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2024년 4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75개 주요 글로벌 기업 중 무려 85%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유지하거나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치적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전략을 철회하는 대신 ‘그린허싱(greenhushing)‘이라는 침묵 전략을 택하며, 외부 노출을 줄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지속가능성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글로벌 기업 85%가 정치적 압력 속에서도 지속가능경영 포기하지 않아
최근 ESG 전략이 후퇴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수치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조사에 따르면, 분석 대상인 75개 글로벌 기업 중 ESG 활동을 축소한 곳은 13%에 불과했습니다.
40%는 기존 전략을 유지했고, 13%는 이를 공개적으로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32%는 오히려 ESG 전략을 확대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S&P 100, STOXX Europe, Fortune 500에 속한 시가총액 상위 25개 기업을 포함해 글로벌 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고, 15명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압력 속 전략 변화의 양상을 분석했습니다.
정치적 압력은 2025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기후 정책 철회 의도가 뚜렷해지면서 최고조에 달했는데, 주 정부 조사, 연방 행정명령, 주주 행동주의 확산 등으로 인해 ESG 활동이 정치적·평판적 리스크를 동반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들은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하는 ‘그린허싱’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외부에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ESG 프로그램을 유지하거나 강화한 기업 중 단 16%만이 이를 공개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약속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 노출에 따른 리스크, 행동주의자들의 반발, 규제 환경의 복잡성을 피하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침묵 전략은 부작용도 낳고 있습니다. 금융 부문에서는 넷제로 뱅킹 얼라이언스(NZBA)와 넷제로 보험 얼라이언스(NZIA)에 가입했던 기업들이 모두 탈퇴하였고, NZIA는 2024년에 해체됐고, NZBA는 2025년 7월을 기점으로 활동을 일시 중단한 뒤 구조조정을 위한 회원사 투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또한 2025년 5월에는 미국 플라스틱 협약(US Plastics Pact)에서 식음료 분야의 4분의 1, 소비재 소매 분야의 8분의 1이 협약을 이탈하면서 집단적 행동의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ESG 전략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비즈니스 운영 모델과의 통합, 장기적 가치 창출, 그리고 리더십의 안정성이 꼽힙니다.
식음료(75%), 기술(70%), 헬스케어(67%), 산업재 및 서비스(67%) 분야에서는 ESG가 제품 설계, 공급망, 자본 배분 등 ESG가 이미 사업 구조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어, 이를 철회하면 오히려 기업 가치가 크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특히 B2B 기업들은 ESG 전략을 강화하는 등 매우 높은 회복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사 대상 중 ESG 약속을 축소한 기업은 1% 미만이었고, 52%는 오히려 지속가능성 노력을 강화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정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공급망 회복력에 더 집중하는 기업 특성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리더십의 안정성도 전략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CEO 재임 기간이 11년 이상인 기업 중 47%는 ESG 전략을 확대하거나 재확인하였고, 단 5%만이 축소했습니다.
반면, 재임 3년 미만의 CEO가 이끄는 기업 중 69%는 외부 압력에 반응해 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임 리더일수록 정치적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그린허싱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실용적인 선택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 약화, 경쟁 기준의 왜곡, 투자 매력 저하 등 다양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이 ESG 성과를 드러내지 않으면 시장은 기업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로 인한 기업들의 공동 리더십 약화는 결국 전체 시스템 전환에 필요한 동력을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결국 진정한 리더십은 ESG를 기업 DNA에 녹여내어 가치 창출과 사회적 영향력을 동시에 높이고, 전략적 협력과 선도적인 행동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어가는데 있다고 강조하며 마무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