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주목받는 워터테크, “모든 기업 수자원 공급망 붕괴 선제 대비 필요”

유엔은 세계 인구가 계속 증가해 오는 2050년에는 97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에 따르면, 이중 약 52%가 물 부족 지역에서 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상당수도 수자원 부족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87만 개 이상의 기업 자산을 조사한 결과, 주요 글로벌 기업의 66%가 2050년경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을 받는 자산을 하나 이상씩은 보유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중 가장 큰 위험은 물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S&P는 추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자원을 관리하는 ‘워터테크(Water tech)’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 수자원과 관련된 모든 기술은 ‘워터테크’로 분류된다. 워터테크는 종종 ‘기후테크’에도 포함된다. ©tuachanwatthana

수자원 관련 기술? 모두 워터테크로 분류돼! 🌊

세계경제포럼(WEF)은 물에 관한 기술로 사업하는 사람을 ‘아쿠아프레너(Aquapreneurs)’라 칭합니다. 혁신과 물에 초점을 맞춘 사업가란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을 취수(取水), 처리·공급하는 상수와 하·폐수 이송 및 처리, 재이용과 슬러지 관리 분야의 산업을 총칭해 물산업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워터테크는 이를 총체적으로 묶은 단어로 보면 됩니다. 종종 ‘아쿠아테크’로도 불리는데요.

기후테크 전문 밴처캐피털(VC) 클라이메이트테크VC(CTVC) 워터테크를 크게 수자원의 밸류체인(가치사슬)과 수자원 용도에 따라 구분합니다.

 

1️⃣ 수자원 밸류체인에 따른 구분

크게 ▲수자원 공급·관리 ▲수자원 분배·처리 ▲폐수 수집·처리·재사용 ▲폭풍·홍수(Storm& Floodwater) 등으로 구분합니다. 각각의 사례도 설명한다면.

  • 수자원 공급관리 💧: 유역 건전성(Watershed Health), 효율성 및 보존, 공급망 물 관리, 스마트홈 등.
  • 수자원 분배·처리 💦: 수도관 설치, 수도관 누출 감지 등
  • 폐수 처리분배 🚿: 폐수 처리·재사용, 산업용 냉각수, 환경 개선 등
  • 폭풍·홍수 🌊: 풍수해 관리, 기상 예측 등

 

▲ 국가별 용수 사용량 비교 그래프. 왼쪽부터 세계, 미국, 유럽연합(EU),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티오피아, 싱가포르. ©CTVC 제공, greenium 편집

2️⃣ 수자원 용도에 따른 구분

농업, 산업, 도시 등 수자원의 최종 용도에 따라 워터테크를 분류한 것인데요. 이에 따라 워터테크의 주요 고객이 기술과 함께 분류된 것이 특징입니다.

  • 농업 🌽: 세계적으로 담수 사용량의 70% 정도가 농업 생산에 사용됩니다. 비료 사용 등에 따른 수질 오염 문제도 심각한데요. ▲관개 최적화 ▲수질 오염 측정 ▲토양 수분 모니터링 ▲관개 효율성을 위한 작물 과학 ▲고정밀 일기예보 등이 주요 워터테크로 포함될 수 있습니다.
  • 산업 🏭: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데이터 플랫폼 ‘아쿠아스탯(AQUASTAT)’에 따르면, 에너지 발전을 포함한 산업은 세계 전체 담수 사용량의 19%를 차지합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부터 패션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조공정에 물은 필수적인데요. ▲폐수 처리 ▲폐수 재사용 ▲산업용 용수 분석 등이 주요 워터테크로 포함됩니다.
  • 도시 🏙️: 도시 내 물소비량은 전체 담수 사용량의 12%를 차지합니다. ▲수도관 정화조 모니터링 ▲주거 용수 모니터링 ▲물 효율적인 화장실 설치 기술 등이 주요 워터테크로 분류됩니다. 또한, 실시간 홍수 추적 등 기후적응 솔루션 중에서도 수자원 관련 기술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 자연 🌲: 강, 하천, 호수, 습지 등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필요한 수자원이 분류됩니다. ▲유역 보호 위한 기술 ▲유역 모니터링 기술 등이 포함됩니다.

 

▲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싱가포르의 모습. 싱가포르 정부는 수자원 관리 및 홍수 예측 등을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Virtual Singapore

워터테크 투자 비교적 저조…“단, 디지털 수자원 기술 시장 급격히 성장” 📈

수자원 전문 벤처캐피털(VC) 아쿠아테크(AquaTech)에 따르면, 2021년 수자원 관련 스타트업에는 총 4억 7,000만 달러(약 5,866억원)가 투자됐습니다. 또 이중 상당수가 폐수 처리·수도관 유지 관리 기술 등에 투자됐습니다.

