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두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 기후대응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각)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또 다른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며 기후 대응을 위해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던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부는 화석연료로 눈을 돌리고 있단 소식이 전해집니다. 여기에 러시아 연구진이 포함된 북극 기후 탐사 프로젝트 등 국제 기후 협력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인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Steffen Graupner Alfred Wegener Institute

우크라이나 전쟁의 처음과 끝은 기후변화 🌡️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크게 ▲폭격 등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한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 ▲국제 기후 협력 중단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각각의 원인을 좀 더 설명한다면.

 

1️⃣ 전쟁 및 군비 증강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

먼저 러시아군의 전투기, 탱크, 함선 등 모든 군용장비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인해 사회기반시설이 불타며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무시할 수 없죠.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 국경을 따라 더 많은 순찰을 돌며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계산해야 합니다. 또 우크라이나 난민 400만 명 이상이 외국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것도 집계해야 하죠.

결론부터 말한다면 전쟁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양을 계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고장난 탱크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와 미사일과 탄약을 생산하기 위해 들어간 부품 및 에너지 등 군용장비 목록을 작성하는 것부터 난관이죠.

군사 분야의 경우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배출량을 보고할 의무가 없으므로, 연구자들은 추정치 계산을 위해 제한적인 정보를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나, 현재까지 군사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해 이용 가능한 통계 상당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과 EU가 내놓은 연구 결과입니다.

 

▲ 도네츠크주 국경 인근을 순찰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 ©Ashely Gilbertson V UNICEF

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CEOBS)의 연구에 의하면, 2019년 기준 EU의 군사 분야 탄소배출량은 1,400여만대의 자동차가 연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었는데요.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린제이 코트렐은 당시 “이는 상당히 보수적인 추정치다. 군사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국가들도 잇따라 군비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과 스웨덴 그리고 덴마크의 경우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늘릴 계획임을 밝혔는데요. 군사지출 증액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대해 CEOBS의 어건 다비셔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침공은 향후 몇 달간 주요 뉴스와 정치적 의제를 지배할 것이다”라며 “이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합의된 상당수의 진전을 가로막을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발트해 해저를 따라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독일로 운송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대러 제재 일환으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Oksana

2️⃣ 대러 제재로 인한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 ⚡

미국과 EU 등 주요국이 러시아의 고강도 제재를 가하는 상황입니다. 일전에 그리니엄은 독일 정부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운송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전명 중단했단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유럽의 에너지 정책은 커다란 전환을 맞이했습니다. 크게 화석연료와 원전 발전 비중을 증가하려는 정책들이 발표됐는데요. 이를 나라별로 간략하게 정리했습니다.

  • 독일 🇩🇪: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에너지 공급 확보가 다른 모든 것을 우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탈석탄 기조를 깨고 최근 독일 남부 뮌헨시에 석탄화력발전소 1곳의 수명 연장을 결정했습니다. 또한,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독일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계획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이탈리아 🇮🇹: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산으로 충당하는 이탈리아. 최근 이탈리아는 에너지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카타르, 알제리, 앙골라, 아제르바이잔 등을 방문해 러시아산 가스 대체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 영국 🇬🇧: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2050년까지 최대 7기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콰시 크위텡 영국 산업에너지부장관이 2일(현지시각) 밝힌 내용인데요. 현재 계획 초안에 의하면 2030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함께 최소 2기의 대형원전 건설을 지원할 계획으로 전해졌습니다.
  • 벨기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할 계획이었으나, 기존 계획을 수정해 원전을 10년 더 가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 국제 기후 협력 중단 🌍

국제 북극 기후 탐사 프로젝트인 모자이크(MOSAiC)는 탐사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전체 연구진이 모여 분석할 계획이었으나, 10명의 러시아 전문가가 참석이 불허됐습니다. 또 국제북극과학위원회(ISAC) 정상회의에서의 러시아 연구진의 참석도 불허됐죠.

이에 대해 매튜 드러켄밀러 ISAC 미국 대표는 “빠르게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건 모두 힘을 합쳐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한데, 러시아가 빠진다는 건 전체 그림의 큰 부분을 잃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밖에도 금융 지원 중단 등으로 인해 여러 국제 기후 협력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황입니다.

또한, 지난 3월 호주·캐나다·일본·아이슬란드·이스라엘·뉴질랜드·노르웨이·우크라이나·미국과 함께 당사국총회(COP)의 양대 협상 그룹인 엄브렐라그룹(Umbrella Goup)은 기후 협상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더는 환영하지 않는단 내용의 서안을 발표했습니다.

같은달 우크라이나 환경부는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와 세계의 기후 대응 능력에 해를 끼쳤다고 피력했는데요. 생물다양성협약, 오존층보호협약 등 14개 국제환경협약기관에 러시아를 배제를 요구하는 서안을 보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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