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순환경제 정책 분석한 세계은행 첫 보고서 공개돼…“무역장벽 될 수 있어”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순환경제 정책이 중국·베트남 등 수출 중심의 경제를 가진 개발도상국에게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세계은행(WB)은 지난 6일(현지시각) 공개한 ‘순환성 제곱: 유럽의 순환경제 전환 정책(Squaring the Circle: Policies from Europe’s Circular Economy Transition)’에서 이같이 밝히며 “개도국이 순환경제 전환 속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27개 EU 회원국의 순환경제 정책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WB는 EU의 순환경제 정책을 분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는데요.

WB는 “유럽 국경 안팎의 국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훈을 도출하기 위해서”라며 “순환경제 정책의 중심인 EU의 경험을 조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그리니엄이 자세히 뜯어봤습니다.

 

👉 EU 집행위 ‘순환경제 패키지’ 방안 발표, 어떤 내용 담겼나?

 

©Topias Dean, Sitra

순환경제 정책 덕에 유럽 자원사용량 11%↓…“허나, 여전히 초기 단계” 📝

먼저 보고서는 유럽이 지난 20여년동안 자원효율성 달성에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여년간 총 자원사용량이 66억 톤에서 60억 톤으로 9.4% 감소했습니다. 반면, 재활용 자원의 사용 비율은 2000년과 2020년 사이에 거의 50% 증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순환경제 정책 덕에 유럽 내 자원사용량이 최대 11%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10년 이내에 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과 자원소비간의 디커플링(Decoupling), 즉 경제가 성장하면서 천연자원 추출 증가라는 고리를 끊어낼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습니다.

다만, EU조차도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서는 꼬집었습니다. EU 내 자원소비의 약 87% 이상이 철강 등 기초재료(primary materials)에서 발생하고 있을뿐더러, EU 역내 폐기물 발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포장폐기물은 19% 이상 추가로 증가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의 경우 4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EU의 자원생산성은 2020년 기준 kg당 2.5로 미국(3.1)·일본(4.6)·영국(5.3)보다 낮다(왼), 또 바이오매스·화석연료·철강 등 주요 자원소비량은 204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내다봤다. ©World Bank, 보고서 갈무리

또 EU의 전반적인 자원생산성이 미국, 일본, 영국과 같은 비교 대상 국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자원생산성은 국내에서 추출한 자원과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제외한 것을 말합니다. 자원생산성은 생산과정에서 ▲천연자원 소비량 저감 ▲천연자원 손실 및 부산물 배출 저감 ▲재생자원 촉진 등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데요. 즉, 순환경제 전환을 주도 중인 EU의 자원생산성이 의외로 낮단 것.

 

▲ 2020년 기준 EU 27개 회원국의 순환자원 사용량(왼)과 자원생산성(오)을 각각 비교한 그래프. 두 그래프에서 불가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폴란드가 유독 낮은 것이 확인됐다. ©World Bank, 보고서 갈무리

EU 27개 회원국 내부서 ‘순환성 격차’ 존재, 가장 낮은 4개국은? 🤔

EU 27개 회원국 안에서도 순환성 격차(Circularity Gap)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 4개국의 순환성이 다른 EU 회원국과 비교해 낮은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는데요.

보고서는 슬로베니아의 경우 순환자원 소비량·자원생산성 모두 4개국과 비슷했으나 “(순환경제에) 집중된 정책적 관심 덕에 상당한 순환성을 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순환성은 폐기물을 포함한 모든 자원이 원료로써 순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어 ‘유럽 순환경제 이해관계자 플랫폼(European Circular Economy Stakeholder Platform)’ 등과 같은 기관의 역할 및 방향성이 더 명확해져야 한다고 보고서는 꼬집었습니다.

다만, 4개국이 순환성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네트워크를 운영 중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는데요. 가량 불가리아와 크로아티아의 경우 식음료·건설·제조업 등 순환성 잠재력이 높은 분야에서 인적 및 지식교류를 진행 중입니다.

아울러 EU 회원국별로 순환경제 법안이 등장하고 있으나, 재활용·재사용 등 폐기물 관리 문제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건설·농업·운송·수자원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여전히 순환경제 전환이 더딘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Mirvac

WB “순환경제 원동력 민간 부문에 있어…규제 해소 필요해” 🇪🇺

한편, 보고서는 EU의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채택률도 제한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평균 시장 침투율은 5~10%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합니다.

또 재활용 재료의 현재 투입량은 8.6%에 불과하며, 신규 제조 대비 재제조 제품 비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재활용된 재료보다 기존 천연자원들이 더 저렴한 탓도 있는데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EU의 순환경제 원동력은 민간 부문에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민간 부분 내) 신속한 확장 없이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민간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선 기존 선형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는 정부의 연구개발(R&D)이 순환경제 쪽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또 EU의 순환경제 정책 상당수가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인센티브(보조금)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는데요. 뿐만 아니라, 재활용 재료 재사용 등을 막는 부문별 기존 규제와의 충돌을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기업들이 순환경제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내부에서부터 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해줄 것을 권고했는데요.

보고서는 “네덜란드와 같은 순환경제 선도 국가에서도 기업 내 순환경제 담당 인력을 사회적책임(CSR) 부서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즈니스 리더들이 기존 선형경제 관성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혁신의 핵심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 재활용 시설에서 폐기물 처리를 감독하는 작업자의 모습. ©Azman Jaka, iStock

EU 순환경제 전략 설계 시 “수출 중심 경제 개도국 상황 고려돼야 해!” 💰

앞서 설명한대로 보고서는 EU가 순환경제 정책을 강화할 경우 수출 중심의 경제를 가진 개도국에게 무역장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령 자원 수출로 먹고 사는 개도국의 경우 특정 자재 수입 감소가 경제에 곧 직견탄이 되기 때문인데요. 보고서는 이들 국가 상당수가 “다각화되지 않은 경제를 가지고 있다”며 “세계 자원 수입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EU의 자재 수입 감소는 일부 국가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때문에 EU는 순환경제 전략을 설계할 때부터 이 부분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재차 강조했는데요.

보고서는 또 개도국에는 수많은 이가 폐자원 분류 등 폐기물 산업에 종사하고 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페기물을 줄이기 위한 EU의 순환경제 정책은 정말 필요한 상황”이나 “간접적으로 EU의 정책이 개도국의 일자리, 특히 여성 고용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메 와바 WB 유럽 지속가능성 개발 책임자 또한 “원자재 수출에 경제가 집중돼 있는 개도국의 경우 선진국의 순환경제 정책으로 인해 무역 관련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개도국들이 순환경제 전환의 중심이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WB도 보고서에서 “개도국들이 기존 상품 생산에서 벗어나 산업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EU의 정책입안자와 민간 부문 기업가는 (순환경제 정책 및 순환 비즈니스 모델 도입 단계에서부터) 국경 넘어 이해관계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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