같은해 상반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총 270억 달러(약 34조원)가 몰린 것과 비교해 워터테크에 대한 관심과 재원은 기후테크에 비해 저조한 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짐에 따라, 워터테크에도 재원이 몰리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디지털 트윈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수자원 관리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루필드리서치(Bluefield Research)에 따르면, 2021년 디지털 수자원 기술 분야에 대한 지출 규모는 2021년 259억 달러(약 32조원)에서 2030년 552억 달러(약 6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 2021년 여름, 대만은 57년 만의 가뭄으로 물 부족난을 겪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61일간 제한 급수가 실시됐고, 반도체 기업 TSMC는 유조차를 대거 동원해 물 수급에 안간힘을 썼다. ©Tech Xplore

물 부족 문제로 비상 걸린 기업들 💧

워터테크에 적극적인 곳 중 상당수는 대기업입니다. 대기업 상당수가 일찍이 물 부족 문제에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들만 언급한다면.

 

1️⃣ TSMC: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 ↓ 📟

반도체 제조 등 물소비량이 높은 일부 산업군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물 부족 문제가 가시화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입니다. 2021년 여름, TSMC는 대만을 덮친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반도체는 여러 공정을 반복적으로 거쳐 생산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각종 부스러기와 화학물질을 씻어내는데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TSMC는 일일 평균 20만 톤의 물을 사용하는데, 당시 가뭄으로 인근 저수량이 부족해지자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이에 TSMC는 비상조치로 유조차를 동원해 물을 수급했고, 대만 정부가 직접 농부들을 설득해 농업용수를 끌어온 바 있습니다.

 

2️⃣ 도요타·CATL: 가뭄으로 인한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 일시 중단 🏭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수자원 부족 문제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해 8월 중국은 6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양쯔강이 말라 수력발전이 차질을 빚었습니다.

그에 따른 전력난이 지속되자 쓰촨성에 위치한 도요타·애플·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체인 닝더스다이(CATL) 등의 현지 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3️⃣ 아마존·구글·메타: 데이터센터 냉각수 문제 때문에 ‘물 전쟁’ 겪는 중 🚨

아마존,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미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데이터센터’입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는 냉각이 필수인데, 일일 평균 약 300만~500만 갤런(약 1,136만~1,893만 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이는 인구 3만~5만 명이 사는 중소도시의 일일 평균 물소비량과 맞먹습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건립 시 지역사회와의 마찰도 종종 있습니다.

2017년 구글이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데이터센터를 확장한 것이 대표 사례입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면서 하루 150만 갤런(약 5,680만 리터)의 물을 끌어올 수 있게 해줄 것을 주정부에 요청했는데요.

지역 환경단체가 이 요청을 비판하며, 구글과 2년 간 법적 다툼을 벌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구글은 제한된 조건에서 지하수를 사용하고 대체 수자원에 대한 비용도 지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그린센터내 공정용수 재이용 시설의 모습. 초순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축수중 일정 수질 이상은 회수해 재이용하는 설비다. ©삼성전자

“수자원 공급망 붕괴 선제 대비 필요”…주요 기업 무슨 노력 중인가? 🤔

이와 관련해 지난해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Barclays)는 세계 필수소비재 기업의 중요 환경적 관심사가 ‘물 부족’이 될 전망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기후문제가 물 부족의 ‘리스크 증폭기(Risk multiplier)’가 될 수 있는 만큼 모든 기업이 수자원 공급망 붕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수자원 관리를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TSMC는 대만 정부와 함께 급수 안정화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재생수 공장 설립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과 가전 등 DX부문에서 수처리 시설 고도화로 용수 재이용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경기도 수원·용인·화성·평택·오산시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반도체 사업장에 필요한 공업용수 수준으로 처리해 재이용할 예정입니다. 이는 향후 반도체 생산 라일 증설에 따라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공업용수를 충당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삼성전자 측은 강조했습니다.

구글·MS·메타·인텔 등 빅테크 기업 일부는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넷워터 포지티브(Net Water Positive)’를 약속했습니다. 가령 구글의 경우 데이터센터 냉각에 재생폐수를 사용하고, 현지 기상 조건에 맞는 급수 시스템을 사용하는 등 수자원 관리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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