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각)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할 ‘순환경제 패키지(Circular Economy Package)’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계획에는 플라스틱 포장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2040년까지 EU 회원국 1인당 포장폐기물을 15% 감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또 산업·농업 등 각 분야의 탄소제거 규모를 측정해 이를 인증서처럼 거래할 수 있는 ‘탄소제거인증제(CRCF·Certification of carbon removals)’도 계획에 담겼는데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번 방안이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발표된 ‘핏포(Fit for 55)’ 계획의 후속 조치라고 소개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번 방안에서 주목할 부문은 크게 ▲플라스틱 포장 ▲탄소제거인증제 등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됐는지 그리니엄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EU, 순환경제 패키지 방안…“폐기물 발생 가능성 사전 차단 목표!” 🇪🇺
2018년 EU는 오는 2025년까지 일회용 포장재의 재활용 비중을 65%, 2030년까지 70%까지 높이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가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2035년에는 포장재들이 실제로 재활용되도록 관련 기반시설(인프라) 정비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이번에 EU 집행위가 발표한 방안은 세부규칙들을 재정비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특히, 규제를 구체화함으로써 더 많은 폐기물이 생겨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이번 방안에 대해 “포장폐기물을 줄이고, 재사용 및 리필을 촉진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은 늘리되 포장은 더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팀머만스 부위원장의 말에는 플라스틱 포장 부문의 EU 계획이 다 포함돼 있습니다. EU 집행위가 발표한 방안에서 플라스틱 포장 부문은 크게 3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2018년 대비 2040년까지 EU 회원국당 1인당 포장폐기물을 15% 줄이는 것입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연간 180kg가량의 포장폐기물을 생성합니다.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포장폐기물은 19% 이상 추가로 증가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의 경우 4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회용 포장 금지·재사용 활성화·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의무 등 담겨 📝
이를 막기 위해 EU 집행위는 크게 ▲특정 형태 포장 금지 ▲재사용 및 리필 촉진 ▲모든 포장재 재활용 가능화 등의 목표를 설명했습니다. 각각의 목표를 살펴본다면.
1️⃣ 특정 형태 포장 금지 🙅♀️
먼저 EU 집행위는 “명확하게 불필요한 포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형태의 포장이 금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소비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과일 및 채소용 일회용 포장, 소형 샴푸병 등 호텔에서 제공되는 일회용 위생용품(어메니티) 등이 소개됐는데요.
목표연도인 2040년까지 음식점들은 전체 배달 중 40%를 재사용 포장용기에 담아 제공해야 합니다. 또 카페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재사용컵이나 고객이 가져온 텀블러 등 다회용기에만 음료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2️⃣ 재사용 및 리필 포장 촉진 🥤 (feat. 라벨링)
기존 포장 방식을 대체하기 위해 재사용 및 리필 포장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EU 집행위는 강조했습니다. 일회용컵 재사용 목표 달성률은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80%를 달성해야 합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사용된 포장도 각각 2030년까지 10%, 2040년까지 50%의 재사용 최소 목표가 제시됐습니다.
이를 위해 “포장 형식을 일부 표준화와 재사용 가능 포장의 명확한 라벨링이 있을 것”이라고 EU 집행위는 설명합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포장재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포장 디자인 기준이 설정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포장용기에는 바이오소재 여부, 퇴비화·생분해 여부 등이 표시될 예정인데요. 특히, 티백·과일 및 채소용 스티커 라벨·비닐봉지 같은 특정 플라스틱 포장재는 퇴비화가 가능해야 합니다.
해당 라벨링을 통해 소비자는 폐기물이 생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 가정용 퇴비화 적합 여부 등을 알 수 있다고 EU 집행위는 밝혔습니다. 이는 곧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퇴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이밖에도 폐플라스틱병, 알루미늄캔에 대한 의무적인 보증금 반환 시스템이 생성됩니다.
3️⃣ 모든 포장재 재활용 가능화 📦
아울러 새로운 플라스틱 포장 품목의 재활용 의무 비율이 포함됐습니다. EU 집행위는 새로운 플라스틱의 40%, 종이의 50%가 포장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즉, 해당 부문의 원료(virgin material)가 막대하게 소비되는 상황. 실제로 유럽 플라스틱 산업협회인 ‘플라스틱스 유럽(Plastics Europe)’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유럽 내 플라스틱 포장재 중 5%만이 재활용 원료가 사용됐는데요.
재활용 의무 비율을 통해 고품질의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와 공급 모두를 높일 것으로 EU 집행위는 전망합니다.
기후목표 달성 위한 탄소제거인증제(CRCF) 도입 제안돼…2023년 첫 회의 🤝
한편, EU 집행위는 대기 중 탄소제거 노력을 인증하는 제도, 이른바 탄소제거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탄소제거인증제 도입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직접공기포집(DAC) 플랜트 같이 탄소제거에 효과적인 기술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단 것.
EU 집행위는 “인증제 도입이 탄소제거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EU의 기후 및 환경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를 위해 EU 집행위는 ▲독자적인 검증 활동을 위한 규정 ▲EU 차원의 탄소제거 프레임워크 준수를 입증할 규정 등을 만들 계획입니다.
아울러 탄소제거의 품질 및 비교가능성 등 효과적 인증제 도입을 위한 기준 4가지도 마련됐습니다.
- 정량화(Quantification) 🔢: 탄소제거 활동은 정확하게 측정돼야 하며 기후에 분명한 이점을 제공해야 한다.
- 추가성(Additionality) ⚖️: 탄소제거 활동은 기존 관행과 법에서 요구하는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 장기저장(Long-term storage) ⚒️: 포집한 탄소의 영구 저장을 담보하기 위해 탄소 저장 기간과 연계해 인증서를 발급한다.
-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 탄소제거 활동은 기후적응, 순환경제, 수자원 및 해양자원 보호, 생물다양성 보존 등과 같은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
EU 집행위는 위 4가지 기준에 따라 인증제의 세부 내용을 정합니다. 전문가 그룹의 첫 회의는 2023년 1분기 예정돼 있는데요. 추후 EU 이사회 및 유럽의회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됩니다.
EU 집행위는 탄소제거인증제에 대해 “2050년까지 기후중립 대륙을 꿈꾸는 EU의 목표에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함은 물론 대기 중 탄소제거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산림 복원·탄소농업 등 자연 기반 솔루션도 혜택받을 것! 🌽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탄소제거 활성화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탄소제거인증제는 대기에서 탄소 1톤이 제거됐다고 할 때마다 그것을 입증할 수 있게 보장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탄소제거인증제가 산림 복원 및 탄소농업처럼 자연을 활용한 탄소제거 활동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EU 집행위는 강조했습니다. 목재 등 탄소제거가 가능한 건축 자재를 활용할 경우에도 인증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탄소제거 기술을 개발한 기업 및 자금을 지원한 공공분야, 농림·산림업 종사자들에게 탄소제거인증서를 부여해 이를 탄소배출권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EU 집행위는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농장, 산림 등 자연 내 탄소를 흡수하는 분야의 탄소제거 기여도도 역시 정량화(수치화)할 계획입니다.
+ ‘탄소제거인증제’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해! 📢
기후 비영리단체인 카본마켓왓치(Carbon Market Watch) 등 일부 기관은 EU의 탄소제거인증제를 우려합니다. 영구적으로 탄소를 제거할 구체적인 수단이나 탄소 저장 기간 기준 등 세부 내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또 인증제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포함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단 것. 국내에서는 탄소제거인증제가 탄소국경조정제(CBAM)처럼 또다른 무역장벽이 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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