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주요국 정상들은 전 세계가 돌이킬 수 없기 전에 기후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막한 COP27은 오는 18까지 진행됩니다. 개막식 이튿날인 7일부터 8일까지, 양일간 COP27 정상회의가 개최됐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따르면 100여명이 넘는 각국 정상들이 참석했는데요. COP2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기후대응 협력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COP2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어떤 말들을 했고,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본문 속 모든 날짜는 현지시각을 기점으로 합니다.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We are on a highway to climate hell with our foot on the accelerator.
유엔사무총장 “기후 지옥 가는 고속도로서 가속 페달 밟아”…미·중 나서야 🇺🇳
7일 COP27 정상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각국의 기후대응 노력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남긴 말입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연설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고 지구 온도도 지속해서 상승하는 중”이라며 “지구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회복 불가능한 혼란의 정점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인류는 협력할지, 멸종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를 연대로 극복하든지, 집단자살을 택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피력했는데요.
구테흐스 총장은 또 미국과 중국을 언급하며 “직접적으로 나서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기후변화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기후 협약을 하루빨리 체결해 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세기의 중심 과제”인 점을 강조했는데요. 구테흐스 총장은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 기후적응(Adaptation),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후재원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EU 집행위원장 “손실과 피해 최소화 방지에 진정 이뤄야 해!”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또한 COP27 정상회의에서 기후대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8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세계적인 에너지위기를 전환점(Game changer)으로 삼아 기후대응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지옥행 고속도로를 타지 말고, 천국행 청정 티켓을 쟁취하자”고 강조했는데요. 전날 구테흐스 총장이 연설에서 현 기후대응 상황에 대해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며 비판한 것을 언급하며 신속한 대응을 독려한 것입니다.
아울러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손실과 피해’의 중요성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COP은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것을 의제로 올려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COP27서 채택된 ‘손실과 피해’, 대체 무엇이냐면?
COP27서 속속 발표된 ‘손실과 피해’ 배상 계획 💰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발언 직후 유럽 각국 정상들은 앞다퉈 기후취약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 재원을 약속했습니다.
COP27 정상회의에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약속한 국가는 기존 2개국(덴마크·영국 스코틀랜드)에서 6개국(아일랜드·오스트리아·벨기에·독일 추가)으로 늘었습니다. 여기에 9일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추가됐는데요.
- 영국 스코틀랜드 🏴: 지난해 COP26(26차 당사국총회)가 열렸던 스코틀랜드가 당시 손실과 피해 보상 계획을 내놓았는데요.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로 570만 달러(약 78억원)를 기후취약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덴마크 🇩🇰: 앞서 덴마크는 지난 9월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해 1억 덴마크 크라운(약 189억원)을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요. 해당 재원은 사막화가 심각한 아프리카 북서부 사헬 지역 등에 전달됩니다.
- 벨기에 🇧🇪: COP27 정상회의에서 벨기에는 모잠비크에 250만 유로(약 34억원) 규모의 손실 및 피해 재원을 약속했습니다.
- 아일랜드 🇮🇪: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해 1,000만 달러(약 137억원)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COP27 정상회의에 참석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기후 손실과 피해로부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기후변화 부담은 책임이 가장 무겁게 전가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 오스트리아 🇦🇹: 개도국에 5,000만 유로(약 686억원)를 지불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레오노레 게스벨러 오스트리아 기후환경에너지장관은 해당 재원이 기술지원 촉진을 위한 유엔의 ‘산티아고 네트워크(Santiago Network)’에 지원된다고 밝혔는데요. 또 기상이변에 취약한 국가에 조기경보 시스템 설치에도 일부 지원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독일 🇩🇪: 독일은 자체적으로 1억 7,000만 유로(약 2,360억원)를 기후취약국에 지원한는 ‘글로벌 쉴드(Global Shield)’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이 구상은 극단적 기후재난 현장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경제 회복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지난 7월, 독일 정부는 20개 개도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V20과 함께 글로벌 쉴드 작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주요 7개국(G7) 또한 원칙적으로 구상에 지원하기로 합의했는데요.
COP27 정상회의에 참석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G7으로서 우리는 기후취약국들과 함께 글로벌 쉴드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슈 업데이트: COP27 개막 나흘째인 9일, 뉴질랜드도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해 2,000만달러(약 263억원)를 약속했습니다. 같은날 캐나다도 ‘손실과 피해’ 보상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캐나다는 먼저 독일이 추진 중인 글로벌 쉴드 구상에 700만 달러(약 92억원)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11월 14일 기준, 손실과 피해를 보상한 국가 수는 총 8개국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덴마크, 벨기에, 스코틀랜드가 ‘손실과 피해’ 원칙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방식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COP27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틀리 총리는 손실과 피해 보상이 대출이 아닌 무상 자금으로 제공될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모틀리 총리는 “기부로 조성한 기금으로 기후재앙에 직면한 나라들의 재건을 돕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이어 “(그렇지 못하면) 기후난민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손실과 피해 보상 위해 “유럽은 제 몫을 지불하고 있어!” 🇫🇷
모틀리 총리는 개도국에 대한 새로운 자금 지원 방식을 제안하기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작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찬가지로 COP27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의 기후대응 정책이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대응을 위해 세계 온실가스 1·2위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은 제 몫을 지불하고 있다”며 미국·중국 등 부유한 비(非)유럽 국가들이 공평하게 손실과 피해 몫을 분담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중국 “선진국 개도국 요구에 최대한 부응해야 해”…“우린 개도국” 🇨🇳
손실과 피해 보상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COP27에서 손실과 피해 자금 조달 문제 논의에는 동의했으나, 그간 새로운 기금 마련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개막식 전날인 5일 보도한 기사에 의하면, 미국은 최근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할 조짐입니다.
일례로 케리 특사는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대담에서 미국이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새로운 기금 창설에 함께할 뜻이 있다고 내비쳤습니다. 다만, 새로운 기금 조성에 중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세웠습니다.
미 백악관은 8일 언론 브리핑에서 “손실과 피해는 다면적인 도전이기에 다면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백악관은 이어 “(손실과 피해와 관련해) 여러 아이디어가 의논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중국은 손실과 피해 보상에 긍정적입니다. 셰전화(謝振華) 중국 기후특사는 COP26 개막식(6일)에서 “COP27에서 많은 선진국이 개도국의 요구에 최대한 부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셰 특사의 발언은 중국은 개도국이니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는 “우리 모두 중국과 인도가 주요 (온실가스 배출) 오염 국가이며 오염자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브라운 총리는 이어 “어떤 나라에도 프리패스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OP2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세계 기후대응을 퇴보시키는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의 이틀째인 8일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완전 철군을 통한 평화 없이는 효과적인 기후 정책 역시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작물 재배가 불가능했고, 곡물 수출까지 방해했던 러시아의 행위로 글로벌 식량위기가 야기됐다”며 “기후변화 피해가 심각한 개도국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했다”고 역설했습니다.
+ COP27 정상회의 불참한 정상은 누구? 🤔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불참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정상이 불참할 경우 정부 고위인사 및 장관급 대표단이 총회에 참석합니다. 우리나라는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최근 임명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결정을 번복하고 COP27에 참석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등 일정이 마무리된 11일에 COP27에 도착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