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발트해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4개 해저관에서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지난 9월 27일(현지시각),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가 발트해 3개 해저관에서 “전례 없는” 손상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스웨덴과 덴마크 해상교통당국 또한 노르트스트림 1·2에서 가스 누출이 확인됐다면서 인근 해역에 선박 진입을 금지했는데요.

가스 누출 직후 노르트스트림 AG는 “천연가스관 3개가 같은날 동시에 가스 누출이 발생한 전례가 없다”며 “가스관 시스템이 언제 복구될지는 아직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스웨덴 해안경비대가 누출 지점을 한곳 더 확인했다고 9월 29일(현지시각) 밝혀, 누출이 확인된 지역은 총 4곳으로 늘었는데요.

사고 엿새 만인 지난 10월 2일(현지시각), 노르트스트림 1·2에서의 가스 누출이 마침내 중단됐다고 덴마크 에너지청(DEA)이 발표했습니다. DEA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노르트스트림 AG 측이 노르트스트림-1의 압력이 안정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는데요. 전날 DEA는 노르트스트림-2의 가스 누출이 멈췄다고 밝혔습니다.

DEA는 “이는 노르트스트림 1·2에서 가스 누출이 멈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9월 27일현지시각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덴마크 보른홀름섬 일대에서 노르트스트림 12에서 가스 누출이 확인됐다 덴마크 스웨덴 정부 노르트스림 AG 등의 발표를 종합한 결과 가스 누출이 확인된 지역은 총 4곳이다 ©greenium

러시아-유럽 잇는 ‘노르트스트림 1·2’ 가스관은? 🛢️

노르트스트림 1·2는 발트해 해저를 관통하는 천연가스관입니다. 가스관은 27~41mm 두께의 강철과 고강도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덕에 웬만한 충격은 견딜 수 있게 설계됐는데요.

2011년 만들어진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 비보르크에서 독일 북동부 루브민으로 직접 이어진 가스관입니다. 1,222km 길이의 가스관은 연간 550억m³(입방미터) 규모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데요.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의 3분의 1이 노르트스트림-1을 지나갑니다.

노르트스트림-1을 나란히 지나가는 가스관이 바로 노르트스트림-2입니다. 1,230km 길이의 이 가스관은 지난해 9월 완공됐는데요. 허나,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독일 정부가 대러 제재 차원에서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가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량은 30% 미만으로 줄어든 상황인데요. 유럽연합(EU) 등 서방 대러 제재에 맞서 러시아 정부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보복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 독일, 러시아와 직결된 가스관 사업 중단 발표 🇩🇪

 

▲ 9월 29일현지시각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서 가스 누출로 인해 지름 1km가 넘는 거대한 거품이 형성된 것이 위성에 잡혔다 ©Roscosmos

노르트스트림 1·2서 ‘메탄’ 연쇄 누출…“기후에 재앙적인 것”☁️

이번 누출은 폭발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유력합니다. 스웨덴 국립지진네트워크(SNSN)는 가스관 누출 직전 해당 지역에서 두 차례의 대량의 에너지 방출이 기록됐다고 밝혔는데요. SNSN은 “폭발이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스 누출에 따른 환경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노르트스트림 1·2 모두 가스관에 가스가 차 있는 상태였기 때문인데요. 노르트스트림-2는 가동하지 못했으나, 약 3억㎥의 가스가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르트스트림-1은 지난 8월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으나, 최근 정기 점검을 거치며 다시 가스가 차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노르트스트림 누출 사건이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천연가스에 함유된 메탄(CH4)이 문제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메탄이 이산화탄소(CO2)보다 지구온난화에 28배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는데요.

미국 비영리단체 버클리어스(Berkeley Earth)의 기후과학자인 지크 하우스파더는 “일부 메탄은 바다에 흡수됐을 수 있다”며 “허나, 상당량의 메탄은 대기 중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저 석유가스 산업에 종사하다 현재는 비영리환경단체 환경방어기금(EDF)에서 일하는 앤드루 벡스터 화학공학자 겸 이사는 초기 수온 및 가스관 크기 등을 고려했을 경우 노르트스트림-2에서만 약 11만 5,000만 톤의 메탄이 방출된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 9월 30일현지시각 덴마크 군함이 발트해에서 가스 누출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Danish Defence

그는 이어 “(노르트스트림 1·2 누출 사건에는) 알려지지 않은 것과 변수가 너무 많아서 메탄이 대기 중으로 얼마나 많이 방출됐는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덴마크 정부는 이번 사고로 방출된 온실가스가 1,460만 톤 CO2e(이산화탄소환산톤)로 추정된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이는 덴마크 연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약 32%를 차지하는 것인데요. 참고로 2020년 덴마크는 약 4,500만 톤의 CO2e을 배출했습니다.

같은날 미국 스탠퍼드대학 기후학자인 롭 잭슨 등 기후과학자 2명은 덴마크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악의 시나리오상 노르트스트림 1·2에서 유출된 가스는 7억 7,800만Nm³(노멀입방미터·0도와 1기압 기준 기체 부피)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분석은 AP통신의 의뢰를 통해 진행됐는데요. 바다와 대기에 배출된 메탄은 약 5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두 과학자는 추산했습니다.

이에 대해 EDF의 벡스터 이사는 덴마크 정부의 가스 누출량 추산치가 너무 높다고 말했는데요. 앞선 연구 모두 불확실성이 크단 점도 언급했습니다. 다만, 그는 보수적으로 따지더라도 이번에 누출된 메탄의 양은 매우 높단 점을 짚으며 “이는 기후에 재앙적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10월 2일현지시각 유엔환경계획 산하 IMEO는 노르트스트림 12에서 나온 메탄의 양이 역대 가장 큰 규모일 수 있다고 밝혔다 ©UNEP

UNEP, 노르트스트림 1·2 메탄 누출 “역대 가장 큰 규모일 수 있어” 🇺🇳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국제메탄방출관측기구(IMEO)는 노르드스트림 1·2 가스 누출로 인한 메탄배출량이 역대 가장 큰 규모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IMEO가 위성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고농도 메탄 기둥이 확인된 것인데요.

온실가스를 추적·감시하는 캐나다 우주 스타트업 지에이치지샛(GHGSat)은 4개 가스 누출 지점 중 하나에서 누출 속도가 시간당 2만 2,290kg(50,000 lbs)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만프레디 칼타지로네 IMEO 책임자는 “이는 정말 최악이다. 지금까지 감지된 가장 큰 메탄 배출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IMEO는 지난 2일(현지시각) 메탄 누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확인된다고 덧붙였습니다.

 

▲ 9월 14일현지시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다 ©EU Parliament

노르트스트림 1·2 가스 누출, “원인 및 복구까지 상당한 시일” 📝

이번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저관 특성상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현장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인데요. 조사 주체와 방식도 문제입니다.

누출 지점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덴마크와 스웨덴 해역,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인 AG의 최대주주는 러시아 국영기업인 가스프롬(Gazprom)입니다.

러시아와 서방 모두 사고 배후를 두고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는 상황.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러시아의 파괴공작(사보타주)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가동 중인 유럽 에너지 시설에 어떤 방식으로든 고의로 훼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덴마크와 스웨덴 정부 또한 이번 일을 사보타주로 규정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현 사건을 사보타주로 의심하며 미국을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앞서 크렘린궁과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테러 행위”리고 비난했는데요.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가스관 폭발과 관련해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독일 쪽 전문가들은 노르트스트림 1·2에서 모든 가스가 방출되고 바닷물로 채워질 경우 부식이 시작될 경우 “영구히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