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급증하는 트렌드를 뜻하는 단어 ‘에코웨이크닝(Eco wakening)’. 이 개념은 2021년 세계자연기금(WWF)이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와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처음 제시됐습니다.
당시 WWF와 EIU는 5년간(2016~2020년) 54개국, 27개 언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환경 문제 관련 구글 검색량 및 소셜미디어(SNS) 언급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SNS에서 환경 파괴를 언급한 횟수는 65%, 생물다양성 및 자연 관련 구글 검색량은 16%, 지속가능한 제품 검색량은 약 71% 증가했습니다.
온라인상의 환경 보존 담론의 증가 양상에 대해 두 기관은 ‘에코웨이크닝’이란 이름을 붙인 것인데요.
지난달 30일 한국 사회에서도 에코웨이크닝 현상이 뚜렷하다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WWF 한국지부가 데이터 분석 업체인 아르스프락시아(Ars Praxia)에 의뢰해 국내 환경 관련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약 39만 건·환경 관련 언론 기사 약 69만 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환경 유튜브 영상 댓글·기사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기후위기·미세먼지’ 😮
해당 연구는 2017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약 5년간 진행됐습니다. 토픽모델링을 통해 파악한 주요 이슈를 활용해 이슈별 비중 분석, 시계열 분석, 가속도 분석, 유사도 분석 그리고 의미망 분석 등이 진행됐습니다.
먼저 환경 관련 키워드 및 이슈를 대상으로 유튜브 댓글과 언론 기사를 분석한 결과, 2017년 1분기 대비 2022년 3분기 유튜브 댓글량은 약 82%, 기사량은 45% 증가했습니다.
환경 유튜브 댓글에서 주로 언급된 단어는 ▲기후위기 ▲해양쓰레기 ▲생물다양성 ▲친환경소비 및 생활실천 등 4가지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단어는 연구 기간 중 약 10만 8,342건이 작성됐습니다.
이중 기후위기의 누적 댓글은 5만 640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017년 조사에선 27건에 불과했던 기후위기 관련 댓글은 2018년 817건, 2020년 4,001건, 2021년 1만 5,268건, 2022년 1~3분기에는 2만 8,131건을 기록했습니다. 5년새 1,000배 넘게 증가한 것입니다.

같은기간 언론 기사에서는 ▲미세먼지 ▲탄소중립 ▲친환경소비 및 생활실천 ▲해양쓰레기 ▲기후변화협약 ▲원전 등 6가지가 가장 많이 언급됐습니다. 이중 미세먼지가 12만 9,957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탄소중립(5만 764건), 친환경소비(4만 374건), 해양쓰레기(3만 6,871건), 기후변화협약(1만 5,220건), 원전(1만 1,183건) 순이었습니다.
WWF 한국지부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은 (유튜브와 언론) 양쪽에서 모두 다뤄졌다”며 “언론은 기후변화협약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다룬 반면, 유튜브는 기후 문제로 인해 닥쳐올 위기를 주로 언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래 담론으로 확산될 잠재성 높은 환경 이슈? 기후위기·탄소중립! 🚨
가속도 분석 결과에서도 기후위기 이슈는 압도적 우위를 보였습니다. 가속도 분석은 특정 이슈와 관련한 기사나 댓글의 출현 빈도수와 빈도수 증가세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해당 이슈의 미래 잠재성을 정량화한 방법입니다.
즉, 가속도가 높을수록 향후 주요 담론으로 확산될 잠재성이 높단 뜻입니다.
유튜브 댓글 조사 결과, 가장 가속도가 높은 이슈는 기후위기(47.68)였습니다. 그 다음 해양쓰레기(18.29), 생물다양성(15.8) 순으로 가속도가 높았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언론 기사에서는 미세먼지(12만 9,957건)의 누적 기사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에 반해 가속도는 가장 낮아( –34.94) ‘죽은 이슈’로 분석됐습니다.
탄소중립은 누적 기사량이 두 번째로 많고 가속도도 가장 높아(12.80) 미래에도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전(1.38) 등의 단어도 가속도 상승세가 확인됐으나, 유튜브 댓글의 가속도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고 WWF 한국지부는 설명했습니다.

2022년 한국인이 가장 분노한 환경 문제 ‘플라스틱’ 😡
유튜브 내 생물다양성 관련 단어에서는 ‘멸종’, ‘지구’, ‘인간’ 등이 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유튜브 댓글에서는 언론 기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기감이 눈에 띄게 표출됐다”고 WWF 한국지부는 설명했습니다.
‘인간’을 나타낸 단어에서는 ‘문제’ ‘욕심’ 등과 같은 부정적 단어와 함께 ‘해결’, ‘보호’, ‘생존’ 등의 긍정적 단어가 동시에 공존했습니다. WWF 한국지부는 “인간이 문제의 원인임과 동시에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체로 다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기후위기 관련 단어에서는 환경파괴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하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또 ‘지구 멸망’과 같은 직접적인 표현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정부’, ‘기업’, ‘개인’ 등의 단어와 ‘관심’, ‘노력’ 등의 단어가 서로 연결돼 다양한 주체의 노력을 촉구하는 관점도 확인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유튜브 댓글 데이터의 감성분석 결과 가장 부정적인 키워드로 ‘플라스틱’이 꼽혔습니다.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다수의 상품이 부정적인 단어로 추출됐을뿐더러, 플라스틱 소비에 대한 경각심이 주요하게 드러났습니다.
같은기간 가장 긍정적인 키워드로는 ‘실천’이 꼽혔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부정 감성을 주를 이룬 ‘소비’란 단어가 2022년에는 긍정 감성으로 반전됐단 것입니다. 이는 지속가능한 소비 행위가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WWF 한국지부는 설명했습니다.

WWF 한국지부 “환경 문제를 서로 연결된 것으로 인식한 것이 확인돼” 📝
이번 조사에서는 대중이 여러 환경 문제를 서로 연결된 것으로 인식한단 것도 확인됐습니다.
유튜브 댓글이 경우 2018년에는 ‘플라스틱’과 같은 단일 주제가 많이 나왔으나, 2022년에는 ‘멸종’, ‘지구’, ‘인간’ 등 환경 관련한 근본적인 주제가 유기적으로 얽혀 나타났습니다.
언론 기사의 경우 2018년에는 ‘미세먼지’에 거의 함몰돼 있었으나, 2022년에는 ‘소비자’, ‘탄소중립’ 등의 단어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또 ‘탄소중립’, ‘소비자’, ‘온실가스’ 등의 단어가 서로 연결되면서 광범위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소비 패턴의 필요성을 함께 언급하는 양상도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홍윤희 WWF 한국지부 사무총장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위기감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확산되고 있는 만큼 개인은 물론 정부와 기업 모두의 변화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에코웨이크닝’ 현상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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