의 모습, 해당 원단은 베트남 출신 패션디자이너인 우옌 트란(오)이 미국 디자인스쿨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개발한 것이다. ©Uyen Tran

톰텍스 CEO “패션업계 어두운 면 직접 목격한 후 섬유공학 연구 매진” 🧪

회사명이자 가죽명인 톰텍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우옌 트란의 삶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베트남 다낭에서 태어난 트란 CEO는 일찍이 패션산업의 지속가능성에 관심에 두었습니다. 트란 CEO는 “가죽이 주로 생산·제조되는 다낭에서 태어났다”며 “가죽 산업이 야기한 여러 환경오염 문제를 일찍이부터 보며 자랐다”고 회상했습니다.

트란 CEO는 아카테미오브아트대학(AAU)에서 패션디자인 학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합니다. 학사 취득 이후 랄프로렌(Ralph Lauren) 등 여러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는데요. 그 당시 패션업계의 어두운 면을 직접 목격하게 됐다고 트란 CEO는 회고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등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연간 생산되는 의류는 약 1,000억 벌입니다. 이 중 73%는 팔리지 않고 소각·매립되며, 새 의류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 미만에 불과한데요. 트란 CEO는 생분해성 원단이 여전히 희귀하고 비쌀 뿐더러, 재활용되지 못한단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이에 그는 2019년 세계 3대 디자인스쿨인 ‘파슨스디자인스쿨’에 입학해 섬유공학 연구에 매진합니다.

 

▲ 우옌 트란 톰텍스 CEO가 새우껍질과 균사체 속 ‘키틴’으로 만든 원단의 모습. 커피박 등 천연 염료에 따라 색깔이 각양각색인 것이 특징이다. ©TômTex

새우껍질+균사체=지속가능한 원단…“폐기물·탄소배출량 모두 ↓” 🦐

트란 CEO가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1년간 연구에 매진한 끝에 나온 것이 바로 톰텍스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톰텍스는 식품산업에서 버려진 새우껍질과 버섯 균사체를 혼합해 만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새우껍질 등 해산물 부산물과 버섯 균사체에서 유래한 ‘키틴(Chitin)’이 주원료로 사용됐습니다.

이들 재료에서 키틴을 추출한 후 커피박(커피찌꺼기)과 같은 천연염료와 섞어 혼합물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 혼합물을 틀에 부어 실온에서 약 2~3일 정도 건조하면 끝인데요. 트란 CEO는 “해당 공정은 열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우옌 트란 CEO는 미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2020년경 새우껍질과 커피찌꺼기를 혼합해 원단(톰텍스)을 개발했다. 이 원단은 회사 설립 후 여러 개발을 거쳐 보다 안정화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Uyen Tran

회사 추정치에 따르면, 새우가죽 1㎡(제곱미터) 생산 시 약 14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이는 “합성가죽보다 약간 낮고, 소가죽 대비 15% 미만”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폐기물이 순환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단 장점도 있습니다. 회사 측 설명자료에 의하면, 2021년 세계 새우 생산량은 2015년보다 약 50% 증가한 450만 톤을 넘었습니다. 어획량의 약 절반은 가공 부산물로 폐기되는데 이중 상당수가 새우껍질입니다.

트란 CEO는 “새우껍질에서 추출한 키틴은 폐수처리나 식품보조제 등에 사용됐으나, 섬유 생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톰텍스가 해산물 부산물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순환소재 스타트업 톰텍스는 “폐기물은 새로운 명품이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새우껍질 등 부산물을 활용해 원단을 만들고 있다. ©TômTex, 홈페이지 캡처

톰텍스는 또 화합물의 비율과 제조 방법을 일부 조정해 가죽·고무·플라스틱의 질감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단 이점이 있습니다. 즉, 브랜드 및 의류 목적에 맞춰 여러 원단이 나올 수 있단 것.

이렇게만 보면 톰텍스의 제조 과정은 쉬어 보입니다. 허나, 연구 과정 자체는 험난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실제 원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적합한 공식을 찾기 위해 수백 개가 넘는 생분해성 성분이 실험에 사용됐는데요. 가장 큰 과제는 내수성(耐水性)을 갖추는 것이었다고 트란 CEO는 회상했습니다.

트란 CEO는 톰텍스의 상업화를 목표로 2020년경 회사를 설립합니다. 패션 브랜드 갭(GAP)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던 아톰 응웬, 미 컬럼비아대에서 생물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로스 맥비 박사가 공동설립자로 참여했습니다.

 

▲ 우옌 트란 CEO는 톰텍스 개발을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 선정된 바 있다. ©TômTex, 페이스북

패션업계가 주목한 톰텍스 “가격경쟁력 면에서 숙제 남아” 🤔

톰텍스는 개발 직후 패션산업으로부터 여러 찬사를 받았습니다.

톰텍스는 2020년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주관한 ‘CFDA K11 혁신상’을 수상했는데요. 이듬해인 2021년 5월에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주관하는 ‘LVMH 혁신상’ 결선 진출자에 이름을 올렸고, 같은해 8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DEA 2021’ 지속가능성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또 트란 CEO는 미국 포브스(Forbes)가 선정하는 ‘2022년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 선정됐습니다.

톰텍스는 약 170만 달러(약 22억원)의 투자를 바탕으로 원단 연구개발(R&D) 및 상용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톰텍스는 미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톰텍스가 올해 연말까지 가죽 생산 능력을 10만 평방피트(9,290㎡)로 늘릴 계획”이며 “이는 약 2,000개의 가죽재킷을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해결돼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톰텍스의 원단은 고급 동물가죽과 비슷한 가격이나, 합성가죽과 비교해 약 40% 이상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항 리우 미 워싱턴주립대 재료과학부 부교수는 가격경쟁력 면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컨설팅기업 유로모니터(Euromonitor)의 마그리트 르 롤랑 분석가는 “소비자 정서 변화·화석연료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점차 경쟁의 장이 평준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롤랑 분석가는 바이오소재 제조업체가 규모 확장을 위한 “전환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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