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디지털 여권(Digital product)’을 추진 중입니다. 디지털 여권은 상품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재료와 부품의 정보를 전자 표식에 담는 제도입니다.

제품별로 여권과 유사한 번호가 부여받으며, 소비자는 제품에 인쇄된 QR코드나 바코드 등을 통해 ▲제품·부품 출처 ▲재활용 가능성 ▲수리용이성 ▲탄소발자국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디지털 여권은 크게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과 ‘디지털 제품 여권(DPP·Digital Product Passport)’으로 구분됩니다. 배터리 여권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전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한 것입니다. EU는 오는 2026년부터 배터리 여권 제도를 시행합니다.

디지털 제품 여권은 전자제품·섬유·가구 등 EU 역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제품의 정보를 디지털화한 것입니다. 이 제도는 EU 집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에코디자인 규정(ESPR)’ 초안에서 처음 언급됐습니다.

현재 EU 집행위와 유럽이사회가 관련 초안을 논의 중이며, 협의를 통해 올해 안으로 완성될 예정입니다. 다만, EU 27개 회원국 내 디지털 제품 여권 도입을 의무화하도록 법제화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디지털 제품 여권, 소비자·기업 모두에게 도움돼” 🤔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디지털 제품 여권이) 또다른 소비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BCG는 EU의 디지털 제품 여권을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 15일(현지시각)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프랑스 블록체인 스타트업 아리아니(Arianee)와 함께 공동으로 제작됐습니다.

보고서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소비자와 기업 양쪽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 지난 15일현지시각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디지털 제품 여권 토큰화 사례The case for natvie Digital Product Passport tokenization란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프랑스 블록체인 스타트업 아리아니와 함께 제작됐다 ©BCG 보고서 캡처

1️⃣ DPP: 제품 진품 여부 및 소유권 인증 도와…“명품 브랜드는 이미 도입” ⌛

2020년 BCG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품 제품 소비자의 34%는 모조품을 경계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고서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제품의 진위 및 소유권을 확신시켜 재판매를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고서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제품수명주기와 내구성 그리고 가치가 높은 제품에게 더 유용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명품 브랜드, 가전제품 등을 예로 언급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제품의 진품 여부 및 소유권을 인증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루이비통의 모기업 LVMH는 프라다 등과 함께 ‘아우라(Aura)’ 컨소시엄을 결성했습니다. 이 컨소시엄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블록체인 기업 콘센시스(ConsenSys)와 함께 디지털 제품 여권 관련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 루이비통 모기업 LVMH 카르티에 모기업 리치몬트 프라다 메르세데스벤츠 이탈리아 명품 패션그룹 온리더브레이브OTB 등 5개 기업은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해당 컨소시엄은 디지털 제품 여권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ura

이들 명품 브랜드는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소유권 및 보증 내역과 함께 제품의 환경 피해와 윤리 정보를 제공 중입니다.

다만, 보고서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이들 제품 범주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며 “다른 제품 범주의 내구성과 가치 확장에도 사용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디지털 제품 여권이 수리용이성 정보를 제공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약 30%의 소비자는 수리용이성을 갖춘 브랜드를 구매할 의향”이 있단 BCG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습니다.

 

▲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디지털 제품 여권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서는 기술과 데이터 결합 과정에서 올바른 저장 및 유틸리티 기술을 선택해야 함을 강조했다 ©BCG 제공 greenium 편집

2️⃣ DPP: 기업 CRM에 유용…BCG “제품 지속가능성·순환성 ↑” 📊

보고서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기업의 고객관계관리(CRM)에 유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또다른 커뮤니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진품 인증서, 수리용이성, 재활용 가능성 등 제품 정보를 알기 위해선 QR코드 등을 스마트폰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때 수리 관련 가이드라인(지침서)이나 보험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단 것.

이에 보고서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지속가능성과 순환성을 모두 높인 또다른 소비혁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기업 정보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현재 디지털 제품 여권 구현 기술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이들 기술은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BCG 제공 greenium 편집

3️⃣ “정보 신뢰성 보장·기밀성 유지 필수”…적절한 기술 선택도 필요 🎫

BCG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순환경제로의 전환에 유용하단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여러 과제가 남았단 점을 강조합니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디지털 제품 여권 구현을 위해서는 “정보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민감한 정보의 경우 기밀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업계를 막론하고 디지털 제품 여권에 기입되는 정보가 기업 기밀 누출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행정 업무부담 증대 및 기술 구현에 따른 비용 부담 문제도 존재합니다.

이에 BCG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제품 여권의 정의 및 규정과 관련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디지털 제품 여권 구현을 위한 적절한 기술 식별에 동참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편, 오늘날 디지털 제품 여권을 구현하는 기술은 크게 ▲중앙집중식 ▲허가형 블록체인 ▲토큰화(Tokenizd) 등으로 구분됩니다.

  • 중앙집중식 DPP 🏛️: 말 그대로 제품 정보가 중앙 데이터베이스(DB)에 있단 뜻입니다. 단일 기업 또는 여러 기업이 한데 모여 관리하는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 허가용 블록체인 기반 DPP 👁️‍🗨️: 특정한 공통 목적을 가진 허가된 주체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 토큰화 기반 DPP 🌐: 블록체인에 각인된 여러 정보를 한데 모은 것인데요. 앞선 기술들과 달리 개방형 생태계에서 운영된단 것이 특징입니다.

 

▲ 미국 뉴욕에 소재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이온EON은 디지털 제품 여권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했다 패션 브랜드 타미힐피거 캘빈클라인 등을 소유한 PHV는 이온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품의 수명주기 및 재활용 지침 등의 정보를 제공 중이다 ©EON

디지털 제품 여권 선제 도입한 기업들…“패션 산업이 가장 적극적” 👗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디지털 제품 여권을 도입 중입니다. 일단 패션 산업이 디지털 제품 여권 도입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다국적 의류기업 H&M은 자사 홈페이지와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의류의 생산지·공급자·노동자 수 등의 정보를 제공 중입니다.

영국 패션 유통기업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도 자사 홈페이지에 세계 공급망 매핑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이와 함께 제품의 형태, 조합 가입 여부 등 공급사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정보를 검증을 거쳐 제공 중입니다.

패션 브랜드 판가이아(Pangaia)의 경우 지난해 디지털 제품 여권 도입률 80%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당시 판가이아는 “데님(denim)을 포함한 일부 제품에 QR코드 택을 붙이는 방식으로 디지털 제품 여권을 도입했고, 전체 생산량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려 순환경제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덴마크 패션 브랜드 가니(GANNI)도 영국 기업 프로비너스(Provenance)와 제휴를 맺고 제품의 원재료 출처부터 공정 과정 나아가 구매한 의류가 환경에 끼친 영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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